My story..
은행나무와 은행
lotusgm
2021. 11. 3. 11:29
부엌 창 앞에만 서도 가을 풍경이 집으로 들어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여겨 봐주지 않으면 지나가는 가을비에도 후두둑 사라지는
신기루같은 풍경이다.
그러다가 갑자기 생각이 멈췄다.
지난번 방곡사 갔을 때 집 앞 은행나무를 털어서 당신이 정성스럽게 추수한 거라고,
은행을 한 포대나 주셨던 생각이 났다.
그날 가지고 와서 열어보니 그래도 은행인지라 스믈스믈 베어나오는 냄새...
껍질 속 은행이 설마 상할까 싶지만 은행도 상한다는 것을 백만년 전에 경험한 적이 있다.
냉장고 건어물 서랍에 겨우 자리 만들어서 넣어놓고는 잊고 있었다.
먹는 방법 까지 일러주셨는데, 밤 구울 때 처럼 칼집을 내고 전자렌지에 2분만 돌리면 된다고.
은행에 칼집을 우예 내노...밤 깎는 가위로 모퉁이를 살짝 잘라내면 되겠네.
허접한 악력으로 그거 쉽지않다...그래도 묵어보겠다고 씨름한 후 렌지에 돌리니 터지고 아우성치는 소리가
나는 순간, 그때사 작은 종이 우유곽에 넣고 봉해서 돌리면 좋다 하셨던 말씀이 기억났다.
다행히 렌지용 두껑을 덮어서 날라다니지는 않겠다. 휴~~
잘라낸 귀퉁이로 삐져나온 귀여운 은행.ㅋㅋ~ 한번에 7~10개만 먹으라 하셨으니 딱 10개.
쫄깃하고 너무 마싯따...담번에는 11개 먹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