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의 별책부록 -- 궁합 안맞는 제주에서 생긴 일
제주 올레를 걸으러 갔었던 지난 주(5월26일~31일)...일정의 마지막 날에는 6일 내내 강행군으로 달렸던
날들에 대한 보상으로 꼭 가보고 싶었던 '사려니숲'으로 향했다.
'제주버스터미널'에서도 40여분이면 갈 수 있는 곳의 '사려니숲'은 기대했던 만큼
걷지 않았다면 후회할만한, 아름답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한 특별한 곳이었다.
대부분은 입구의 '사려니숲'의 시그니처 삼나무 숲만 둘러보고는 사려니숲을 걸었다고
한다는 것을 직접 10㎞ 코스를 걷고나서야 깨달았다. 어찌되었든...
총 10㎞ 코스 중 4㎞도 채 걷지 않은 지점에서 순간...그냥 오른쪽 발목이 꺾였다.
평탄한 흙길에서 뭔 일인지...그럴 경우 아무 일도 없었던 것 처럼 대수롭지않게 다시 걸으면서
상태를 조심스레 점검하는 수 밖에 다른 방법은 없다.
아무 일 아니기를 바라며, 아무 일 없었던 것 처럼...그러면서 걸었지만 상태가 별로 좋지않았다.
잠시 앉아서 비상용 압박 붕대로 응급처치를 하고 의식하지 않으려고 애쓰며 나머지 6㎞ 이상을 걸었다.
막바지에 가서는 압박붕대가 감긴 발목이 부어오르는 듯한 느낌이 너무 심해졌고...
나머지 일정을 소화하고 점심을 먹은 후 계획한 대로 오후 비행기로 돌아왔다.
다음 날이 선거일이라 건너 뛰고 다음 날 정형외과 행.
엑스선을 찍고, 초음파로 정밀 검사를 하고 내려진 결론은...복숭아뼈 아래 인대가 찢어지면서
작게 뼈조각이 떨어진...결론은 골절이란 진단이 나왔다. 하....
물리치료를 하고 반깁스를 했다...어이가 없어서 그냥 웃음이 나왔다.
꼭 일년전에 올레길에서 넘어져서 손목 골절에 눈썹 위 봉합, 무릎 타박...등등 갖은 고생을 했구만
꼭 일년 만에 또 이렇게 되었다는 게 내가 생각해도 참 어이없는 상황이란 거지.
소식을 들은 동생이 그랬다.
'이 정도면 큰언니~ 제주하고는 궁합이 너무 안맞는 거 아냐?ㅋㅋ~
그래도 할 건 다한다...다운 되는 날, 힘든 날, 힘 들었던 날, 힘내야 되는 날, 나는 햄버거를 먹는다.
살찔까봐 피하던 햄버거를 먹어도 되는 날이 그런 날이라는 나름의 변명을 장착하고
역시...맛있다. 뭐 이왕 이렇게 된 거 어쩌겠어?
날씨도 더워지니 어차피 걷기도 힘든 계절이니 핑계 김에 근신하면 되는거지.
마을버스를 타고 귀가했다.
그리고 그날부터 시간만 보내고 있다.
시간아 빨리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