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잎 분분한 방곡사의 봄
(4월17일 목요일) 음력 삼월스무날 방곡사 지장법회 가는 날, 아침 저녁으로 을씨년스러운 날씨를 감안해 단단히 채비를 하고
나선 길은 생각 보다 따뜻한 새벽 공기에 괜시리 발걸음 끝에도 봄 바람이 불었다. 나 만 그런 게 아닌지 아직 주말도 아닌데 아침부터 고속도로는 차들로 곳곳이 정체가 반복되고, 30분은 늦게 방곡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주차장에서 발길을 내딛는 순간, 절정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벚꽃 길 앞에서 시름은 사라져 버렸다.
탑전에서 오늘은 벚꽃만큼 화사한 보살님들....
발걸음 내딛기도 조심스럽게 민들레는 얼마나 똘망똘망 예쁘게 피었는지...
옥지장전 돌계단 아래에는 한달짜리 금낭화 천하가 오고있다.
대웅전 앞 보리수는 이제사 막 싹을 밀어 내고 있는 중인데, 선월화보살님 발원대로 올 해는 때 맞춰
큰스님께서 침이 마르도록 극찬하시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향기로운 보리수 꽃향기를 실컷 맡을 수 있을까?
불기 2568년 부처님 오신 날 방곡사 묘허 큰스님 봉축 법문
천상천하무여불 天上天下無如佛 : 빛나시는 거룩하신 부처님 시방세계역무비 十方世界亦無比 : 시방세계 그 무엇으로 견주어봐도세간소유아진견 世間所有我盡見 : 이 세간 모든 것을 다 보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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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제이시 계념불사를 하러 법당에 들어오신 주지 스님께 보살님들이 말했다.
(조금 전까지 부산하게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벌레들을 죽일 수는 없으니 법당 밖으로 내보내느라 소동을 겪고 난 후)
'주지 스님~ 법당에 벌레들이 느~무 많아예~'
"그래요? 걔들이 여기 법당 주인이라 그래요. 밖에서 들어 온 애들이 아니라 여기서 월동하고 살아가는 애들입니다.
우리가 지금 걔들이 살고 있는 집으로 들어온 겁니다."
그 말씀에 누구 하나 토를 다는 사람이 없었다. 기가막힌 법문(寸鐵殺人)이었다.
큰법당 뜰의 명자氏는 올 해도 다산을 준비 중이다.
P.S.
새벽 1시에 일어나서 대형 밥솥에 밥을 세 통이나 하시고, 갖가지 나물에 오이소박이까지 준비해 오신 무량행보살님 덕분에
저는 그날도 점심을 못 먹었습니다. 연지명을 살찌게 해주시는 보살님의 공덕, 복 받으실 겁니다. 항상 건강하십시요._()_
방곡사 다녀오는 날 보따리를 풀면 온갖 먹을거리와 선물이 쏟아져 나온다. '어디 피난 가?'
며칠 동안 내 일용할 양식이 되어주는 선물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