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통영구간>남해안길 11회차 거제 동부면 산촌 1교~ 용남면 삼화삼거리

4개월만에 10회차 남해안길을 걸은 후 아무렇지 않다고는 했지만 아직 지난 피곤이 발가락

끄트머리 쯤에 남아있는 상태로 다가온 남해안길 11회차.

4월 21일을 1분 남긴 시각(왜 23시 59분인지 항상 궁금한)20일 23시 59분 남부터미널에서 고현 시외버스터미널로

가는 야간 우등버스를 탔다.

차에 오르는 순간부터 4시간 동안 얼마나 깊이 잠들 수 있는 가가 최대의 관건이라 이어폰을 끼고 좋아하는 음악을

흘려보내며 안대를 쓰고 끙끙거려 봤지만...수백가지 꿈 속을 헤맸을 뿐이다.

정확히 4시간만에 고현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 서둘러 택시에 나눠타고 이번 회차 출발지인

 동부면 산촌마을 버스 정류장 뒤편에 있는 산촌 제1교 오른쪽 길로 들어선다.

04시 40분.

거제 동부면 산촌 제1교~통영 용남면 삼화삼거리 39.1㎞//52,039보//8시간 13분.

통영 용남면 삼화삼거리~통영 강구안 약 13㎞//13,200보//4시간50분

-수정분-

이틀째날 '토영 이야~길' 덕분에

생각지도 않게 이순신공원으로 가는 길이 많이 단축되었다.

애당초부터 대장님이 보내준 지도에 출발지로 이름 올렸던 거제파출소.

물 빠진 바다는 이파리가 모두 떨어져 버린 앙상한 나무 같아서

바라보는 내가 춥다.

하이고~넌 왜 그러구 있냐?

외간항 갯벌.

양지에서 내간마을로 가는 도로길.

해가 중천이고 차들이 부지런히 오가는 때라면 굶어도 이런 곳에서 숟가락 드는 일은

없을 것 같은데...야튼 이러고 아침을 먹는다.

계란 지단 고명까지 올린 소고기 육수에 끓인 떡국.

설 지난지가 언젠데 떡국이냐고 누구는 징징대더라만 내게 아침으로 떡국은 진리다.

07시.

멀리 공사 중인 산달대교가 보이는 곳에서 단체사진을 찍었다.

소당마을 성황당.

어구반도로 들어가는 도로길.

조금 전 건너편에서 바라봤던 산달대교.

한산도란다.

말 그대로 다도해에 둥둥 떠있는 섬들은 모두들 이름 하나씩 달고있지만 보는 방향이 조금만

틀어져도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주니 이름 모르면 어때.

거대한 쉐도우 아트 처럼 겹겹히 아름답다.

어구마을 언덕에서 서면 드디어 통영 용남면 아파트들이,

그리고 바로 옆에는 미륵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어구-어구마을.

"굴밭의 여인들"

어구항에서 한산도를 오가는 유람선.

어수선 공사 중인 방파제를 지나 물빠진 동네 양식장도 지나고

난데없이 다리 이름이 '청마교'인가 했더니 청마 유치환의 고향이라고

거리에는 포도 조형물이 달려있더라.

황사도 아닌 것이 빼곡하게 매운 나무들이 살아보겠다고 꽃가루를 뿜어대는 바람에

멀리 산이 노란 먼지로 덮힌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구멍가게 하나 없는 작은 마을들을 부지런히 걸어 가게도 있고 틀림없이 점심을

해결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던 녹산항은 물론 호곡항도 지나고 도로길을 한참이나 걷다가

도로를 내려가 들판을 빙 둘러 바닷가로 갈터이니 힘든 사람은 직진해서 바다로 먼저 가 있으라고...

오올치~ 됐다.

좋아라 거리 줄여보겠다고 하다가 결국 허탕치고 중간지점인 술역마을 마을 정자에서 만나

점심 상을 차렸다.

11시 50분.

꽃가루가 노오랗게 내려앉은 정자에 앉아 먹는 (잠시 후 떡)라면도 맛있다.

오늘 숙박지로 정한 해간도 앞 예쁜 다리의 모습이 보이지만 길이 만만할 리가 없다.

거제대교를 건너 저 곳 까지 가는데 1시간 30분 더 걸릴 예정이다.

빨간색 신거제대교와 그 앞의 파란색 구거제대교가 한꺼번에 보이는 광리항에 도착했다.

오후 1시 50분.

해안지선이 260㎞라는 거대섬 거제도를 완주한 시점에 그들의 감격을 구경하면서

알게 모르게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그들에게 조금은 질투 비슷한 감정을... 나만의 것이었을까?

하드를 빨면서 구거제대교를 걸어서 건넌다.

사방에서 불어대는 바람에 그 누구도 그 무엇도 아닌 카메라가 정신줄을 놓아버렸다.

찍어댄 사진이 전부 정상이 아니다.

유일하게 한 장 건진, 거제대교에서 바라본 풍경.

흔들흔들... 그러면서 연기 어촌 마을 해간도 앞에 도착했다.

해간도로 가는 해간교는 거대한 공룡의 등뼈같다.

그런데 부근에는 숙박할 곳도 식사를 해결할 곳도 없는 난감한 상황.

해간도로 들어가는 해간교.

오후 3시 05분.

그 이후 한시간 30분 동안은 잠자리를 찾아 헤매는 열한마리의 음....

무조건 걸어서 도로로 나왔다.

그리고 드디어 남해안길 11회차 첫째날 일정을 마무리 했다.

거제 동부면 산촌 제1교~통영 용남면 삼화삼거리 39.1㎞//52,039보//8시간 13분.

용남면 삼화삼거리에서 숙소 잡기가 수월한 북통영까지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저녁으로는 단백질 폭풍흡입.

둘러메고 가도 모를 숙면.

밖에서 바라보면 뻔한 하루지만 절대 뻔하지 않은 자랑스러운 하루를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