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통영구간>남해안길 11회차 통영 용남면 삼화삼거리~통영강구안

인정사정없이 새벽 5시에 하루를 시작한다.

라일라대원의 조금은 과격한 스트레칭으로 남아있던 피로와 잠 찌끄레기는 털어내 버리고

콜택시를 불러 전날 도착지 용남면 삼화삼거리로 이동.

05시 45분.

걷기 시작.

오촌 장수마을로 가는 지하통로로 진입.

연등이 좋아하는 파스텔톤 세상이다....내 세상이다...

멀리서 부터 공룡등뼈 같은 해간도 해간교가 따라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동암마을 부터 시작되는 '토영 이야~길'은

                                   통영의 경상도식 발음인 “토영”과 언니나 형님을 부르는 경상도사투리 “이야의  합성어로 ~”

                                                       뜻이 맞고 이야기가 통하는 사람들끼리 정답게 걷는 길이라는 의미다. 

                                                                     

사랑스러운 섬들이 동동 떠있는 바다에 한눈 팔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멀리 작은 공원 정자에서

아침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06시 55분.

행님 누님들 고기 꾸버준다고 경기병이 둘러메고 온 불판 위에는 어젯밤 다 먹지 못한

치킨이 빼곡히 올랐다.

나는 누룽지 한 그릇 먹었다.

선촌마을은

선비가 마을을 지나다가 서산에 초생달을 보고 눈썹같다 하여 눈썹미 眉 달월 月-미월

삼제수군통제사가 계룡산 위에 달 뜨는 광경을 보고 아름다울 美 달월月 -(미월이 변하여)미늘

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단다.

선촌마을에서 길을 물으니 이순신공원 까지 금방 갈 수 있는 예쁜 길

토영 이야~길을 안내해 주었다.

원래의 의미없는 먼 길 보다 1/3은 단축된 산길을 걸어 숲을 벗어나자

 한두방울 비가 뿌리는 바다 절벽 위에 우뚝 장군님 모습이 나타났다.

이름만 공원이 아니라 꼭 한번 와보라고 추천하고 싶게 잘 가꾸어 놓았다.

정면에 난망산조각공원이 보이고

뭐가 궁금한 지...난 그게 더 궁금하다.

그냥 지나치질 못하고 이것저것 묻고 웅성웅성...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곳이 나왔다. 강구안 '문화마당'

처음 왔을 때는 거북선이 한 척이었는데 지금은 자그마치 네 척...돈 좀 벌었나 모르겠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강구안은 사이좋은 '이야'들로 북적인다.

그리고 동피랑.

오래전, 우연히 알게 된 동피랑의 아름다운 모습에 반해 혼자서 버스로 통영엘 두어번 들락거렸었다.

혼자서 문화마당 앞 충무깁밥을 사먹었고

혼자서 동피랑 골목을 샅샅이 누볐었다.

그 때 원조 충무김밥 할매가 동피랑 가는 길을 묻는 나에게

나폴리호텔 옆으로 난 골목을 몇번이나 강조했는데,지금도 나폴리 호텔 옆으로 난 좁은 길은

수많은 꿀빵집들의 등쌀 속에서도 건재하지만 골목 입구 가난한 개양귀비 몇송이 심어져있던

손바닥만한 화단은 흔적도 없어져 버렸다.

동피랑 입구 쉼터에서, 보스님이 사오신 너무 쎄련되어 버린 꿀빵을 먹으며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의견 분분하다가 동피랑을 크게 한바퀴 돌아나오기로 했다.

휴일이라 날씨가 좋지도 않은데 정말 많은 사람들이 골목골목을 누비고 있었다.

동피랑 역시 '토영 이야~길'코스.

동피랑을 돌아나와 남해안길 11회차 일정을 마무리 했다.

거제 동부면 산촌 제1교~통영 용남면 삼화삼거리 39.1㎞//52,039보//8시간 13분.

통영 용남면 삼화삼거리~통영 강구안 약 13㎞//13,200보//4시간50분

점심 먹을 곳을 찾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중앙시장 입구 음식점을 골라서 들어갔다.

'장고 끝에 악수'라고 했는데 걷고나서 보상받을 심산으로 이런저런 메뉴들을 떠올리곤 하지만

밥 한끼 먹는 게 뭐 대수라고...비에 쫒겨 들어간 곳이지만 나름 괜찮았던 것 같다.

모듬회,매운탕,도다리 쑥국.

잠깐의 자유시간을 가지고 강구안 안길 버스정류장에서 버스터미널로 가는 버스를 탔다.

다음회차(5월4일)에남부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야간 버스를 타고 내려설 통영종합버스터미널.

의기양양 전쟁에 이긴 병사들 마냥 우리는 지금 집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