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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찾아 떠난 길에 잊고있었던 영덕의 아픔과 만났다.(feat. 해파랑길과 블루로드)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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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찾아 떠난 길에 잊고있었던 영덕의 아픔과 만났다.(feat. 해파랑길과 블루로드)

lotusgm 2026. 1. 8. 09:27

 
 
 
 
 

바야흐로 2026년 병오년 새해가 밝았다.
한파가 예보되었다고 망설이는 옆지기에게도, 망설이는 사람을 끌고 길 나서는 나에게도 이건 분명 의미 있는 여정이 될 것이라며
 오랜만에 나라를 구하는 결연함으로 중무장하고 강남터미널에서 07시 20분에 출발하는 영덕으로 가는 고속버스에 탑승해서
4시간 10분 만에 영덕터미널에 도착했다. 
 
 

 

터미널 바로 건너편 모텔에 짐을 넣어놓고 다시 건너와 낯선 길을 어슬렁거려 보지만 눈에 들어오는 식당이 없다.
적당히 한 끼 먹으면 되는데 1월 1일에 문을 연 식당도 없을뿐더러 나중에 알고 보니 다른 골목으로 나서야 하는 거였다.
오랜 동네 국밥 전문집에서 꼬리꼬리한 냄새 풍기는 국밥이 아닌 콩나물 해장국을 먹었다.
 
 

 

'덕곡천'에 오리들이 떼를 지어 볕바라기를 하고 있다.
바로 옆 카페 쥔장이 보온병 가득 뜨거운 커피를 채워주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위로도 건넨다.
'어제까지 괜찮았는데... 오늘 영덕 너무 추운데...'
 
 

 

우리가 출발하기로 한 고불봉 입구까지 택시를 타려고 했더니 기사님이 바로 앞인데 그냥 살살 걸어 올라가라고 방향을 가르쳐 주신다. 교차로 건너 주유소 뒤 언덕길을 오르기 전에 주유를 하고 있는 운전자에게 이 길이 고불봉으로 가는 길이 맞는지 물어보니
맞다고 하면서 거기 볼 거 없는데 뭐 하러? 그리고 경사진 도로를 2km 정도 올라가야 되는데 가는 길이니 데려다주마고 한다.
이런 횡재를 봤나. 친절한 영덕 군민 덕분에 고불봉 입구에 도착했다. (12시 40분)
오늘, 우리의 목표는 해파랑길블루로드를 길라잡이로 삼아 바닷길을 찾아 나서는 데까지이다.
강구항에서 출발해서 고불봉을 넘어 영덕해맞이공원으로 가는 코스인데 고불봉을 넘었다 치고 이곳에서 출발하기로 한다.
 
 

 

도로 끝에 '영덕환경자원관리센터' 방향으로 진입해서 '산림생태공원'으로 간다.
 
 

 

영덕으로 방향을 잡으면서도 지난봄의 영덕 지방을 뒤덮었던 산불은 염두에 두지 않았었다.
그런데 '산림생태공원' 초입에 둘러쳐진 조금 전에 설치하기라도 한 듯 말끔한 펜스가 눈에 거슬렸는데, 잠시 후 
하... 눈앞에 서서히 다가오기 시작한 광경에 앞으로 걷게 될 5km 구간 내내 억울해서 가슴이 아플 지경이었다.
보고 있으면서도 믿어지지 않는 참혹한 흉터에 할 말이 없었다.
 
 

 

 
 

 
 

그 와중에 미처 꽃 잎을 펼쳐보기도 전에 추위에 오그라든 개쑥부쟁이.
 
 

 

 
 

저 산이 예전의 생태와 색을 찾으려면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할까?
 
 

 

 
 

총길이가 5.77km나 된다는 임도 안내판.
 
 

 

생태체험길인 만큼 눈에 들어오는 다양한 야생화의 흔적.
 
 

 

 
 

 
 

반대편 민둥산 너머 수평선이 떠올랐다.
 
 

 

 
 

 
 

 
 

 
 

 
 

긴 길을 걷다 잠시 쉬어가는 블루로드의 명상의 공간 Pray Walk이 길 아래 있다.
 
 

 

 
 

불에 탄 숲의 나무를 간벌하는 중장비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온다.
 
 
 

드디어 5km가 넘는 풍력발전 단지 임도를 벗어나 바닷바람 맞으며 '달맞이여행길'을 따라 내려간다.
 
 

 

 
 

 

 

별파랑공원 정크 트릭아트 전시관.
 
 

 

 
 

'영덕조각공원'
 
 

 

 
 

 
 

 
 

 
 

 
 

 
 

 
 

위에서 내려오는 산불을 받고도 용케 살아남은 자작나무에 달린 해파랑길 리본은 산불의 열기에 오그라 들었다.
 
 

 

드디어 숲 밖에 창포말등대의 모습이 보인다.
 
 

 

 
 

창포말등대는 내가 본 수많은 등대들 중에서 손꼽을 정도로 인상적이라 2017년 해파랑길을 걸으면서
이 앞에서 꽤나 흥분했던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멋있지? 안 멋있어?'
'머...'
옆지기는 이제 돌아갈 버스시간표 생각뿐이다.
 
 

 

저 아래 바다 가까운 곳의 전망대는 너무 추우니까 내일 내려가 보자고 했지만 다음 날은 더 추웠다는...
 
 

 

버스정류장 표시가 있는 곳의 영덕블루로드 관광순환버스 시간표에는 15시 40분에 버스가 온다고 했지만
훌쩍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고, 택시는 콜 자체가 안되고 이럴 땐 어떻게 해야 되는지 작정이 안 서던 순간, 어라? 길 건너편에 일반 버스가
멈춰 서는 거다. 우리 말고 저 버스를 타야 하는 사람은 없다. 기사가 쪽문을 열고 아는 체하고 영덕터미널로 간다는 말에 
뛰어가서 탑승했다. 이건 누가 뭐래도 기적 같은 행운이라는 걸 나중에서야 알았다.
 
 

 

 다시 영덕터미널로 돌아와 검색해 둔 식당을 찾아갔다. 알고 보니 영덕은 터미널 주변 1km 안에 모든 중요한 관공서와
중심거리가 있고, 터미널 옆 숙소에서 걸어서 오갈 수 있는 위치의 식당이었다.
 
 
 

 아구찜을 먹고 싶어서 생아구찜을 주문했는데, 역시 맛집을 찾아내는 내 촉이 이번에도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간이 적당하고 부들부들한 아구 살이 푸짐한 아구찜도 맛있었지만 반찬들이 하나같이 얼마나 맛있던지 접시를 전부 비웠다.
다음 날도 여기 와서 아귀탕을 먹자고.ㅋ~
 
 
 

기분 좋게 이른 저녁을 먹고 숙소로 가는 길에 좋은 냄새를 풍기는 잉어빵을 사서 품에 안고 왔다.
물론 다음 날에도 배 부르게 저녁을 먹고 잉어빵 세 마리씩 해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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