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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장수마을 골목길..골목 마다에 내 유년의 추억이 숨어있었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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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장수마을 골목길..골목 마다에 내 유년의 추억이 숨어있었다..

lotusgm 2012. 5. 16. 11:34

 

 

'벽화마을'을 찾아나선 길이었지만 낙산길 이화 마을도 그렇고 삼선동 장수마을도 그렇고

그 벽화를 찾아서 헤매고 다닌 골목들에 먼저 매료되어 버리곤 했다.

온국토의 아파트화...만만한 땅만 있으면 어느날 고층아파트가 들어설 준비를 하느라 나즈막한 집들은

일순간에 부셔져 버리고, 그렇게 오랜 동네 골목도 사라지고..

언제 사라질 지 알수는 없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영원히 기억될 아름다운 골목길이 있는 '장수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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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과 연결된 처마 위 옹기종기 화분들은 가꾸는 이의 손길이 그대로 보인다.

우리 어릴 적에는 대문 위에 작은 옥상이 있어서 그 곳에 꽃나무나 푸성귀를 심어 가꾸곤 했는데,

엄마는 그 작은 옥상에다가 곶감을 말리셨고,아버지는 빨간 줄장미가 감고올라갈 나일론 줄을 매어 두셨다.

개구장이들 중에는 그 곳에서 추락해서 다치는 일도 종종 있었다.

 

 

 

건물 앞에 계시던 할머니께 길도 물을 겸 말을 걸었다.

'할머니~ 이 집은 머하는 곳이에요?'

'이 집? 이 집은 차도 마시고 커피도 마시는 집이라~'

'간판도 없고 아무 표식도 없는데요?'

'그래도 다들 알아서 커피 마시러 가~'

'아.......녜에..'

'할아버지와 손자' 사진을 보이며 이 곳이 어딘지 아시냐고 물었다.

'몰러~ 여기 살아도 그런거는 몰러~'

 

 

 

빨랫대에 작은 프로펠러를 달고

전깃줄에는 작은 새를 매달아 두었다.

도대체 손 닿기 힘든 저 곳에 새를 어떻게 매달았을까?

 

 

 

대문 앞에 심은 라일락 꽃나무에서 거부할 수 없는 유혹..라일락 꽃 냄새가 우리 발걸음 마냥 좁은 골목안을

휘젓고 다녔다. 예전에 담장 너머 고개 내민 라일락은 어느집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하지만

나름 트랜디한 나무였는데,요즘은 워낙 크고 멋진 나무들 틈에 기가 죽은 모습으로 밀려나있는 라일락.

기 펴고 살 손마닥만한 작은 마당이 없어지고있는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골목 맞은편으로는 장수마을 '할머니 쉼터'가 있고 그 뒤쪽으로는 한성대학교가있다.

 

 

 

정작 이 동네에 살고있는 사람들은 어떨까?

불편함 역시 생활의 한부분이란 생각으로 살고들 계시겠지?

골목이 손금처럼 퍼져있는 동네에 들어서면 당장 내일이라도 이 골목들이 없어질지 모른다는 생각..

전국토의 아파트化 ..그 위기감에 휩싸이곤 한다.

 

 

 

뭐 굳이 니집 내집의 개념없이 골목에 화분을 내놓고 그 화분에 물을 줄 것이고,

아침이면 골목에서 들려오는 싹싹~비질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서울성곽 종주 코스"

 

 

 

'할아버지와 손자'가 있는 골목 입구.

몇번이나 지나쳤지만 더 깊숙히 들어가보지않고 저 골목만 빠트린 까닭이 뭔지..정말 이상했다.

이제는 정말 눈 감고도 찾아갈 수 있다.

 

 

 

'Steve Mccurry'가 이  장수마을을 알게되었다면 당장에라도 달려왔을 거라 장담한다.

그리고 전세계인이 감동하는 아름다운 그림을 만들어냈을 거다.

저 예쁜 구도의 골목길..

 

 

 

한 화면에 모두 넣기가 힘든..계단을 포함해서 대작인 것 같다.

언젠가 다시찾았을땐 아마도 저 계단의 모습은 볼 수 없을지도 모르겠고..

 

 

 

그토록 찾아헤매던 '할아버지와 손자'가 있는 계단길.

능력있는 좋은 카메라로 찍었는 지,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에는 굉장히 넓은 골목으로 보였는데

실상은 굳이 양팔을 벌릴 필요도 없는 좁은 골목길이라 잠시잠깐 실망을 했다는..

그것도 잠시..티끌 하나없이 깨끗한 계단에 그려진 그림을 가만히 바라보고있자니

할아버지와 손자의 대화가 정말 듣고 싶어졌다.

그리고 양옆의 집들과 예의 그리운 라일락이 함께한 그림이 너무너무 아름답게 보였다.

우리는 아무말없이 셔터만 눌렀다.

 

 

 

뒤돌아나오면서 다시 한번...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할아버지와 손자는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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