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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
<거짓말쟁이와 모나리자> 본문
한 동안 마트에 가지않고 냉장고 속 이런저런 재료들로 해결하는 걸 '냉장고 파먹기'라고 하는데
나는 이번 여름 울며 겨자 먹기로 '책장 파기'를 하고있다.
그동안 숙제처럼 남겨놓았던 철학 관련 책들은 다시 읽어도 어떻게 이해해야 할 지
이만큼 살아온 짬밥으로는 순순히 책장을 넘기며 인정하기 싫은, 그저 글로만 쓸 수 있는
그들의 理想 정도로 치부하고 넘어가기도 하고...
이번에는 워낙 오래되고 얇아서 눈에 띄지않던
<거짓말쟁이와 모나리자>를 잠시 한조각 시간만에 읽었다.
아이의 이름과 날짜를 쓴 내 글씨의 메모를 보면 20년 묵은 책이다.
그런데 기억에도 없고 왜 이제사 눈에 들어왔는지...아이는 과연 이 책을 읽었을까?
지은이 코닉스 버그 E.L.Konigsburg는 미국의 아동문학상 뉴베리 상을 수상한
'클로디아의 비밀'로 알려진 작가이다. (2013년에사망)
그러니까 <거짓말쟁이와 모나리자>는 아동문학에 속하는 소설이다.
사람들은 묻는다. 왜? 왜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이 거짓말쟁이에다 좀도둑인 살라이를 쫓아내지 않고
곁에 두었을까? 그렇게 오랫동안 왜? 왜 레오나르도는 살라이한테 여동생의 지참금을 빌려 주고,
유언장에 까지 이름을 올려놓은 것일까?
왜?
그 해답은 이 책에 있다.
정말 나도 궁금해서 첫 페이지를 열었다.
밀라노 성 밖 저작거리에서 오가는 사람들의 주머니를 털거나 사기를 치며 사는 살라이가 처음으로
레오나르도와 마주친 날...동행의 지갑을 훔쳤다가 그에게 머리채를 잡힌 채 올려다 본 레오나르도는
하늘만큼 키가 크고, 강렬하게 빛나는 눈 만큼이나 광채나는 수염을 기른 사내였다.
그런 눈, 그런 수염, 밀라노의 여름 하늘처럼 그렇게 길고 푸른 외투를 본 것은 교회에서 벽화를 보았을 때 뿐이었다.
살라이는 어깨를 으쓱했다. 드디어 하느님한테 붙잡히고 만 것이다.
하지만 동행의 말을 빌자면 레오나르도는 하느님은 아니고 '하느님의 가장 뛰어난 창조물'이다.
그날 살라이가 본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자화상.
제화공의 아들이었다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견습생이 된 살라이의 황금양털 같은 금빛 머리카락이
레오나르도를 꽤었던 건 아닐까...밀라노 성에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로마 교황의 추기경이 되는 것에 버금 갈 만큼 신의 은총을 입는 일이었지만 살라이는 자신도 모르게 선택된 것이니까.
그 후에 두 사람의 친구 밀라노 성주 일모로 공작의 부인 베아트리체 역시 '살라이,내가 너처럼 이목구비가 반듯하고
황금빛 곱슬머리라면' 부러워 할 정도로 아름다운 살라이의 모습은 그렇지 못한 내면을 충족시키는데 도구가 된 건 분명하다.
후에 성주 일모로 공작이 세속적인 소유물울 과시하기 위해 레오나르도에게 만들라고 지시한 높이 8m에 이르는 기마상의 모형 앞에서 '저 말은 선생의 최고 예술 작품이라기보다는 땀의 결실'일 뿐이라고 실망하며 베아트리체는 살라이에게
잘 들어, 살라이. 너의 스승 레오나르도는 너의 무례함과 무책임함이 필요하단다. 나는 니가 완전히 달라져서는 안된다고 말하는 거야. 니가 완전히 길들여져 버리면 레오나르도는 네가 더 이상 필요 없어진단다. 살라이, 나는 레오나르도 선생이 작품 속에 결렬한 것, 무책임한 것들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네가 도와 주었으면 좋겠어.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재능없고 무례하고 무책임한 살라이를 필요로 한다는 것, 살라이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완전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는 것.
살라이 자신 조차 진실을 피하고 있었던 자신의 역할에 대해 베아트리체는 그렇게 말하며 '살라이에게 레오나르도를 책임'지라고 했다. 이 부분이 아마도 모두들 궁금해 하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끝까지 살라이를 곁에 둔 이유일 것이다.
(이 때 레오나르도는 살라이의 좀도둑질을 알고도 참고 있었고, 자기 아이디어를 팔아먹는 것을 내버려 두고 있었다.)
밀라노 성주 루도비코 공작의 부인 베아트리체가 아름다운 애인을 가진 남편의 사랑을 얻기 위해
고민할 때, 레오나르도와 살라이는 입을 모아 그녀만이 가진 투명함으로 '재미에 대한 감각'을
공작에게 주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공작에게는 그녀가 사랑받을 만한 여자라는 걸 일깨워 주었다.
얼마 안 있어 장인과 시인, 화가들이 밀라노 성으로 몰려들었다.
돈 때문에 왔던 사람도 마법에 걸려 떠나지 않았다. 모두가 최고의 작품을 바쳤다. 베아트리체에게
고용된 사람들은 자신이 다른 장인들과 겨루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자신이 겨루는 상대는
완벽한 작품이었다.
왜, 하고 사람들은 묻는다. 왜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이탈리아의 공작들과 공작부인들, 그리고 프랑스의
국왕까지 초상화를 그려 달라고 간청하는 마당에 하필이면 별 볼일 없는 피렌체 상인의 두 번째 부인에게
초상화를 그려 준 걸까? 왜, 도대체 왜일까?
그 해답은 살라이한테 있다.
레오나르도는 사람들 앞에서 추켜세워지는 것이 필요했고, 살라이는 그런 점과 예술을 숭상하던 시대 분위기가
잘 맞아떨어진 덕분에 그 시대의 분위기와 레오나르도의 기질을 결합시킨 사업으로 돈 버는 것이 자기가 꼭 해야될
일이라고 여겼다. 스승에 대한 의무, 베아트리체에 대한 의무,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의무,
살라이의 곱슬머리와 활기찬 기질은 여전히 햇살처럼 빛났다.
두 사람의 친구 베아트리체가 죽었다. 그리고 밀라노의 행운도 베아트리체와 함께 죽었다.
살라이가 레오나르도를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것으로 돈을 벌던 일에 조차 흥을 잃었을 때, 베아트리체의 죽음으로
사이가 벌어졌던 두 사람 사이에 화해의 손을 내민 것 역시 레오나르도 였다. 그는 살라이에게 자신의
집을 짓는 일의 감독을 맡겼다...레오나르도는 살라이의 그 즈음 가장 큰 고민거리이던 동생의 결혼 지참금을 주었다.
피렌체에 입성한 레오나르도는 더 이상 자신의 걸작을 그리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젊은 미켈란젤로의 작품 보다 뛰어나 남들을 경악시킬 만한 작품이 목표였다.
한편으로 살라이는 선생의 작품 밑그림을 전시하고 입장료를 챙기고 초대받은 상인들은 자신들은 미끼가 아니라 특혜를 입은 것이라 여기는 분위기에, 레오나르도는 자부심에 바람을 넣을 풀무를, 살라이는 수고한 대가로 돈을 벌었다.
살라이는 피롄체에 온 상인들에게 작업장을 구경시켜 주고, 레오나르도는 그들에게 틈나는 대로 초상화를 그려주겠노라고 모두에게 약속했다. 단지 지키지 않을 뿐이다.
그러던 어느날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자리를 비운 작업장에 피렌체 상인 조콘다가 찾아온다.
살라이가 탐을 낼만한 풍족한 돈지갑을 내놓으며 자신의 아내 초상화를 그리고 싶다고 말하는 조콘다의 아내를
보는 순간, 살라이는 자기가 레오나르도에게 이 여인의 초상화를 그리라고 설득하리라는 것을 알았다.
이 여인의 얼굴에 떠오르는 것을, 그것을 화폭에 담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레오나르도 뿐이었다.
이 여인의 초상은 레오나르도가 그리지 못했던 베아트리체의 초상이 될 것이다. 레오나르도는 스스로 원해서,
그리고 또 살라이가 바라기 때문에 그 초상화를 그릴 것이다.
레오나르도에게 이 초상화를 그리라고 다그침으로써 베아트리체가 자기에게 당부한 책임을 완수할 것이다.
"선생님이 부인의 초상화를 그리시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부인의 성함이 어떻게 됩니까?"
"소개하겠습니다. 이 사람은....음....얼마 전에 저와 결혼한 모나리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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