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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

우리 동네 옹벽이 무너졌다. 본문

My story..

우리 동네 옹벽이 무너졌다.

lotusgm 2022. 8. 11. 12:52

 

 

 

내게 와닥치지않은 일에 대해서는 관심이나 걱정을 하지 않기로 한 참이지만 꼭 그렇다고 해서

많은 비가 온다고 내 집에서 내게 위협이 다가올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는 말이 맞겠다.

해가 지면서 어둠과 함께 갑자기 창밖이 분간되지 않을 정도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부지런히 이쪽저쪽 다니면서 비가 들이치지 않게 창문 단속을 하는데...'툭' 소리와 함께 단전 단수가 시작되었다.

(물과 전기가 연관이 되는 시스템인지는 잘 모르겠다.)

 

 

 

 

잠시 그러다가 불이 들어오겠지 처음에는 아무 생각없이 어둠 속에 앉아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앰블런스 소리에 이어 세찬 소나기 소리를 뜷고 들려오는 생소한 소음들...

뒷 베랜다 쪽을 내려다 보니 길은 차들로 뒤엉켜있고 길을 가득 채우는 거대한 중장비가 올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길 아래로 쏟아져 내려오는 흙탕물...뭔 일이 났나 보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딱히 답답한 것도 없어 집에는 향초를 하나 밝혔을 뿐이다.

 

 

 

 

당연히 상황은 짐작이 갔었다.

봄이면 내가 부러워하는 아카시꽃 향기가 뿜어져 나오는 현충원 뒷길 옹벽 아래 자리한 동 현관을 덮쳤다.

전 날 저녁부터 인터넷 뉴스에, 동생들이 실시간 생사를(ㅋ~) 확인하며 물어오는 바깥 세상 이야기 속

우리 동네 이야기는, 정작 빤히 보며 체감하는 것 보다 심각하게 되돌아 온다.;;;

고백하건데 단전 단수 상태의 내 코가 석자라...엘베 역시 가동이 안되니 나름 계획을 세워 한번 내려갈 때

여러가지 일을 처리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고, 대표로 내려간 식구가 내 몫의 김밥 두 줄(하루치 식량,입 맛이 없었다),

아리수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생수와 급수차의 물 몇병 확보하는 것으로 시작하면서도 '곧 끝나겠지' 라는

생각은 긍정이 아니라 포기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 전날도 옹벽이 무너지면서 쏟아진 흙탕물로 침수된 기계실의 물을 양수기로 퍼내는 소리가 종일 들려왔는데

다시 비가 온다더니 아침에 거짓말처럼 파란 하늘이 드러났다.

 

 

 

 

그리고 배신감이 들만큼 맑간 거리, 그리고 어느새 양수기 소리가 멈춰 있었다.

지금부터는 물빠진 기계실의 물기를 완전히 말려야 한전에서 복구작업을 할 수 있어서 말리는 작업에 들어간단다.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가나 보다...오늘 늦게야 복구 작업에 들어갈 수 있다고...

식빵 두쪽 먹고...정신 시끄러운 심리 소설을 들고앉으니 책장이 거의 안넘어갔다.

창밖은 세상 밝은데 나는 심기가 불편하기 그지 없이 또 밤을 맞나 보다.

 

어스름해지는 시간이라 더 이상 책을 볼 수도 없을 즈음에 '후두둑' 모든 것이 깨어나 듯이 단전 순간 그대로의

모습 그대로 여기저기 기기들이 작동을 시작했다.

꼬박 2박3일이 걸렸다...

 

 

 

 

냉장고, 김치냉장고 속 내용물을 마주할 용기가 없어서 느즈막히 작업을 시작했다.

그런거야 살림하는 여자들만 아는 참사라 군소리없이 손이 부르트도록 꺼내서 버리고 닦아내고...

간만에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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