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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
폭염을 확실하게 잊게 해준다는 '선재'를 따라서 오대산 '선재길'을 걷다. 본문

(8월21일 목요일) 언제부터 노래를 부르던 '선재길'을 걸으러 큰 맘 먹고 나섰다. 그게 뭐 큰 맘 까지 먹어야 되는지 모르겠지만
그조차 마음 변하기 전에 일어나자 마자 주섬주섬 보따리 싸서 출발하고 목적지 반쯤 온 지점의 양평휴게소를 지나쳐 대신 골프 가면서 먹었던 갱상도식 한우국밥으로 아침을 먹자길래 마다할 이유가 없지. 동양평 i.c.로 나와서 오가는 차라고는 없는 시골길을 꼬불꼬불...그런데 어째 낮익은 듯한 느낌이 드는 한적한 마을의 풍경을 지나치면서도 '말도 안되는 소리 한다' 할까봐 입 꾹 다물고 실려 가는 중에 '분명 와봤던, 아니 걸었던 곳이다' 확신이 들었다. 경기옛길 평해길 마지막 코스인 솔치길을 걸었던 삼산리 마을 끝에 코레일 누리호 '삼산역' 역사가 스쳐지나갔다.
잠시 후(08시50분), 도무지 이런 곳에 무슨 식당이 있노? 그런데 있다. 그리고 '영업중'이라네. 한 입만으로도 내공을 무시할 수 없는 반찬과 다 먹을 때 까지 펄펄 끓는 소고기 국밥은 냉면으로 치자면 슴슴하고 맑기 그지없는 평양 냉면이다. 무,대파,콩나물,고기 건더기가 전부인 국밥 속 콩나물은 울 옴마가 꼭 그렇게 해주셨던 대가리 딴 콩나물이다. 그릇 속 내용물 하나하나가 빤히 보이는 걸 선호하는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담백함의 극치라고나 할까.

둔네i.c로 나와서 10여분 달려 오대성산 현판이 걸린 문을 지나 6,000원을 지불하고 월정사 주차장으로 진입했다.(10시35분)


'선재길'은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약9km를 걷는 길로, 계곡을 따라 걷다가 걷고 싶은 만큼 걷고 도로로 나서면
길을 오르내리는 버스를 만날 수 있다. 대부분은 버스를 타고 상원사로 올라가 역방향으로 월정사로 걸어 내려오는 길을 선택한다.
우리는 바로 월정사 금강교 앞에서 '선재길' 순방향으로 출발했다.(11시)


본격적인 '선재길' 아치로 가는 입구의 '금강연'전망대에서 바라본 '금강교'
'금강교'를 건너면 왼편은 월정사로 가는 길이고 오른편은 월정사 전나무길, 그리고 그 끝에 '일주문'이 있다.
원래 '선재길'의 출발점인 월정사 일주문과 전나무길은 내일 아침 조용할 때 다시 와보기로 했다.


'상원사'로 가는 도로 옆 데크길로 잠시 걷다가 길 끝의 다리를 건너 '월정사' 전각 뒷모습을 바라보며

'선재길'의 의미--- 문수보살은 지혜와 깨달음을 상징하는 불교의 대표적인 보살이다. 이러한 문수의 지혜를 시작으로 깨달음이라는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분이 [화엄경]의 선재동자 입니다. 또 선재는 착한사람이라는 뜻도 내포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선재길'을 걷는 것은, 이 길을 통해 세상사의 고뇌와 시름을 풀어 버리고 새로운 행복으로 나아가는 것과 더불어 서로에게 착한 사람으로 기억되는 방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선재길'을 걸으며 우리는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결과가 아닌 과정에서 목적을 찾는 깨어있는 사람으로 거듭나 문수보살의 지혜와 조우하게 될 것입니다.-- 안내판 발췌--

본격적으로 '선재길'로 들어섰다.
제1길 산림철길-- 일제 강점기 오대산의 울창한 산림을 벌채하기 위해 상원사까지 협궤레일(산림 철길)을 깔아 소나무,박달나무,참나무 등 27종의 나무를 1927년부터 해방 전까지 주문진항을 통해 일본으로 반출해 갔다는 기록이 있다.



기린초가 아닌 마타리와 모감주나무.


애기단풍이 드리워진 데크길을 걷는 구간에서는 어김없이 가을 풍경을 상상하지 않을 수가 없다.
가을에 '선재길'을 걸으면 좋겠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을 듯 하다.


'일제 강점기 재제소 터'

당대의 지성 탄허스님과의 佛緣으로 월정사에서 수행 후 의사와 시인으로 산 시인 박용열의 시비.
오대산 가는 길 [은사 탄허스님을 그리며]

'선재길'은 계곡을 가로지른 다리를 양쪽으로 오가며 다양한 나무가 도열한 숲길을 끊임없이 걷는다.



해발 646m 지점의 쉼터.


뭔지는 모르겠지만 푸짐하게 뿌려진 무언가를 먹는 다람쥐.
유난히 다람쥐를 많이 만났다.


바위에 이름 붙이고 그런 거 질색인데 이건 분명 돌고래의 옆모습이다.ㅋ~



제2길 조선사고길-- 조선왕조실록과 의궤를 보관하던 조선후기 5대 사고 중의 하나로, 오대산 사고본은 교정실록으로 교정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어 실록의 편찬 과정과 한자 자형을 연구하는 귀중한 사료가 되고 있다.

나룻배를 띄울 수 없는 낮은 강에 임시로 만든 '섶다리'는 잘 썩지 않는 물푸레나무나 버드나무로 기둥을 세우고 소나무나 참나무로 만든 다리 상판 위에 섶(솔가지나 작은 나무 가지 등의 잎이 달린 잔가지)을 엮어 깔고 그 위에 흙을 덮어 만든 다리이다.
여름이 되어 홍수가 나면 떠내려가므로 '이별다리'라고도 한단다.

시종 계곡을 끼고 걷는 '선재길'은 숲이 깊어 볕이 잘 들지않고 습도가 높아 갖가지 버섯이 널려있다.

'새며느리밥풀'

'오대산사고'에 관한 안내판인데 투명 아크릴 위의 글씨가 정확히 식별되지 않아 아쉬움.

제3길 거제수나무길-- 우리 조상들은 '곡우'를 전후하여 '곡우물'을 마시면 잔병을 앓지 않고 건강하다고 믿었던 풍습이 있었는데
'거제수나무'가 으뜸이었다고 한다. 또한 재앙을 물리치는 물을 가졌다는 뜻의 거재수(去災水)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거재수 쉼터'에서 간식을 먹고 잠시 앉아 있었다.

계곡 건너편 도로에 '상원사'로 올라가는 버스가 보인다.



제4길 화전민길--일제 강점기 오대산의 울창한 산림을 벌채하기 위한 인력들이 모여들어 150여 가구 300여 명이 살았는데
겨울에는 벌목을 하고 여름에는 화전을 일구고 살았다.


줄지어 선 길 옆 아직 남아 있는 개쉬땅 꽃을 탐하는 것이 나 뿐이 아니었네...

'오대산 국립공원 자생식물 관찰원'

마치 부케 다발처럼 사랑스러운 '어수리'

'연화탑'은 1965년 7월10일 상원사 보산스님의 다비식에 참석한 후 월정사로 돌아오던 고려대 불교학생회 10여명 학생들이
폭우로 불어난 계곡에 휩쓸려 유명을 달리하고 한 돐이 되던 다음 해 그들의 숭고한 구도정신과 넋을 기리기 위해 건립하였다.
"이 돌을 기리는 비문을 후면에 옮겨놓으니 지나가는 나그네여...그들의 뜻을 기리고 현양顯揚하소서"

죽은 나무로 만든 작품.

'선재길'이 꽤 알려진 길이라서 인지 '상원사'에서 역방향으로 걸어내려오는 많은 사람들이 스쳐지나갔다.



'출렁다리'

'화전민의 주거지,너와집'

어떤 소원을 비는 마음으로 돌을 쌓아 올렸을까? 작은 소원 하나라도 이루어졌을까?

'신성암' 대문을 지나쳐

제5길 왕의길-- 세조는 상원사 입구 계곡에서 목욕을 하는 중 문수동자를 만나서 피부병을 고치고,
자주 행차하여 문수보살과 관련된 많은 전설을 남겼다.



유난히 발 아래 길이 버라이어티한 '선재길'을 걷고 엄지 발톱에 심하게 피멍이 들었다.
두터운 등산화를 신어야했나 보다.(그래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



누군가는 연일 짜증이 폭발하는 무더위 속에서 떠난 길이 마치 싫어하는 직장 상사와 여행을 떠난 듯 하다가 '선재길'로 들어서는 순간 폭염이고 직장 상사고 모두 사라져 버리고 바로 극락이라더라. 그리고 숲에서 나와 다시 세상으로 돌아 가기 위해 주차된 차에
오르는 순간, 다시 직장 상사가 나타나더라고.ㅋㅋㅋ~

정말 너무 아름다운 숲 풍경이다.

'상원사' 0.4km 남겨둔 지점인데,길을 올려다 보자면 버스 종점에 서있는 버스가 보인다.
그런데 '선재길'은 도로를 건너 숲길로 다시 들어선다.

숲을 벗어나 '五臺山 上院寺' 표지석 앞에 도착했다.

'상원사'에 오면 꼭 지나는 곳에 있는 세조 임금의 '관대걸이'는 세조가 피부병 치료를 목적으로 '상원사'로 오던 중
계곡에서 목욕을 하기위해 의관을 벗어 걸어 둔 곳을 기념해서 후대에 만든 표지석이다.

상원사 표지석 바로 옆 '상원사'로 가는 숲길의 입구.
그동안 상원사는 지금의 차가 다니는 포장길로 올라갔었는데, 선재길의 연장으로 숲길을 조성한 걸까?

고색창연하다는 말을 써도 되는지 '참회나무'



'선재길'의 끝 '상원사'에 도착했다.(14시17분)
이 즈음,번뇌는 사라지고 무거운 발걸음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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