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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

드라마틱했던 산책길 - 양평 '물소리길' 본문

♡ 내가 사는 세상/양평물소리길 70㎞(완)

드라마틱했던 산책길 - 양평 '물소리길'

lotusgm 2014. 1. 31. 20:43

 

 

날씨가 좋아서 생각지도 않게 집을 나설 때 가 있다.

그날이 그랬다..아침부터 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겨울 햇살이 아까워 기어이 빨랫감을 찾아 들었다.

그런데 한동안 엄청시리 붙어다녔던 벽화동무가 올만에 전화를 해서 바람을 넣었다.

'세미원,두물머리길 안갈래?'

'왜 안가? 오케이~'

후다닥 준비를 하고 뛰어나가 이촌역에서 양수로 가는 중앙선을 탔다.

 

 

 

 

 약 한시간 정도 걸려서 양수역에 도착했다. 20140128 12:12

가슴에 엉어리진 일 있거든 양수리로 오시게

그까짓 사는 일 한 점 이슬 명예나 지위 다 버리고 그냥 맨몸으로 오시게

 

 

 

 

양수역 앞에는 <물소리길>에 관한 자세한 설명과 코스 경로도 있다.

그런데..결과적으로 우리는 뭘 봤는 지..

조금만 더 생각을 하고 봤다면 그런 어이없는 실수를 하지 않았을 텐데, 후회해 본들 무슨 소용이야.

<물소리길>은 양수역에서 출발해서 국수역에 도착하는 코스이다.

총길이 : 13.8㎞

소요시간 : 5~6시간

난이도 : 중

또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양평 <물소리길>은 제주 올레길을 만든 팀들이 개발했다는.

사실 ,녹음이 무성하고 꽃들이 피는 아름다운 계절이었다면 아기자기하고 참 예쁜 길이란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다.

 

 

 

 

 

 

황량한 곳이지만 안내표식 플래이트와 리본이 반겨주는...

 

 

 

 

드디어 마을로 들어가는 길인가 보다.

 

 

 

 

멀리 우리가 타고온 중앙선이 지나간다.

 

 

 

 

이런~ 이건 도저히 말이 안되는 이야기라는 걸 나중에야 알아차린

둘의 가벼운 마음과 가벼운 복장이 그날의 첫실수였다.

 

 

 

 

집집마다 개들이 요란하고 질척거리는 동네 길을 지나 이제사 산으로 올라가는 입구를 만났다.

킁킁킁 소나무 냄새가 좋아서 룰루랄라도 잠시, 음지에는 눈이 얼어붙은 구간이 나타나서 서서히 힘들어지는 순간

 

 

 

 

눈 앞에 특별한 건축물이 나타났다.

충정사,동산재 - 경기도 문화재자료 제 85호로 지정된 동래정문 첫 영의정 정창손 묘소와 사당 이었다.

 

 

 

 

종래의 사당은 재실과 사당의 복잡한 배치로, 경제적인 면이나 건설  부지의 활용면에서 비경제적인 면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사당은 여타의 문중 보다 솔선적인 시도를 하여 재실과 사당이 같은 건물에 배치되어, 앞으로 사당은 이렇게 변모하는 것이

어떻겠느냐 하는 시도를 보여주었습니다. -  2009년 10월11일 동래정씨 대종중 정 OO회장님의 축사 중에서 -

 

나 역시 동래 정(鄭)가라 혹시나 해서 본가 아버지께 여쭤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본가 아버지께서 충정사 준공식 축사를 하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길을 건너서 다시 <물소리길>이 계속 되었다.

 

 

 

 

 

 

 

 

간혹 이런 길도 만난다. 가을 들녁을 만났다면 지금과는 다른 느낌이겠지?

 

 

 

 

뭐 다행히 차량 통행이 많지않아 안전을 염려할 일은 없는 길이다.

 

 

 

 

 

 

한참 동안 야산을 오르락 내리락..푸르른 계절이면 참 좋겠다..

 

 

 

 

한음 이덕형 선생 묘 및 신도비- 경기도 기념물 제 89호

그런데 왜? 선생의 묘가 난데없이 이 곳에 있는 지 정말 궁금했다.

날씨가 추워서인지 카메라 밧데리 두개가 방전되는 바람에

스마트폰에 의지하는 불상사가..

 

 

 

 

 

 

이런 길을 만만한 일상화로 덤볐으니..몸은 몸대로 힘들고,우리는 점심도 못먹은 채 이고,

멀리 보이는 의자에 잠시 앉아 스콘 한개에 커피 한잔으로 점심을 먹어야했다는.

겨울이라선지 도무지 인적도 드물고,가게 하나 발견할 수 없었다.

 

 

 

 

처음으로 마주친 등산객이 우리를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한마디하고 지나갔다.

'미끄러운 데..'

그는 스틱에 아이젠에 스패치까지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후로 나는 정말 온몸의 감각을 발끝에 집중하고 기어야만했다.

산길은 얼어붙었고 경사도가 심해지기라도 하면 정말 ..으휴

 

 

 

 

<물소리길> 약수터.

 

 

 

 

 

 

 

 

 

 

말없이 산길을 내려와 뒤 돌아봤다.

우리가 내려온 부용산이 멀리 보인다.

 

 

 

 

 

 

몽양 여운형 생가와 기념관.

 

 

 

 

 

 

참..버라이어티 하다.

드디어 사람들이 사는 세상으로 내려선 듯하다.

멀리 ..벽화동무가 그렇게 그리워마지않던 남한강이 보인다.

 

 

 

 

 

 

드디어 신원역이다.신원역 앞에는 몽양 여운형 기념관 500m전 임을 알려주는 타일화가 있었다.

우리는 드디어 뭔가를 먹을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가지고 주변을 돌아봤지만 가게 조차 닫혀있었다.

 

 

 

 

신원역 앞 횡단보도를 건너 남한강변으로 <물소리길>이 계속 이어졌다.

이제는 강바람이 우리의 대화를 막았다.

겨울이라선지 특별날 것도 없는 강변산책로가 길어도 너무 길었다.

 

 

 

 

 

 

강변로 출구..드디어 제대로된 이정표를 만났다.

 

 

 

 

육교를 이용해서 U턴을 하라는 표시였다.

 

 

 

 

 

 

양서초등학교 앞.

 

 

 

 

경사진 길을 올라서 말그대로 뒤로 돌아서 U턴을 해야는 데 우리는 눈앞에 놓인 길로 의심도 없이 방향을 잡았다.

왜 우리는 한번 뒤돌아볼 생각도 안했는 지...

 

 

 

 

양수역 앞에 있는 안내도에서 확인한 결과 우리와 반대 방향으로 가야

도곡터널과 굴렁쇠 휴게소를 만나는 거 였다.

우리의 엄청난 실수를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속에서 검색을 하고야 깨달았다.

갑자기 억울해지기 시작했다.

 

 

 

 

이 이정표를 보고도 우리의 잘못을 깨닫지 못했다는 거다.

왜냐면 우리의 <물소리길> 종착점이 국수역이란 사실을 모른 채 출발했으니까..

어찌되었든 우리는, 국수역까지는 2.1㎞ ,신원역까지는 1.9㎞이니 이동거리는 거의 같았다는 데

알량한 위로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나라 자전거 도로...좋다.

 

 

 

 

조금 전 강변쪽에 난 길을 걸어왔는 데 다시금 같은 길을 되돌아 걸으며,

오히려 우리는  그 길을 만든 사람들을 비웃었다는 사실...

 

 

 

 

다시금 신원역으로 돌아왔다.  16:54

총 13.2㎞의 길을 4시간 30분 동안 걸었다.

 

***

epiloque

 

 

그 후로도 두시간이나 지난 시각에 우리는 오늘의 두번째 음식을 앞에 두고

숨이 넘어가도록 폭풍흡입.흑흑..

식후 나른함으로 말 실수들을?

곧 또 한번 뭉치자~

오늘 못갔던 두물머리길 가야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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