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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

<일기>옴마와 일주일 사이좋게 알뜰살뜰 놀기 본문

My story..

<일기>옴마와 일주일 사이좋게 알뜰살뜰 놀기

lotusgm 2017. 3. 5. 00:12

 

 

 

 

한달 만에 이번에는 본가 옴마 생신이라 또..대구에 내려갔다.

몸 보다 마음..외로움에 힘들어하시는 옴마 기분 좋게 해드린다고 막내가 귀여운 짓을 했다.

그래서 아부지 옴마 두분은 올만에 웃으셨다.

2월 25일

 

 

 

 

요즘은 골라잡아 맛깔난 식당에서 생신상을 받는다는데..나가봐야 묵을 끼 머 있노..

집에서 간단하게 해묵자..생신상 받으실 옴마의 요구를 받들어 금요일 저녁에 대구로 모여

토요일 저녁 생신상을 차렸다.

올만에 맛나게 식사하시는 옴마.

역시 몸이 아니라 정신의 문제였던 거야.

 

 

 

 

언제부턴가 케잌 위에 가득 올라앉는 세월 만큼의 초가 싫다시며..그렇다고 숫자를 대놓고 똬악~

옴마 생신 축하합니다~

 

 

 

 

먹는 거 그리 안좋아하는 사람들이라 뭐든 먹고 흔적없이 깔끔하게 치우는 게 목표다.

 

 

 

 

주말에는 모두들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 버리고 기쁨조 큰딸만 남았다.

이제부터 기약없는 시간 동안 울 옴마하고 사이좋게 노는 일만 남았다.

ㅋㅋ~양말 째 벗어놓은 90을 앞둔 할매의 실내화가 정말 귀엽다.

4남매를 낳고 산후 조리를 제대로 못해 울 옴마의 발은 여름에도 두터운 양말과 실내화로 무장해야 한다.

2월 26일

 

 

 

 

90노인 두분이 사시는 집 식탁 옆에는 다양한 약들을 담은 일상의 약통이 있다.

깔끔한 옴마의 성격대로 약 통 속 약들은 줄맞춰 섯~!!

 

 

 

 

옴마는 며칠 째 뭔가를 찾고 계신다.

어찌된 영문인지 이틀동안 동생들과 합세해서 벽장이란 벽장은 다 뒤졌는데 찾는 물건은 오리무중이고

덕분에 벽장 구석에서 수십년된 물건들이 이야깃거리를 물고 나오면 다같이 먼지 쌓인 옛 추억을

얘기하며 또 한바탕 웃고...

2월 27일

 

 

 

 

우리가 어릴적 옴마는 털실로 쉐타를 떠서 입히곤 하셨는데,줄줄이 받아입던 옷이 작아지면 풀어서

김나는 주전자 뚜껑의 꼭지를 떼내고 그 구멍으로 꼬불거리는 실을 통과시켜 편 후 다시 뜨개질 하시곤 하셨다.

이건 도대체 몇년 된 쉐타인지...

지금은 작아서 어떤 누구에게도 안맞는,뜨다가 만 쉐타를 앞에 두고 또 얘기 꽃 만발이다.

 

 

 

 

날씨가 풀렸다.

옴마가 산책가자고 하신다는 건 그래도 몸과 마음이 최상이란 뜻이다.

마음이 변하시기 전에 큰딸은 흔쾌히 옴마의 팔짱을 끼고 나선다.

아파트 앞 큰길을 건너서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건너편 신천으로...

 

 

 

 

지나면서 보니 김광석 길을 파해치고 큰공사를 하고 있다.

무슨 공사를 그리도 좋아하는 지...지금도 나름 잘 정리되어 있두만..

 

 

 

 

차들이 쌩쌩 달리는 신천대로 아래 쪽에 사람들이 지나다닐 수 있도록 만든 토끼굴이 있다.

 

 

 

 

'옴마~요런데서는 인증샷 한번 찍어 조야돼~'

옴마는 긴장,나는 찍히는 지 안찍히는 지 보이지도 않고.ㅋ~

 

 

 

 

토끼굴 밖에 신천이 보인다.

바로 앞이 자전거 길이라 밖으로 나가실 때 잘 살피라고 큰딸은 갈 때 마다 주의 또 주의를 준다.

'옴마~옴마는 조심하셔도 미친X이 워낙 많은 세상이라 진짜,진짜 잘 살펴야 돼 알았죠?'

 

 

 

 

 

 

어른 팔뚝만한 잉어가 득실거린다.

도심의 하천에서 정말 신기한 구경거리인 것 같다.

누군가 빵쪼가리를 던져주자 물밖에서는 비둘기와 청둥오리가,물 속에서는 잉어들이 난리가 났다.

 

 

 

 

 

 

정말 수달이 살고있는 걸까?

주변에는 수달과 연관된 조형물들이 여기저기 지저분하게 놓여있다.

저렇게 귀여운 수달 모형 하나면 충분한데...

 

 

 

 

우리 옴마 참 감성적이시다.

'물 속의 아파트가 더 참하네' 하시길래

카메라에 담아서 보여드렸더니 무지 좋아하신다.

 

 

 

 

사진 찍느라 뒤로 쳐진 것이 아니라 뒤에서 옴마를 살피느라...

음..아직 괜찮으셔 우리 옴마.

 

 

 

 

다리를 지나와서 뒤로 돌아본 풍경이 더 좋다 뭉게구름 때문에.

 

 

 

 

 

 

다리 아래에 '대구 중구 골목 투어

근대로의 여행' 벽화가 그려져 있는데 메시지와 수준이 있는 그림처럼 보인다.

 

 

 

 

 

 

ㅋㅋ~ 볕이 좋으니 잠깐 앉았다 가자시며 의자에 뭐 묻은 건 없는 지

차지는 않은 지 손으로 꼭 만져본 후에 앉으신다는.

정작 딸은 썬그라스만 장착하면 아무리 볕이 뜨거워도 용감하게 나가는데

구순 옴마는 썬캡 필수인 천상 여자이다.

 

 

 

 

다리 기둥 위에 하트가 달렸다고 옴마가 더 좋아하신다.

 

 

 

 

옴마가 애용하시는 수달 화장실.

 

 

 

 

게이트 볼 경기장은 항상 만원인 것 같다.

 

 

 

 

노인분들에게는 운동도 되고 사교의 장이 되는 것 같은데 '옴마도 게이트 볼 함 하시지 그래요'

'난 그렁거 안한다'

그럼 항상 게이트 볼 경기장이 잘 보이는 의자에 앉아 쉬시는 이유는 뭘까?

 

 

 

 

한시간 남짓 산책길도 옴마에게는 꼭 필요한 운동이지만

혼자 나오셔서 멍하니 앉아계실 모습을 생각하면 마음이 안좋다.

 

 

 

 

토끼굴 막다른 벽에 그려진 그림인데 살짝 트릭아트라 계단이 실감나 보인다.

처음에 옴마는 그림 속 계단이 신기하게 보여 직접 만져보셨단다.

 

 

 

 

2월의 마지막 날은 종일 부엌에 있었다.

옴마를 도와 아부지가 좋아하시는 깻잎피클을 만들고

두분이 드실 반찬을 만들었다.

돼지 아롱사태와 표고 버섯,메추리알과 꽈리고추를 넣은 장조림.

연근 조림

김 장아찌

....

그날은 그랬던 이유가 따로 있다.

불과 몇해 전 까지만 해도 아부지 옴마 두분은 세계 어디든 같이 여행을 가시곤 하다가

옴마의 컨디션이 나빠지면서 한두번은 아부지 혼자 사위나 장손을 데리고 다녀오셨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의리상 그건 아니다 싶었는 지 그 즈음 아부지도 여행길을 멈추셨다.

그 상황이 오자 첨에는 두분 모두 몸은 그렇다치도라도 심정적으로 상황종료가 안된 탓에

티비에서 여행 프로만 나와도 생각이 많아지는 듯 하다가 요즘에 옴마는 체념에 접어들어

그러려니 하신다고...그렇지만 주변 지인들의 여행 소식을 꿰차고 반복 언급하시는 모습을

가끔 본다. 그날도 지인들이 여행 떠나는 날이었다. 자꾸 시계를 보고 뭔가를 계산하시는 눈치이고

눈에 띄게 시무룩해지는 순간순간이 보였다. 잊게 해드릴 뭔가가 있어야 했다.

밑반찬 만들면서 귀찮게 옴마를 불러서 물어보고 싫다는 걸 간 좀 보시라 하고...

2월 28일

 

 

 

 

삼일절 아침.

태극기 게양을 하고 계시는 우리의 초원선생의 표정이 굉장히 숙연하다.

초원선생은 6.25 참전용사로 국가 유공자 훈장까지 받으신 분이다.

3월 1일

 

 

 

 

기쁨조가 큰딸 말고 또 있었네.

 

 

 

 

꽃을 좋아하시는 옴마를 배려해 화분에 꽃이 피면 아부지께서는 가장 잘 보이는 곳으로

화분을 옮기시는 것으로 마눌님에 대한 사랑 표현을 하신다.

 

 

 

 

밤사이 땅을 적시는 비가 내렸었다.

그리고 멀리 앞산에 내린 눈이 거실 의자에 앉아서도 보인다고 두분은 좋아하신다.

3월 2일

 

 

 

 

 

 

연세드신 분들의 건강 중 가장 힘든 일 중 하나가 소통이라고 했다.

두분은 매일 소통을 위해 식전 사과를 시작으로 야쿠르트,키위,귤,잣을 상시 복용하신다.

나도 잘 기억해 두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3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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