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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 19코스 : 조천 ~ 김녕 올레 (두번째 길 : 가슴아픈 역사의 현장 북촌리 ) 본문
제주올레 19코스 : 조천 ~ 김녕 올레 (두번째 길 : 가슴아픈 역사의 현장 북촌리 )
lotusgm 2022. 6. 27. 14:49
'서우봉' 정상에서 겉옷이 없어진 사실을 알고 다시 되돌아 내려와
백사장을 가로질러 가다가 왠만한 건 다 날려버릴 듯 몰아치는 바람에 용케도 백사장 한켠에
널브러져 있던 겉옷을 찾았다. 우리는 '이건 천운이야' 감사한 마음이 드는 건 좋은데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에 힘들게 다시 '서우봉'을 기어올라갈 일이 걱정되기도 했다.
외진 서우봉해변에서 카이트 서핑하는 사람들 구경 좀 하다가...다시 출발했다.
'서우봉'은 살찐 물소가 뭍으로 기어 올라오는 듯한 형상이라고 하여 예부터 '덕산'이라 불렀다.
'서우봉' 산책로는 함덕리 고두철 이장과 동네 청년들이 2003년부터 2년 동안 낫과 호미만으로 만든 길이다.
다시 뒤돌아봐도 참 멋진 풍경이다.
또 다시 도착한 '서우봉 일몰지'
아무리 급해도 밥을 먹기에는 적당한 장소가 아니라 부지런히 '서우봉'을 벗어났다.
아무래도 북촌리까지 내려가서 정자를 찾아야 하나 보다...
잠시 후 우묵사스레피 나무 아래 패널로 된 적당한 자리가 나타난 기적이라니.ㅋ~
나중에 알고보니 바로 옆의 마늘밭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쉬는 장소였다.
밥을 먹고있는데 어르신이 오셔서 '물이 필요하면 줄테니 맛나게 먹으라' 하고 가신다.
서울을 떠나면서 그날 담근 열무김치를 꽁꽁 포장하고, 참기름과 고추장도 챙겨넣어 왔다.
길 위에서 힘들면 오히려 입맛이 없어지는 스타일이라 이만한 메뉴가 없음을 알고, 수저통과 쓰고
버려도 되는 다회용 용기도 챙긴 참이다.
꿀맛이라는 표현 밖에는 생각나는 말이 없을 정도로 맛나게 먹고, 얼음 둥둥 커피까지 마시고...13시45분.
배가 부르니 바다 물빛은 더 풍요롭다.
'해동포구'
남의 집 담 넘어 들여다 볼 여유도 생긴다...이 집은 뭔데 와저래 이뿐데?
그림처럼 예쁘다는 말 참 그렇다만..너무 예쁘네...
'너븐숭이 4.3기념관'이 있는 북촌리는 4.3항쟁 당시 가장 큰 피해를 당한 마을이다.
1949년 1월17일, 군인들이 가옥 대부분을 불태웠고 주민들은 마을 주변 이곳 저곳으로 끌려나가 학살당했다.
기념관은 이러한 마을의 역사를 전하고 있다.
'제주 4.3사건' 이란...
1947년 3월1일 경찰의 발포사건을 기점으로 하여, 경찰.서청(서북청년단)의 탄압에 대한 저항과
단독선거.단독정부 반대를 기치로 1948년 4월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무장봉기한 이래
1954년 9월21일 한라산 금족지역이 전면 개방될 때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장대와 토벌대간의
무력충돌과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다. '제주 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
기념관 건너편의 '애기무덤'
북촌리 주민 학살 사건 때 어른들의 시신은 살아남은 사람들에 의해 다른 곳에 안장되었으나
어린아이들의 시신은 임시 매장한 상태 그대로 지금까지 남아있다.
현재 20여기의 애기무덤이 모여 있는데 적어도 8기 이상은 북촌대학살 때 희생된 어린아이의 무덤이다.
북촌리에서
더 이상 죽이지 마라
.
.
더 이상 죽이지 마라
너희도 모두 죽으리라.
굉장히 인상적이고 경건하게 느껴졌던 공간에는
수많은 희생자들의 이름이 적힌 위패 아래 초가 타고있었다.
'위령비' 앞에서 잠시 묵념...
골목골목 무심한 뭔가가 자꾸 발길을 멈추게 한다...
멀리 보이는 다려도(多來島 달여도)는 일몰이 아름다운 무인도로, 섬의 모양이 물개를 닮았다고 해서 달서도(獺嶼島)
라고도 쓴다. 풍부한 해산물을 제공해 주는 보물섬으로, 북촌리 마을 자원을 대표하는 섬이다.
4.3 당시 일부 북촌 주민들이 토벌대를 피해 다려도에 숨기도 했다.
'가릿당(구짓머루당)'은 북촌마을의 본향당으로, 堂神인 구짓머루 용녀부인은
북촌마을 사람들의 삶과 죽음, 호적과 피부병, 육아, 해녀, 어선 등을 관장한다.
'북촌등명대'
밤에 고기잡이 나간 배들이 포구로 잘 찾아서 돌아오도록 불을 밝히는 '도대'이다.
북촌 도대가 특이한 점은, 세운 기록이 등명대 위의 작은 비석에 새겨져 있다.(1915년 12월)
'북촌항' 작은 다리를 건넌다.
1132 일주도로를 지나는 구간은, 올레를 걸으면서 자주 만나는 해안도로를 걷는 것과 달리
힘들고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잠시 후면 충분하게 보상받고도 남는 멋진 길 위로 가는
순간이라고 위로를 하면서...
가지런히 잘 가꾸어진 숲 보다도 마치 헝클어진 아이들 머리털 마냥
자연스러운 이런 숲이 나는 좋더라.
올레 19코스 19.4km 중 13km 걸어온 지점...시간은 15시.
'동복리 마을운동장'이지만 인적은 없는 곳에 올레 중간스탬프 간세 혼자 지키고 있다.
'벌러진동산'은 두 마을로 갈라지는 곳, 혹은 가운데가 벌어진 곳이라고 해서 벌러진동산이라 부른다고 한다.
용암이 굳어 만들어진 넓은 공터가 있고, 옛길이 그대로 남아있는 아름다운 지역이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지금부터는 박노해 '걷는 독서'와 함께 하는 길이다.
직접 전시회까지 관람한 나는 마치 동네 친구를 만나서 발 맞추는 기분이 들었다.
'마음이 사무치면 꽃이 핀다'
이 지역은 동복.북촌 풍력발전단지(총 3.3km에 15개의 발전기가 있다.)에 속해있는 구간이라
키 큰 나무 위로 고개를 내밀고 돌아가는 풍력기의 소리가 위압적으로 들리기도 하고,
가끔 거대한 날개 그림자가 숲 사이에서 언뜻언뜻 보이면 조금 무섭기도 하다.
바로 눈 앞에서 마딱트린 멀구슬나무 꽃은 결코 화려하지 않지만
눈을 사로잡는 특별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이제 끝이 보이는 것 같다...횡단보도를 건너 김녕리 바다로 가는 지점이다.
부지런히 마을을 지나면서 특이하고 예쁜 집이 보이길래
한눈을 팔았는데 짐작컨대 한달 살기 하는 집인 듯...
드디어 올레 19코스 도착점 스탬프 간세가 기다리고 있는 '김녕서포구'에 도착했다.
올레 19코스는 19.4㎞ 지만 우리는 23㎞ 를 걸었다.
(서우봉을 왕복하기도 하고 함덕해변에서 이정표를 찾지 못해 헤매기도 하고)
'김녕 서포구'에서 600m 정도 떨어진 김녕리 버스정류장으로 나와서 201번 버스를 탔다.
숙소가 있는 '제주버스터미널'로 향하다가 저녁도 먹고 시장 구경도 할 겸 '동문시장' 부근에서 하차했다.
저녁 먹을 음식점을 찾다가 갈치조림을 하는 집을 발견하고 들어갔는데
나도 본 듯한 티비 프로그램에 나온 집 이었다.
1인에 2만원하는 갈치조림은 글쎄...다행히 개인 솥밥이 괜찮아서 밥맛으로 먹었지만
기본 반찬 역시 대충 만든 듯한 느낌이 드는 음식들이었다.
장고 끝에 악수라고...항상 먹고나면 배신감 드는 음식을 자주 만나는 씁쓸한 기분이라니...
대충 먹고 시장 구경을 나섰지만, 제주 3대 시장이라 할 만큼 규모가 큰 시장이니 구석구석 살필 수는 없다쳐도
관광객들을 위한 번지르한 선물 포장을 한 물건들만 전시되어 있고, 과연 주민들은 이 시장에서
장을 보긴 하는걸까? 궁금지경이었다. 숙소에 냉장고도 있고 음식도 해먹을 수 있어 식재료를 구입하고
싶어도 내가 아는 그런 시장이 아니었다...서둘러 숙소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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