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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
큰스님 계시는 '증곡토굴'에서의 성찬 과 부처님 진신사리탑 참배. 본문
※Prologue※
방곡사 큰스님께서는 오래 전부터 말년에는 '토굴'에서 조용히 수행하며 생활하시기를 염원하셨다. 아무리 그래도그렇지 어떻게 방곡사를 두고 뒤로 물러나 토굴에 자리 잡으시겠다는 건지 이해도 안될 뿐더러 큰스님과 수십년 동안 인연의 끈을 잡고 있던 대법심 보살님의 말씀을 빌어도 '그건 안될 말씀' 이었다. 그런데 나로서는 짐작도 안가는 낯선 산 속에 터를 잡으시고 언제 부턴가 법상에서 이제와는 전혀 다른 자연의 생활에 대한 즐거움을 꺼내놓기 시작하셨다. 누구 하나 기분 좋은 넋두리라고는 하지않는 생활에 얼마나 힘드셨을까 털끝 만큼 짐작은 가지만 방곡사와 큰스님을 따로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산 속 토굴에서의 평안한 삶을 자랑하시는 큰스님께 무례하고 당돌하지만 섭섭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누구누구는 토굴에 다녀왔네 자랑할 때도 짐짓 못들은 척 한 지 꽤 시간이 흘러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생각에 다른 서울 보살님들과 큰스님께서 계시는 안동으로 먼 길을 떠난다. 우리를 빼고는 가 볼만한 사람은 이미 모두 다 다녀왔으니 별스러울 것도 없는 행보이다. (2023년 10월 20일)
고속도로에서 한번 빠져나갈 기회를 놓치고 대구 방향으로 더 진행하다가 '풍기 요금소'로 나가서도
거의 한시간 동안 시골길을 달려서 큰스님께서 계신 왕모산 산성 입구 화장실 앞에 도착했다.
(교대역 14번 출구 07시 출발~왕모산성 입구 11시 08분 도착)
정확한 지명은 검색이 안되지만 '원천못'이 아닐까 싶은 못 둑 따라 나오면 좌회전 하라고 하셨는데
'증곡토굴'이라는 작은 이정표가 나왔다.
사진을 찍을 수 없을 정도로 흔들리고 난이도 높은 경사도를 지나 10여분 곡예운전을 하면
토굴 바로 아래 작은 공간이 나오는데 이 곳에 주차를 하고 걸어 오르기도 하고...
드디어...휴~ 도착했다.
그동안에도 여러번 토굴의 모양새를 설명하는 법문을 하셨지만 직접 마주한 토굴은 최소한 땅 속에 들어있지는 않다.
선월화보살님 말 마따나 그동안 스님께서 보내주신 사진으로 짐작한 토굴 보다 너무나 규모가 작다보니
누구는 '어디? 어디가 토굴인데?' 라며 눈 앞의 '증곡曾谷 토굴'을 찾기도 한다.
승가(僧伽)와 세속(世俗)을 통칭하여 승속(僧俗)이라 하며, 단순히 승려와 속인을 이를 때도 승속이라 한다.
승속(僧俗)에서 옆에 인(人)변을 떼면 증곡(曾谷)이 되는데, 이에 대한 의미가 상황에 따라 몇 가지로 설명될 수 있겠다.
세상 귀여운 '포대화상'
석곽을 가득 메우고 꽃을 피우고 있는 식물은 '유홍초'
1. 프렌치메리골드/ 3. 황금새우초/ 4. 디기탈리스
보내 주신 사진 속 울타리에 조롱조롱 달렸던 표주박은 추수를 끝내셨나 보다.
안으로 들어서서 삼배를 올리자 주섬주섬 웰컴 보이차를 준비 중이시다.
뒤에 걸린 그림은 화엄스님의 달마도.
그리고 먹기 아까울 정도로 예쁜 대추.
화엄스님의 수월관음도.
스님께서 다니신다는 동네 비빔밥 집으로 점심을 모시고 싶었는데 '간단하게 된장 끓이고 쌈 싸먹으면 되지
뭘 사먹으러 나가냐' 시며 마당 석곽에서 빼곡히 자라고 있는 중국상추(금채)를 솎아내기 시작하신다.
자꾸만 눈이 가는 사리탑을 모신 방향으로 혼자라도 가보기로 하고 나선다.
그런데 왼편의 밭 옆으로 야자 매트를 깔아 놓으셨는데 미처 보지 못하고 돌이 흘러내린 저 길을
거슬러 올라가려고 하니 엄두가 안 날 수 밖에...
하는 수 없이 내려서는 발밑에 흩어져 있는 노루 응가와 조금 더 큰 도토리.
그 사이에 수돗가에서는 보리우 보살님이 어마어마한 양의 자연산 송이를 손질하고 계신다.
(큰스님께서 우리 오면 먹이시려고 1kg나 구입해 두셨단다. 세상에나...)
점심을 먹으러 아래 공양간으로 쓰이고 있는 비닐하우스로 내려간다.
자연산 송이를 얇게 찢기도 하고, 된장찌개에 넣을 송이 손질을 시범보여 주시는 큰스님.
밭에서 수확한 배추 겉 이파리와 달착지근한 무를 채 썰어 무친 생채나물.
드디어 점심 한 상이 차려졌다.
내 평생 이렇게 많은 송이를 본 적도 먹은 적도 없는 것 같다.
스님께서 가르쳐 주신대로 송이 된장찌개와 생채나물을 넣고 스님표 고추장을 넣어 비벼~비벼~
못 미더우셨는지 직접 숟가락을 뺏아 '요래 요래 넣고 비비 묵어~' 된장찌개 속 송이를 듬뿍 올려 주신다.
토굴 앞 마당 석곽에서 수확한 금채를 싸서 방곡사표 생된장을 올려 묵으니 탄성이 절로 나온다.
'옴뫄야~ 진짜 너무 맛있다~!' 소화재 신세지고 있는 주제에 너무 많이 먹어버렸다.
설거지 서로 하려고 씽크대 앞자리 다툼이 치열하시다.
어릴 적 집에 있었던 것 같은 예쁜 자개 상에 혼자 감탄하는 주책.
점심 공양을 마치고 앞서거나 뒷서거니 사리탑 참배를 간다.
토굴 뒤 채마밭을 지나 사리탑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야자 매트가 깔려있다.
멀리 소백산 줄기를 훑으면서 오르다 보면 사리탑으로 건너가는 작은 철재 다리가 있다.
삼층 사리탑과 양쪽의 석등.
사리탑은 오래전에 큰스님께서 마련해 두신 경주 남산의 돌이다.
탑돌이...탑돌이...탑돌이...
내려가는 길에 낙엽과 감쪽같이 똑 같은 금두꺼비 한 마리...혹여라도 밞히면 어쩌려구...
정말 신기하도록 반짝이는 금빛이다.
30년 전에 경주 석물집에서 우연히 만난 작은 탑이 너무 예뻐서 주인에게 팔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고
그 동안 적당히 모실 곳을 찾지 못했던 3층 석탑에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시게 된 사연과
그 후 사리탑이 방광한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여주셨다.
구미 약용암 주지 유영스님과 경주 건천 단석산 백석암 주지스님께서 오셔서 우리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서울 올라오는 길이 막힐까봐, 저녁을 먹고 가라고 아쉬워 하시는 큰스님께 인사를 고하고 서둘러 출발했다.
'겨울 되기 전에 다시 한번 오소~'
토굴을 찾아 올라가면서 힘겹던 몸과 마음이
내려올 때는 별 거 아닌 듯 가비얍게 순식간에 산 아래로 내려섰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유난히 하늘이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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