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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

이미경 < 구멍가게, 오늘도 문 열었습니다 > feat. 월남쌈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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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 구멍가게, 오늘도 문 열었습니다 > feat. 월남쌈

lotusgm 2024. 1. 23. 10:27

 

 

 

 

구멍가게, 오늘도 문 열었습니다.

그림과 글 이미경

 

마을버스를 타지않고 걸어서 집으로 올라오던 길에 도서관에 들렀다. 그리고 키 큰 책꽂이 앞에서 숨을 몰아쉬며 고르고 

골라 두권의 책을 빌렸다. 한권은 이미 읽었고 나머지 한권을 오며가며 보기만 하고 책장을 넘기지 못하고 있었다.

괜시리 첫장을 여는 순간, 다시 덮지 못할 것 같은 예감이 있어서 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종일 부여잡고 끝장을 보았다.

책장을 넘길 때 마다 내 유년까지 소환하는 마음이 따뜻해져 오는 이야기와 그림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그 시절 집 앞 구멍가게 그대로인  삐걱거리는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면 냄새나는 석탄 난로

앞에서 졸고 앉았다가 깜짝 놀라 일어나는 호호할매를 만날  수도 있을 것 같은 착각에 빠지면서 책장을 아껴 넘겼다.

 

겨울 햇살이 빠득빠득 마루 바닥을 기어가는 시각...

 

 

 

 

                                                                                                               표지는  신거수퍼//경북 청도군

 

 

그동안 구멍가게를 찾아 나섰던 날들을 떠올리면 한적한 시골이나 혼잡한 도심의 언저리마다

오아시스 같은 구멍가게가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허전했던 마음의 틈이 어느새 위로 받고 다시

따뜻하게 차올랐습니다.

지금까지 만났던 구멍가게와 주인 어르신들이 들려주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프롤로그 '오늘도 열려있는 구멍가게를 찾아서' 에서 --

 

 

 

 

길 위에서 시간은 느리게 갑니다. <12쪽> '여행길' 에서

 

 

 

 

하동 나루터길 가게

 

 

 

 

우리슈퍼 뒷마당과 바로 앞 도로에는 자주색 꽃들을 활짝 늘어뜨린 더 크고 오래된 나무들이 뻗어 있었습니다. 라일락 중

세계에서 가장 인기 많은 품종이 '미스김 라일락'이라고 하지요. 1947년 미국의 어떤 식물학자가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라일락을 북한산에서 채집해 돌아갔는데요. 그것을 개량한 후 그 일을 돕던 직원의 성을 따서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도 들여왔답니다. 낭만적이게도 꽃말이 '젊은 날의 추억'입니다. <25쪽> '우리슈퍼' 중에서

 

 

 

 

집집이 냉장고가 없을 때 얼음만 파는 가게가 있었습니다. 얼음 한 덩이 사오라는 심부름을 하는 날이면 신이 났습니다.

대바늘을 대고 망치로 두들겨 쪼갠 얼음이 달달한 미숫가루가 되고. 시원한 미역 냉채가 되고.동글동글 모양 낸 수박에

사이다를 부으면 화채가 되었습니다. <38쪽> '얼음'에서

 

 

 

 

어느 봄날,연분홍 꽃잎을 활짝 피운 벚나무 그늘 아래 붉은 기와지붕의 '오목수퍼'는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습니다.

그해 가을,오목수퍼 그림이 담긴 책을 들고 다시 찾아갔습니다. 잠긴 문 사이로 들여다보니 가게 안이 텅 비어 있습니다. 

문 닫은 지 한 달이 되었답니다. 어디로 가셨는지 연락할 길이 없습니다. 좀 더 일찍 올 걸 닫힌 가게가 야속했습니다.

드리려고 가지고 온 '오목수퍼 주인아저씨께'라고 사인한 책은 갈 곳을 잃었습니다. <73쪽>

 

 

 

 

육지와 격리되어 유배되었던 외로운 섬,멈춘 시간 속의 교동도는 정겹고 순박합니다. 몇 해 전 강화도와 이어지는 다리가 놓이면서 사람들 발길이 잦아들고 그 모습은 점점 변하고 있습니다.

 

거세게 불던 해풍의 찬바람이 가고 얼어붙은 서로의 마음이 따스한 햇살로 하나되어 고향 땅을 밟는 날, 긴 세월 그리움을

가슴에 품고 살아온 실향민들의 마음에도 오랜만에 봄이 올 것 같습니다.

<80쪽> '교동도의 봄'에서

 

 

 

 

살다 보면 늘 여러 가지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을 마주합니다. 슬금슬금 앞서려는 불안과 욕심을 거둬 제자리로 돌리려

합니다. 시들지 않는 꽃이 어디에 있을까요? 세상사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지던가요? 가장 아름다운 오늘 하루에 최선을

다하자고 마음먹습니다만 쉽지 않습니다. 마음의 동요가 없는 일상이 그립습니다.

일상과 이상 사이의 간격에 지쳐 우울해 하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친구에게 말해 주고 싶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현재 이 순간이 소중하다고. 카르페 디엠!! <94쪽>

 

 

 

 

봉화면 한적한 시골가게에 걸린 괘종시계는 조용해진 주변 풍경 속에 침묵을 배웠나 봅니다.<104쪽>

 

 

 

 

문을 열고, 구멍가게 안으로

 

 

 

 

손 인상이라고 할까요?손을 보면 그 사람이 살아온 날이 보입니다. 젊은 날 옷을 만드느라 가위질을 많이 해서

마디가 굵어진 엄마의 손, 맏며느리로 시집와 칠 남매를 키우며 농사일까지 하시느라 거칠어진 시어머니의 손,구멍가게 

어르신들의 투박하고 주름진 손은 성실하게 살아온 삶의 훈장 같습니다.점점 못생겨지는 제 손이 참 고맙고 좋습니다.

<186쪽> '휘어진 손가락'에서

 

 

 

 

얼마 전 잘려나간 비자림로의 삼나무들을 보니 안타까웠습니다. 당장 앞에 있는 이익과 편리함만을 추구한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자칫하면 그 지역의 매력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지 않도록 생각하고 또 고민해야 합

니다.다행스럽게도 동네를 든든히 지키고 계신 분들을 만나 뵙고 아름다운 축복의  땅에서 작은 희망을 품고 돌아왔습니다.

제주도는 우리가 지켜야 할 보석과 같은 곳입니다. <207쪽> '제주도 구멍가게'에서

 

 

 

**********

갑자기??? 마음이 부르니 배가 고파졌다.

냉장고 야채 박스 속 야채를 끄집어 내서 채썰어 줄을 세웠다.

며칠 전부터 먹고 싶었던 월남쌈.

 

 

 

 

그리고 선물 받은 구포국수를 조금 삶아서 간장과 참기름을 넣고 조물조물.

소스는 월남쌈 피시소스, 땅콩소스, 스리라차소스.

 

 

 

 

드디어 허기진 뱃 속도 마음처럼 포만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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