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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
라 카페 갤러리의 박노해사진展 <아이들은 놀라워라> 본문
연일 최고 기온 34도를 찍어대는 날씨지만 막상 집을 벗어나면 갈 곳은 많다.
강남역 가까이 위치한 안과에 들렀다가 지하철 한번 환승이면 미루고만 있던 '박노해 사진展'이 열리고 있는
'Ra Cafe Gallery'로 가는 길목인 경복궁 역에 도착한다.
3번 출구를 나서 500여m 가는 동안에도 아름드리 은행나무들 덕에 그리 덥지않게 느껴진다고 위로하고 싶지만
그늘을 벗어난 풍경은 강렬한 햇빛에 산산히 부서지고 있는 중이다.
양산도 쓰고 썬그라스도 끼고...부지런히 걷다보면 메밀국수 집 간판이 보이고
기둥에 붙어있는 '박노해 사진展' 포스터를 확인하고 골목으로 꺾어 들어가면 된다.
'박노해 사진展' 만큼이나 가슴 두근거리게 만드는 '라 카페 갤러리'의 작지만 아름다운 정원에는
그 와중에 내가 만약 정원을 가진다면 제일 먼저 심고 싶은 목수국이 흐드러지는 중이다.
조금 이른 감이 있어 목이 꺾이도록 만개한 수국은 볼 수 없었지만 그 존재만으로 충분하다.
재빨리 어디에 자리를 잡을 것인지 살피고...오늘은 저 곳에 앉아야겠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문을 하고 앉으면 자리로 직접 가져다 준다.
커피 값은 좀 비싸지만 갤러리 관람료를 포함한다고 생각하면 수긍이 간다.
이제 '박노해 사진展'을 보기 위해 2층으로 향한다.
"내가 사진 속 사람들을 찍은 것이 아니라 그들이 카메라를 통해 내 가슴에 진실을 쏜 것이다."
박.노.해.
"사랑하다 죽는 것은 두려운 일이지만 사랑 없이 사는 것은 더 두려운 일이다. 사랑은 죽음 보다 강하다."
박.노.해.
'불가촉천민 소년의 기도'
열두살 비벡은 불가촉천민 부부의 자식이다.식당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도 매일 자기 손으로 빨아 다린 셔츠와 바지를 단정히 차려 입고 나선다. 꽃을 좋아하는 나를 알아 보고 짜이를 내올 때면 찻진 옆에 무심한 척 꽃송이를 놓아주는 아이.
비벡의 작은 방에는 몇 권의 책과 기도문이 있고 꽃향이 그윽한 흙마당에는 흰 빨레가 빛난다.
날 때부터 주어진 이 낡은 카스트의 천대와 차별 속에서 아름다움에 대한 감각, 총명한 일머리, 인간의 절도와 기품, 이런 품성을 갖기까지 그 고통과 눈물을 나는 안다. 비벡이 날마다 작은 성상에 물을 부으며 기도를 한다.
"저에게 인내를 주세요. 제가 용기 있게 자라면 어려운 이들에게 일용할 우유 같은 사람이 될께요.
저에게 지혜를 주세요. 제가 선생님이 되면 저 같은 아이들을 품어 줄 나무 같은 사람이 될께요."
'파슈툰 소년들' 알렉산더도 영국도 소련과 미국 조차 물리치며 이 땅을 '제국의 모덤'으로 만든 파슈툰의 눈빛.
아이들아, 네 안에는 푸른 빛이 살아 있으니. 부디 죽지 말고 다치지 말고 살아서 다시 만나자.
'파슈툰 소녀들' 미국의 계속되는 침공과 산사태로 피폐해진 아프가니스탄 산악 국경 마을의 파슈툰 소녀들. 선생도 없는
학교에 모여 손 칠판 하나에 돌려가며 글자를 쓰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 영하의 추위에 난로도 외투도 양말도 없이
벌벌 떨던 소녀들이 묵연히 앞을 응시한다.
'폭탄 대신 꽃을'
이스라엘 전폭기의 집중 폭격으로 황무지 처럼 무너져버린 스리파 마을. 마을 축제를 앞두고 연극 연습을 하던 많은 아이들이 한 자리에서 숨졌다. 친구들이 죽은 자리에 꽃을 들고 서서 참아온 슬픔을 터뜨리며 노래를 부른다.
아이들은 우리 폭탄 대신 꽃을 손에 들자고, 세계를 향해 평화 시위를 하는 것만 같다.
'로띠를 굽는 시간'
집집마다 화덕에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갓 구운 고소한 빵 냄새가 퍼져 나가는 저녁. 로띠를 굽는 엄마 곁에서 아이는
불을 때고 조절하는 일을 돕는다. "하루 중에 제일 행복한 시간이예요. 아이와 오늘 있었던 일을 나누며 말해 주죠.
누구든 만나면 먼저 웃으며 인사하렴. 친구와 우애 깊은 사람이 진짜 부자란다. 거짓말하면 네 마음이 불편하니 정직하렴.
그리고 늘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렴."
'탐빈나무 숲에서'
30미터 꼭대기에 달린 열매 줄기에서 체취하는 수액 통을 가지러 맨발로 나무에 오른 아빠를 조마조마하며 어깨를 걸고
지켜보고 있는 남매. 이 마을 아이들에게 진정한 어른이 된다는 것은 탐빈나무에 오를 힘과 용기를 갖게 되는 것이다.
"아빠가 멋있어요. 저도 어서 커서 나무에 올라 높은 곳에서 세상을 보고 탕예를 가져올 거예요."
아이들의 존경과 응원에 아빠는 더욱 힘을 내는 키 큰 탐빈나무 숲은 외롭지 않은 일터다.
길게 보는 '박노해 사진展'이라 내게는 좋다.
긴 호흡으로 천천히 가까이 볼 수 있어서 나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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