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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
오늘도 안녕? 수원 지동 골목길 <Ⅰ> 본문
'행궁동 벽화마을'을 둘러보고 화홍문 앞으로 나오면 수원천과 만난다.
난간에 걸려있는 시민들이 참여해서 그린 작은 그림들을 구경하면서 지동으로 향한다.
거리가 꽤 되지만 잘 정리된 시원한 수원천길을 걷는 것도 나쁘지않다.
지동시장을 조금 못미쳐 성벽길을 따라 왼쪽으로 접어든 주택가 골목으로 한참을 걸어올라간다.
드디어 지동슈퍼가 보이고 그 사이길로 들어서면 에니메이션 영화 속 얘기가 담긴 것 같은
예쁜 그림이 가득한 지동그림골목이 시작되는 거다.
정말 너무 뜨거운 날씨다.
우리는 이미 쮸쮸바 한개씩을 손에 든 채 골목으로 들어섰다.
옥상 빨랫줄엔 빨래가 주렁주렁
벽화 속 나무엔 하트가 주렁주렁...
벽화가 그려진 지가 얼마되지않은 듯 보인다.
색이 말끔하고 반짝거린다.
골목 안에는 우리보다 먼저 자리잡고 있던 뜨거운 햇살과 그림자가 난무하는 바람에, 우리는 몸도 정신도 혼미해졌다.
지금 바람개비가 돌고 있는 거 맞지?
지극히 갠적인 생각이지만..그동안 여러 벽화마을을 다니면서 내가 내린 결론은
나무랄데없이 빈틈없고 깔끔하고 두꺼운벽화 보다는 부담스럽지않고 있을 곳에 잘 자리잡은 투명한 색과 소재의 그림이
가장 감동적이고 인상적이었다.
사실 좁은 골목과 계단의 벽에 그림을 그리게 된 이유는 분명있을 것이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이야
그 속사정을 이해하기 보다는 눈 앞의 그림 그 자체만을 바라보고 감상하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바에야
기왕이면 그 벽화 앞에서 좋은 느낌과 인상을 가질 수만 있다면 소정의 목적은 달성한 거 아닐까...하는.
그런 측면으로 보면 지동 마을 대부분의 그림들은 각자의 소임을 다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동슈퍼.
일단 여기까지 나왔다가 다시 내려가서, 하트가 열린 집 앞에서 다시 윗쪽으로 올라가 나머지 그림도 봐야한다....
계단은 없지만 약간 언덕진 예쁜 골목길이다.
왜...이 그림 앞에서 산토리니섬이 생각났을까?
그랬다..언제부턴가 맑은 푸른빛을 보면 항상 같은 생각을 하기시작 한다.
키보다 낮은 담이지만 새들이 날고 구름이 뭉글거리는 하늘이 있었다.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은 분명 머리 속에 산토리니를 그리고 있었을 것 같다.
나비가 그려진 예쁜 포장지로 싼 선물박스 같다...
비로소 나는 벽화 앞에서 내가 해야할 일이 생각났다.
그 그림 속에서 희망과 미래를 찾는 것이다.
얘들아...뭐가 보이니?
골목을 빠져나오면 바로 눈 앞에 성곽이 들어오는데 모양과 색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아름답다.
넋을 빼고 들여다보고 있으니 동네 할머니 한분이 막대기로 가르키며 설명을 하신다.
일부는 옛날에 쌓은 돌 그대로이고 또 일부는 어느 대통령 때 쌓아올린 거라고...
녜..할머니 참 좋은 동네 사시네요..너무 예뻐요...
성곽길 조금 아래에 거대한 벽화가 전체를 둘러싼 집이 있는데 절인지 아니면 사주집인지 정확히 알 수은 없었다.
그렇게봐서일까?
색감이 굉장히 어둡고 소재 역시 정체성이 모호한지라 다른 지동 그림들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 들었다.
대문 앞에 걸린 붉은 깃발과 멀리 거대한 성처럼 보이는 교회...분명 어디서나 쉽게 마주치는 풍경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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