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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

방곡사 일주일 산림기도 일기장 본문

방곡사 가는 날

방곡사 일주일 산림기도 일기장

lotusgm 2013. 3. 14. 14:19

 

신년 초가 되면 전국의 어느 사찰이나 '산림기도'를 한다.

단양의 방곡사는 조금 늦게 올해의 시작을 의미하는 일주일 산림기도에 들어갔다.

나에겐 언제나 그림의 떡이란 생각과 근기따라..아무나 할 수 있는 거 아니란 생각으로

감히 엄두를 내지못하다가 올해는 드디어 짐을 싸서 산으로 들어왔다.

3월2일(음력1월21일)~3월8일(음력1월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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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일15시53분.

마침 바로 전날이 방곡사 지장기도가 있는 날이었다.

묘허큰스님께서 정성들여 담그신 '방곡사 된장'을 선물로 나눠주신다는 소식에 마당이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3월1일16시38분.

모두들 떠나가고 잠시후 산사 마당은 따스한 저녁햇살이 내려앉기시작했다.

일주일기도를 하기위해 남은 인원은 20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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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도 첫째날 -

 

 

3월2일16시52분.

새벽 4시 새벽예불 부터 시작된 기도 첫날의 오전은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오후2시에 시작된 참포주  216정근이 3시간째로 접어들고 있다.

묘허큰스님의 흐트러짐없는 염불음성과 더 빠르고 힘차게 울리는 목탁소리...

뭔지모를 울컥함으로 잠시잠깐 눈물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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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도 둘째날 -

 

 

3월3일 새벽4시35분.

멀리 보이는 옥지장보살님과 석등의 모습에 잠시 정신을 팔다가 새벽예불시간에 조금 늦었다.

 

 

 

3월3일 12시09분.

짬을 내서 젊은 사람들은 장담그기를 했다.

거의 2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3월3일 20시32분.

저녁예불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시 바라본 옥지장보살님 모습.

처음 철야기도를 하는 나로서는 감히 뭐라고 한마디로 그 모습을 형용하기가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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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도 셋째날 -

 

 

3월4일 12시시31분.

 2시간 30분째 사시예불 제이시 개념불사.

일본에서 오신 정우스님께서 이틀째 기도를 해주고 계신다.

 

 

 

3월4일 13시17분.

점심공양을 마치고 노보살님들과 옥지장보살님께 인사하러...

이제 몸도 마음도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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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도 넷째날 -

 

 

3월5일 13시18분.

얼었던 수곽은 어느새 맑은 물로 가득차고,

오후 기도를 위한 마실 물을 한병 가득 담았다.

 

 

 

3월5일 14시4분

참포주 216정근.

짐을 싸고 떠나올때는 분명 겨울이었는데 열린 법당문으로 비집고 들어와 등에 올라앉는 햇살은

완연한 봄의 그것이다.

정근을 시작하기 전에 수곽에서 떠온 시린 물을 한모금 마시고,두터운 겉옷을 벗었다.

 

 

 

3월5일 19시02분.

좀전까지 머리카락 보일라..정수리가 보이던 해가 앞산 뒤로 넘어가 버렸다.

저녁공양을 마치고 저녁예불 제삼시개념불사 들어가는 길.

 

 

 

3월5일 20시38분.

오늘은 저녁예불이 조금 빨리 끝난 것 같다.

자연스레 보리원과 옥지장보살님이 있는 곳으로 건너갔다.

 

 

 

밤에 바라보는 석등은 낮에 본 것과는 비할 바가 아니다.

사실이 그렇다...

 

 

 

낮에 바라본 이들은 저 계란처럼 생긴 둥근 것이 도대체 뭐냐고..

나 역시 '아마도 촛불을 형상화 한 것 아닐까요?'

그들도 나처럼 밤에사 둥근 촛불이 단순히 촛불 형태만이 아니란 걸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면 좋은데..

 

 

 

3월5일 20시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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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다섯째날 -

 

 

3월6일 새벽6시1분.

새벽예불 제일시개념불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

마당 한켠의 육지장보살님의 모습이 순식간에 보이다가 사라지다가를 반복했다.

그믐에 가까운 날이라 달님이 눈썹달인데 가득차 보이는 것과 같은 이유인 것 같다.

 

 

 

3월6일 9시49분.

사시예불시간을 앞두고 감로행과 보명화가 옥지장보살님 앞에서 108참회기도를 시작했다.

 

 

아름답다...

 

 

 

3월6일  16시42분.

참포주216정근을 끝내고 예의 그 뿌듯함과 대견함과 환희심으로 스스로 달떠서 어슬렁거리기 시작했다.

 

 

 

산사는 더없이 편안하고 고요하다.

저녁공양시간까지는 한시간.

 

 

 

저녁공양까지 한시간 비는 시간동안 감로행,보명화,미영씨와 십여분 떨어진 거리의

무문관으로 나섰다.

 

 

 

묘허큰스님께서 발원하시는 대로 방곡사 무문관에서 많은 큰스님이 태어나시길..

 

 

 

3월6일 18시50분.

저녁예불 삼시개념불사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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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여섯째날 -

 

 

일주일 기도 기간에 매월 '묘허큰스님과 함께 떠나는 마애불순례'가 있었다.

기도 여섯째날 새벽예불을 마치고 기도 중이던 7명은 승합차를 이용해 남원으로 가서 일행과 만났다.

남원 신계리 마애여래좌상 -보물 제423호.

 

 

 

예불을 올리는 중에도 쉴새없이 쏟아지던 봄비.

 

 

 

마애불에 공양을 올리고 내려오니 날은 거짓말처럼 맑아졌다.

돌아오는 길에 들린 승현사.

 

 

 

오래전 금강사 터인데 삼성각 뒤에 진귀한 그림이 있다는 사실을 큰스님께서 아시고,

원래는 훼손을 염려해 공개하지않고 있지만 우리는 가까이서 볼 수있는 행운을 얻었다.

감사합니다...

 

 

 

3월7일 18시16분.

마애불순례를 하면서 비도 맞고 추우니 수제비를 뜨라는 큰스님의 기별로

방곡사에 도착하니 담백한 수제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녁예불 걱정은 안하고 너무 많이 먹었다.

 

 

 

3월7일 20시47분.

저녁예불을 마치고 나오는 데 마당이 소란스러웠다.

어제와는 다른 모습의 특별난 광경을 보느라..그리고 누구는 찾느라..

그렇다고 안타까워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언젠가는 볼 수 있는 근기를 가지는 날이 올 거니까..

 

낮에 마애불순례 하느라 빼먹은 참포주216정근을  9시 부터 하느라 그날의 기도는자정이 넘어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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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도 마지막날 회향 -

 

 

3월8일 16시.

회향 법회를 마치고

부지런한 사람들은 법당 청소를 하고

법당에 있던 꽃화분에게 물을 주고 볕바라기도 시키고..

 

 

 

이제...올 때 가지고 온 가방을 제외하고는 내게 아무 것도 남은 것 없이

산사를 떠나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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