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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고 있는 방곡사에서 미주알 고주알... 본문

방곡사 가는 날

가을이 오고 있는 방곡사에서 미주알 고주알...

lotusgm 2017. 10. 12. 12:43





2017년 10월9일

방곡사 지장법회가 있는 날.

버스에 내려서 올라가는 길 끝에 먼저 와있던 가을과 마주쳤다.





연산홍과 철쭉은 애시당초 꽃은 떨어트리고 초록 이파리 만으로 무성한 계절을 맞았다.

그 안에서 포대화상은 푸짐한 미소를 짓고.














다음달이 되면 옥지장전 앞 산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옷을 바꿔입겠지만

지금은 지금대로 또 옷을 바꾸면 바꾸는대로 언제나 감동이지 아닐 때가 없으니...





노모께서도 저 계단을 올라가기 힘들다시며 언제부턴가 계단이 없는 수곽 앞으로

다니신다. 부처님법 들으러 방곡사에 오지 못하는 날이 올까봐 두려워 하시는 노모를 볼 때 마다

사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다.삼십년전 82세로 할머니께서 돌아가셨을 적에

주변에서는 장수하셨다고,호상이라고 진심으로 위로할 때도 아부지께서는 애끓는 울음 우셨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당신의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당신 곁에 없는 날이 올지는 생각해 본 적 없었다고...

나의 노모는 지금 86세 이시다.


계단을 힘겹게 오르는 어른의 뒷모습을 보고 노모를 생각하고..나도 두려워졌다.

지금은 저 계단을 올라 법당쪽을 바라보면 바로 보이는 장소에 앉아 딸이 오길 기다리고 계시지만...











익살스러운 요놈의 얼굴을 이렇게나 가까이 들여다 본적이 없었던 것 같다.





몇해 전부터 초록 탱자같은 봄날의 호두를 보고 믿을 수 없어 수확하는 가을의 익은 호두를

보고 싶어했는데..두어 알 남은 호두의 실체를 이제사 확인했다.











색을 더해가는 단풍에 질세라 누가 보든말든 고군분투 중인 작은 꽃들.





철불 앞에는 수확한 소쿠리 한가득 호두가 말라가고 있다.






(阿彌陀佛在下方) 아미타불제하방 이라

(着得心頭切幕忘) 착득심두절막망 하고

(念到念窮無念處) 염도염궁무념처 하며

         (六門常放紫金光) 육문상방자금광 하느니라

-나무아미타불-


지금도 어떤 행사를 하거나 불사를 할 때

그 불사를 장애없이 잘 회향할 수 있도록 증명해주십사~하고 먼저 증명불공을 해요.

그 증명불공을 할 때 누구에게 하느냐 하면 증명단을 앞에  3대 증명법사

(서천국(인도)의 부처님 이 후 뛰어난 조사 중 한분인 108대조사 제라받다라존자 지공대화상,

고려국 공민왕사 나옹대화상,조선국 태조왕시대  무학대화상) 

 세분의 위패를 모셔놓고 증명불공을 하고 행사를 시작하는 겁니다.


그 3대 증명법사 가운데 한분인 고려말기 공민왕 시대

나옹스님에게는 누나가 한분 계셨는데 아무리 염불을 하라고 해도 염불 정진을 안해요.

어느날 동생인 나옹스님이 불러 왜 염불을 안하는지 물었더니

'내가 동생이 이름난 큰스님이라 염불 안해도 극락갈 것은 뻔한데 뭐하러 염불을 합니까?'

그 대답에 나옹스님은 아무 말없이 후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불러 '오늘부터 밥 달라 애걸복걸을

하더라도 누나한테 밥 한술도 주지마라'고 일렀습니다. 밥을 왜 안주냐고 일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나옹스님께 가서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밥을 주지말라고 했는냐?'따지니


'왜 밥을 먹어야 하는가?'

'배가 고프니 밥을 먹어야지'

'배 고픈가?'

'밥을 안주니 배가 고프지'

'내가 밥을 많이 먹어서 배가 부른데 누나 배도 같이 불러야지'

'그게 뭔말인지..니가 먹으면 니 배 부르고 내가 먹어야 내 배가 부르지'

'그럼 내 염불 내가하고 누나 염불 누나가 해야지..내가 큰스님이면 큰스님이지 내 염불에

누나가 따라 극락 갈 턱이 있는가?'

'그럼 어떻게 해야하느냐?'

 뉘우쳤을  때 나옹스님이  누나에게 일러준 게송입니다.


아미타불재하방-아미타불부처님이 어느 곳에 계시느냐

착득심두절막망 -생각하고 생각하고 마음에서 항상 찾아 놓치지 말고

염도염궁무념처 -아미타불이라는 생각이 미치지않는 데 까지 염불이 이르렀을 적에

육문상방자금광- 금색은 금색인데 붉은빛 금색 광명을 놓을 것이다.

아니비설신의 육근육문에서 상방광 하리라.


그래서 그날부터 "나무아미타불"을 놓치지않고 잡고 (착득심두) 마음에 깊이 새겨서 염불을 했어요.

 생각 생각이 미치지 아니한데 까지 갔을 때 어느순간 탁~!!!깨쳤어.

나옹스님에게 달려가'동생스님 당신은 '육문상방에 자금광'한다는데 그 게송은 잘못 됐다'

'육문상방에 자금광하는 것이 아니라 산하대지가 자금광이다...산하대지 삼라만상 두두물물이

빛을 놓지 아니하는 것이 없더라'는 겁니다.

그래서 여러분들도 설둥멀둥 왔다갔다 하다가말다가 쥐었다놨다 놨다쥐었다 말고 쥐어야(집지執持) 되요

염불이라는 것은..주력을 하든가..놓치면 안된다 이거야..

집지명호 라야 다선공덕 이라 정토극락 한다...아미타불 명호를 집지하면 참공덕이 되어 정토극락 간다는 거여..


- 방곡사 지장 법회 묘허큰스님 법문 중에서 -






법문 시간에 내 코를 자극하던 냄새의 정체를 확인했다.

점심공양은 능이 송이 버섯 국,쌈장에 비벼먹는 곤드레 나물밥이었는데 최고였다.

노보살님들 챙겨드리고 남은 것만 먹을려고 했는데 너무 맛있어서 결국 더 먹었다.





법당 어간문과 마주한 보리수도 색이 변했다.








점심공양 후 오후 삼시개념불사와 시식.

봄도 아닌데 마당 끝 멍석에 앉아 자불자불...나 졸고 있는 거 아니야.

그저 여기서 바라보는 풍경이 너무나 편안했을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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