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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
제주올레 14코스 : 저지 ~ 한림 올레 본문
전 날, 14-1 코스를 걷고 저지 오름 출구 바로 앞의 펜션으로 돌아가서 짐을 찾아
다음 숙소로 옮겼었다.
202번 버스 협재리 정류장에서 10여분 걸어들어가는 곳에 있는'별빛 두방울 펜션'은
바다와 조금 거리가 있지만, 주변도 조용하고
마찬가지로 주인장의 서비스 역시 조용하게, 아쉬운 점 없는 곳이었다.
14코스 저지~ 한림 올레를 걷기 위해 숙소를 나와 출발점 '저지리마을회관' 앞에 도착,
정확한 방향으로 출발한다.
5월 22일 (토)08시 30분.
'저지예술정보화마을' 뒤로 5분만 올라가도
다양한 오름의 군상이 병풍처럼 펼쳐지기 시작한다.
전 날 올랐던 '저지 오름'
어디에...이런 길이 또 있을까?
지금 나는 손목보호대까지 하고, 또 넘어질까봐 주구장창 발 아래를 살피는 것이 아니고
내가 보고 싶은 것이 발 아래 있는 까닭이다.
우리 집에는 일년 넘게 쓰다듬으며 돌보는 올리브나무가 있는데 내게 뭘 보여주는
것이 없구만,여기는 길에 허드러지게 꽃을 피운 올리브나무가 있다...진심 집으로 데려가고 싶다.
그래, 측백나무 열매는 또 왜이리 사랑스러운거야? ^^;;
너른 농로를 지나다가 앞에 나타난 이름도 예쁜 '오시럭헌 농로'는
아늑하다는 의미의 제주어인 오시럭헌을 따 제주올레에서 이름지었단다.
정말 밭길을 걷는 느낌이 오시록하다.
제주올레에서 새롭게 개척한 이 길은 움푹 패인 굴곡이 있는 숲길이므로
'굴렁진 숲길'이라고 이름지었다.
숲길을 나와 마주친 풍경은 또 놀랍다.
이번에 실체를 알게 된 기장이, 잔디처럼 가득 자라고 있는 밭 풍경이 이렇게 멋질 일인지...
이건 분명 손으로 일일이 만든? 감동이다.
'무명천산책길' 입구 쯤에서 간단하게 간식을 먹고
조금 진행하다가 만난 간세 등에는 14코스가 12㎞가 남았다고 쓰여있다.
숲길 옆 인동넝쿨 꽃향기가 황홀하다.
이런~ 이런~ 자전거길이 아닌데 어쩌다가~
그대들도 나도 위험해요.
월령교차로를 횡단해 월령안길로 들어선다.
월령안길에서는 담 위에 올라앉은 선인장이 무서워 월담은 못하겠네.ㅋ~
(나중에 안내문에 보니) 월령리 주민들은 뱀이나 쥐가 집으로 집으로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집 울타리의 돌담 옆에 선인장을 심게 되었다고 한다.
제주의 아픈 얼굴 '무명천할머니'의 삶터와 무명천할머니 길을 지나
마을길 끝에서 준비없이 만난 바다...후와~
거금 5천원 짜리 선인장쥬스 한잔 사먹고 가자며
모퉁이 카페 창 밖에 앉았다.
'제주 월령리 선인장 군락' 입구에 14코스 저지~ 한림 올레 중간 스템프 간세가 있다.
이 곳은 선인장의 자생 상태를 잘 보여주고 있는 국내 유일의 선인장 야생 군락이다.
선인장이 이 곳에 자라게 된 이유는, 선인장 씨앗이 원산지로 알려진 멕시코에서 해류를 타고
이곳에 밀려와 모래땅이나 바위 틈에 기착한 것으로 보고있다.
여름이면 노란 꽃이 핀 선인장을 볼 수 있지만 그늘이 없는
선인장 산책로는 좀 힘들겠다.
'월령 포구'
월령 포구를 지나서 이제는 '비양도' 눈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해안길이 금능해수욕장, 협재해수욕장 까지 계속 이어진다.
척박한 용암해안 곳곳을 차지하고 있는 갯까치수염 과 갯메꽃.
밟지 않을려고 전전긍긍 발걸음을 뗀다.
'금능 환해장성' 앞 쉼터...
쉼터라고 해도 그늘 한 점 없는 돌식탁 돌의자에 앉아 다시없을 오찬을 즐겼다.
12시 45분.
오가는 사람들에게 자식같은 까칠한 반려견 자랑에 목소리 높이는 할머니.
시바견을 알아봐주니 좋아서 어쩔줄 모르시네.
금능포구.
갑자기 감았던 눈을 뜬 것 처럼 눈 앞이 확 트였다.
'금능해수욕장' 하얀 모래와 코발트색 물빛의 환상적인 조합에 감탄사만 연발한다.
처음엔 까마득하게 오래 전 추억이 있는 '협재해수욕장'인 줄 알았다.
조금만 힘쓰면 헤엄쳐서 닿을 수 있을 것만 같은 거리에 비양도가 바짝 다가와있다.
혹시 보정했냐고? 귀찮아서 그런 거 하지도 않을 뿐더러 그런 기능 조차도 없어.
보고있는 나도 못믿겠는데...믿기 힘들겠지.ㅋ~
야자수 길을 지나 '협재해수욕장'으로 넘어간다.
이건 뭐 해외 어느 휴양지라고 해도 믿겠네...
수십년도 더 묵은 추억 속 모습과는 달라도 너무 달라진 '협재해수욕장'에 왔다.
이름도 몰랐던 비양도는 식별되는 건물도 없는 그냥 섬으로, 바닷가에 우리 밖에 없는
그냥 파라다이스이던 그 때를 소환해도 다행인 건
눈 부신 백사장과 코발트 물빛은 여전하다는 거다.
보정한 거 아니라니까 그러네...
해변길을 벗어나 도로 옆을 걸으면서도 언뜻언뜻 보이는 바다는 진짜...대박이다.
'옹포리' 방사탑.
지리한 방파재길을 지나 한림항으로 들어선다.
'한림항' 도선 대합실 앞에 14코스 저지 ~한림 올레 도착점 스템프 간세가 있다.
돌아갈 숙소(협재리)가 가까워서 차암 좋다...느긋하게 숙소로 가는 버스를 타러 가다가
저녁거리를 사가기로 하고 한림 매일시장에 들렀다.
막상 메뉴를 뭘로 할 지 고민하다가 결국 순대국으로 결정...나름 단백질 보충이라
생각하고 보니 좀 우스운 그 순대국을 세번에 나눠서 먹었던 것 같다.ㅠ;;;
열흘만에 체중이 3키로나 빠진데는 분명 이유가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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