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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
아름다운 숲의 향연---명품 강남둘레길 4코스 둘레숲길 본문
확실하게 영하로 떨어진 날...나야 뭐 그렇다치고 야생에 적응이 안된 만보여사가 과연
걷자고 할까? 걱정도 무색하게 "누죽걸산"이라며.ㅋㅋ~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는 말이란다.)
단디 채비를 하고 명품 강남둘레길 4코스 둘레숲길을 걷자고,
만만한 3호선 매봉역 4번 출구에서 나선다.
지난번 1코스를 걸으면서도 그랬지만 도무지 출발점의 이정표가 너무 부실하다.
아무리 찾아도 4코스 출발점 이정표가 안보이는 상태로, 코스 경로에 나오는 '달터근린공원'을
검색해서 일단 출발하고 보는데, 그것이 엄청난 알바의 시작이었다.
그 와중에 지난 주에는 없었던 크리스마스트리에 혹해서 호들갑 좀 떨어주고...
그렇게나 찾아 헤맨 '대보름 달맞이 놀이터, 달터근린공원'이다.
만보여사가 검색해서 나온 '달터근린공원'을 기준으로 엉뚠 동네 돌고돌아
도착하고 보니 양재천에서 몇백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인데
반대쪽에서 헤매다가 4㎞를 걸어 진짜 '달터근린공원'에 도착했다는 거다.
(나중에 보니 '달터근린공원'이 세곳이나 있었다는 어이없는)
맥이 빠져서 놀이터에 앉아 간식을 먹으며 그걸 모험이랍시고 떠들다가 원기충전
진짜 출발했다.
이 곳에는 아직 단풍이 남아있네.
이 즈음 따뜻한 물이 펑펑 나오는 화장실에서 오랫동안 공들여
손을 씻기도 하고...참 좋은 세상이다.
아래엔 양재대로가 지나가는 '양재대로녹지연결로'로,
양재대로로 인해 단절된 구룡산과 달터근린공원을 생태적으로 연결한 다리이다.
이 길은 '서울둘레길'과 중복되는 길이라
몇번이나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느낌은 초면이다.
갑자기 나타난 굽이굽이 끝이 안보이는 계단.
숲 사이에 너무나 외롭게 놓여있는 위령비는,
젊음의 꿈과 보람을 그리며 창공에 나래를 펼치다가 가버린 넋을 기리는
긴 슬픔으로써 세운다고...
나무에 이파리 성성할 때 숲길은, 숲이 아니라 나무를 바라보고 걷는 길이지만,
홀딱 이파리 벗어던진 겨울의 숲길에서 바라보는 숲 이야말로 진짜 숲이다.
갑자기 툭 떨어지는 건 빗방울이 아니라 진눈깨비다.
만보여사는 이렇게 눈이 오는 건 행운이라고...여기서 눈을 만나다니 라며...너무 좋아라한다.
내가 가지지않은 긍정에너지와 순수함을 가진 친구임에 틀림없다.
구룡산 정상으로 가는 계단을 지나쳐 우리는 '명품 강남둘레길'을 걷는 중.
어지러운 이정표 사이에서 '수서역'으로 가는 '둘레숲길 4코스'를 찾아내고
방향을 잡는다.
짖지않아도 늠름한 자태의 불국사 견공.
(굳이) 친절한 안내문이 없었다면 알아챌 수도 없게 두 나무는 이제 영락없이
한몸인 사랑나무 연리목.
이 숲에서 처음으로 툭터진 풍경이 밀고 들어오는 곳은 '돌탑전망대' 이다.
2014년 까지 20여년간 모두의 안녕과 행복을 빌며 돌탑을 쌓던 누군가가
어느날 사라지고...사람들은 그분의 사망 소식을 소문으로 전해들었다고 한다.
'서울둘레길' 경로가 사유지를 거치게 되어있을때, 땅주인이
주변에 해괴한 인형이나 모형들을 세워서 길을 막은 사건이 뉴스에 보도되기도 한 곳이다.
누군가 팥배나무열매를 썩은 둥치에 꽂아놨는데 마치 꽃이 핀 것 처럼 보인다.
아파트 바로 뒤 약수터에 도착하고, 시간이 늦어 더이상 산길로 진행하기가
무섭기도하고...남은 '수서역' 까지 1㎞는 대로변으로 걷기로 하고 탈출한다.
산 아래 아파트 옆 '수서동 2구역 유적'은 기와가마로, 조업된 중심연대가 15세기 후반인 오래된 가마라고 한다.
출토된 기와 조각들로 미루어 보아 조선 태조가 만년에 머물렀던 희암사, 태종 때 자복사찰이었던
미륵사에 버금가는 사찰로 추정되는데, 원래 가마는 아파트 부지 내에 위치한 것을
현 위치로 옮겨와 복원하였다고 한다.
가마를 길게 절개하여 내부모습을 관찰, 이해할 수 있도록 전시한 멋진 유적지 이다.
길 건너엔 수서동 성당.
왜 걷고나면 뜨듯한 국물이 땡기는지는 모르겠지만.ㅋ~
'수서역'으로 가는 길에 널려있는 먹거리 중에 깨끗한 순대전문점으로 들어갔다.
종일 차가운 바람에 꼬집히고, 알콜 몇 모금으로 불콰해진 얼굴을 마스크에 숨기고
지하철 두번 환승해서 귀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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