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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
시오타 치하루 <In Memory> 의 우연한 흔적 속에서 본문
'문형태 展'을 보고 아쉬워서 어슬렁거리는데 복도 지나 건너편 전시실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들 너머 어슴프레하게 눈에 들어오는 풍경에서 직감적으로 내가 놓쳤던 그 전시회가 오버랩 되었다.
이건 순전히 그토록 후회하고 안타까워했던 보상같은, 나에게만 주어진 기적같은 행운이었다.
실제로 그녀들은 무심히 휘 둘러보고 나가버렸으니까...
꼭...2초만 서있다가 들어가자...
사실은 이랬다.
7월15일~21일 까지 가나 아트센터에서 열렸던 '시오타 치하루'의 in memory는 꼭 관람하고 싶었는데
하루 지나 뒤늦게 알아채고는 자신의 게으름의 소치를 원망하며 얼마나 분했는지...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in memory의 가장 메인인 설치 작품만 연장 전시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내가 꼭 보고 싶었던 설치작품이 문 안쪽에 있다는 사실에 적잖이 흥분되었다.
100평 가까운 공간에 스태프 10명과 함께 12일 동안 작업한 이 작품에 대해
전시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작가는 흰실을 쓰게 된 것은 소설가 한강이 쓴 '흰'을 감명깊게
읽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얀색은 죽음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 삶도 같이 표현한다고 생각한다'며
'죽음이 있으면 다시 삶이 있기 때문에 생과사 모두를 염두에 두었다'고 덧붙였다.
나에게 기억이 없다면, 나라는 존재를 설명할 수 있을까.
어떻게 내가 나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나는 기억과 죽음.그리고 인간의 존재에 대해 생각한다.
큰 배 위에 얹힌 옷의 외피와 같이,우리는 기억의 바다에서 영원히 방황하고 있다.
- 시오타 치하루 -
배는 기억을 담고 앞으로 나가는 의미이며 작가가 자주 표현하는 드레스는 '제2의 피부'로
자신을 타인과 연결하는 매체가 된다. A4 용지는 일기나 편지 등 기억을 기록한 것들을 뜻한다.
실은 엉키고, 얼키고, 끊어지고, 풀린다.
이 실들은 인간관계를 형상화한 것으로, 끊임없이 나의 내면의 일부를 반영하기도 한다.
'시오타 치하루'는 암을 두차례 경험한 후 혈관 또는 죽음을 연상할 수 있는 빨간 실을 주로 사용하는데
이번 전시회의 설치작품은 흰색의 실 만으로 수많은 이야기를 표현하였다.
2년 전 전시회에는 온통 붉은 실로 방가득 채운 그녀의 작품을 보기 위해 인파로 북새통을 이루었다고 한다.
전시회 기간 중에는 사람들이 많아서 아름다운 설치작품이 빛을 발하지 못하다가
오롯이 나 혼자 독차지 하고 실컷 탐닉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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