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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
여수 낮 바다를 소소하게 즐기는 방법 본문
'금오도 비렁길'을 걷고 그 날로 서울로 돌아오지 않고 하루 더 여수를 즐기기로 큰 맘 먹었다.
(6월9일 금요일) 다음 날 '여수 연안여객선터미널' 인근 숙소에서 나와 일단 '이순신광장'을 출발점으로 잡고 출발~
광장에는 조형물이 많아도 너무 많다.
정작 오늘 우리 일정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는 없지만 이른 시간임에도 주변은 꽤 번잡하다.
'이순신광장'을 지나 자연스럽게 바다가 보이는 산책로로 들어섰다.
'여수만'은 여수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여자만,장수만,가막만,여수해만,광양만의 5개 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2009년 11월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만" 회원으로 공식 등록되었다.
해변 공원 산책로에도 이런저런 조형물이 너무 많다.
여수를 상징할 만한 확실하고 유의미한 하나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은데...많이 아쉬웠다.
'이순신대교'
건너편 언덕 위 벽화가 보이는 곳이 오래 전 골목을 누비게 만들었던 고소동 천사벽화마을이다.
(나는 2017년에 오로지 고소동 천사벽화마을 벽화를 보기위해 야간 무궁화를 탔었다.)
그 아래에서 우리가 아침을 먹을 곳으로 정하고 들어간 곳...봄 177 브런치 카페.
창 밖으로 바다가 보이는 자리에 앉아 주문을 했다.
(사실은 오픈 전인데 밀고 들어간 거다.)
허니까망베르치즈 파니니와 아보카도 콥샐러드.
기대 이상으로 너무 맛있어서 꽤 많은 양인데 남김없이 다 먹었다.
브런치를 먹고 나와서 멀리서도 눈에 들어오는 하멜등대를 향하여 어슬렁...
밤이 되면 여수에서 가장 핫한 풍경으로 변한다는 하멜등대 주변에는 무수한 포장마차들이 포진하고 있다.
낭만포차 거리이다.
그리고 '하멜전시관'
전시관은 무료 입장이며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관람할 수 있는 그림에 자세한 설명으로 되어있다.
13년 28일의 기록 '하멜보고서'는 하멜이 풍랑으로 조선에 표착하여 귀향하기 까지의 경험을 기록한 일종의 보고서이다.
밀린 급료를 받기 위해 출간된 글이 유럽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며 각국의 언어로 재간행되어 미지의 세계
'코레아'에 대한 관심에 불을붙이는 계기가 되었다.
2층 전시실로 올라가는 계단의 리얼한 그림은 아마도 하멜이 풍랑을 만나 난파하는 모습을 표현한 것 같다.
1653년 8월16일, 64명의 선원을 태우고 네덜란드를 떠나 일본의 나가사키를 향해 하던 하멜 일행은 거센
풍랑을 만나 켈파르트섬(제주도)으로 표류해 오게 된다. 내가 알고있는 하멜표류기는 그저 하멜이 이국 땅에
적응하며 겪은 일들을 기록한 여행기 정도로 였는데, 하멜은 운좋게 기억에 남을 만한 배려를 입기도 했지만
이방인으로 여러 고난과 역경을 겪으며 자기 나라로 돌아가기 위해 여러번의 탈출을 시도했다.
1663년부터 3년간 여수의 전라좌수영(현재의 진남관 일대) 에서 더위와 추위 속에 고된 노역을 하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하멜기념관'을 나와서 '오동도' 가는 길은 그저 바다를 보면서 도로 옆 인도를 걸으면 된다.
바다 위에 배들이 떠있는 곳은 부산 갈맷길을 걸으면서 알게 된, 항에 들어오는 화물선이나 원양어선 등이
선박 수리나 급유를 위해 닻을 내리고 잠시 머무는 배들의 주차장 '묘박지' 와 같은 풍경인데, 확인할 길이 없다.
'애기섬'이 정확히 어디인지 구분이 안되긴 했지만 그 사연이 참혹하다.
1949년 6월5일부터 이승만정부는 전국의 좌익 인사들을 전향시켜 국민을 '보호하고 인도한다'는 명분으로 '국민보도연맹'을 조직하고 관련자를 가입시켰다. 여수의 경우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여수시와 돌산,쌍봉,삼일면 지역 보도연맹원들을 여수경찰서 무덕관에 집결시킨 후에 경남 남해도 남단에 있는 애기섬(소치도)으로 끌고 가 총살, 수장하였다.
보도연맹원을 이처럼 학살한 이유는 이들은 좌익 활동자들이니 인민군의 동조 세력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 내린 이승만 정부의 결정으로 알려졌다. 당시 특무대 관계자의 증언에 의하면 애기섬에 수장된 보도연맹 희생자는 약 120여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오동도' 까지 바다로 이어진 산책로가 없으니 저 터널을 통과해야 하는데,
생각 보다 터널 내부는 걷기에 거북하지 않다.
한려 해상국립공원 '오동도' 입구.
여느 관광지가 그렇 듯이 노점상이 즐비하고 단체 관광버스가 오가는 번잡한 곳이라 부지런히 벗어나 오동도로 향한다.
'오동도' 입구로 나와서 콜한 택시를 타고 이동 하던 중...터널 앞에서 굉장히 오랫동안 신호를 기다리다가
터널로 진입하고 보니 예사 터널하고는 완전히 다른, 마치 바위를 쪼아서 굴을 판 듯한 모양새 였다.
그래서 기사한테 물어봤더니, 일제 강점기 때 물자들을 나르기 위해 일본인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을 강제 동원해서
직접 손으로 저 바위 터널을 뚫었다는 얘기다.
그 말 끝에 무심히 '그 옛날 힘들여 판 터널을 지금 후손들이 잘 쓰고 있으니 감사하고 그나마 다행' 이라고 했더니 기사의
목소리가 갑자기 높아지며 강제 노역한 분들에 이입해 일본인들 욕을...괜시리 내가 미안해 졌다.
'오동도' 입구에서 택시를 콜해서 다음으로 간 곳은 검은모래로 유명하다는 '만성리해변'
검은모래 해변으로 유명한 곳이라고는 하지만 보기에 그리 검어 보이지 않아서 조금 실망...
누군가 모래 사장에 소소하게 만든 하트.
아직 해수욕장 개장까지는 한참이지만 빨리 다가온 여름 햇살에 눈이 부신
바다를 바라보며 생각을 비우기에는 딱 좋은 환경에 그렇게 오랫동안 앉아 있었다.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패러글라이딩이 눈 앞에서 착륙, 알고 보니 해변 모래 사장이
패러글라이딩 착륙장이라고 한다. 사람들 많은 휴가철에는 어쩌려구...
옆지기 생각은 한참 전부터 챙겨먹어야 할 점심에 있었던 듯 하다.
해변 끝까지 가보니 거나한 메뉴판이 붙은 횟집들 일색인데, 우리는 회나 매운탕을 먹을 생각이 전혀 없다는 거다.
사실 그만한 브런치를 먹었으니 점심은 건너 뛰어도 되련만...
바다를 좋아하지 않았으니 해수욕장에 대한 기억은 당연히 없고 더우기 내 평생 이런 곳을 기웃거리게 될 줄이야.ㅋ~
잔치국수를 주문하니 가게를 지키고 있던 할머니가 그러신다. '밖에 시원한데 앉아 있어~ 시간이 좀 걸릴 거구만'
사실 밖에도 바람이 안불어 별로 안시원하고, 정말 한참이 지나서 직접 가서 가지고 온 오봉 위 국수 냄비.
후와~ 이건 안먹어봐도 그 맛이 짐작가는 비쥬얼이다.
열무 김치를 곁들여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담백한 국수를 폭풍 흡입.
그리 오래 된 기억도 아닌데 고속도로 휴게소 잔치국수가 3,500원 하던 시절, 배는 고프지만 식욕이 없을 때
먹었던...그런데 어느새 6,000원이 되어 버렸네...씁쓸.
택시가 '만성리해변'으로 들어설 때 눈에 들어와서 찜했던 카페로 가서 시간을 보내기로 하고
정작 해변에는 사람들이 없더니 카페 아래 위층에는 사람들로 거의 만석이다.
자리를 잡고 내려다 본 창 밖 풍경.
'여수엑스포역'으로 가기 전까지 꽤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다.
모든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올 시간이다.
'만성리해변' 카페에서 자불자불하다가 택시를 타고 기사에게 역으로 가는 길에
엑스포공원을 지나서 가고 싶다고 했더니 '아쿠아플라넷'이 보이는 곳에 세워주며 바다 따라 역으로 가라고 일러준다.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와 함께 개장한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는
국내 2위 규모로 연간 100만 명이 찾는 남도지역의 랜드마크이다. 국제 희귀종 흰고래 벨루가들과
바이칼 물범 등 총 280여 종 3만 4,000마리의 다양한 해양 생물들과 교감할 수 있다.
그렇게 가다보면 '2012 여수엑스포'가 열렸던 멋진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여수 세계박람회 기념관'
'엑스포 디지털갤러리' 천정은 수많은 led 전구로 멋진 그림을 그리던 시절도 있었는데...
지금은 군데군데 이빨 빠진 것 같은 모양새로 멈춘지 오래 된 것 같고...
내 기억에 너무 선명한 이 가족들이 건재한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
2017년 고소동 천사마을 벽화를 보기 위해 이 곳을 지날 때 꽤 인상적인 가족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정보는 없지만 나로서는 짐작 조차 할 수 없는 투자의 산물인
엑스포박람회장의 여전히 유려한 모습의 건물들이 적당하게 활용되어 앞으로 오랫동안 건재했으면 싶다.
지금의 불꺼진 건물은 마치 버려진 폐가 같아서...동계 올림픽이 개최되었던 평창의 경기장들이 감당할 수 없는
유지 관리비 때문에 버려졌다는 모습도 뉴스에서 접한 적 있다.
'여수세계박람회장 사후활용 성공 다짐 선포식' 현수막이 걸려있는 걸 보면 박람회장이
방치되지 않고 새로운 시도가 이어지는 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유일하게 불이 켜진 패스트 푸드 가게에 들어가 기차에서 저녁으로 먹을 닭강정을 포장했다.
역사 바로 옆의 하프모양 '스카이타워'는 예전 시멘트 공장이었던 곳으로
제일 꼭대기 층에 전망대와 커피샵이 있다.
마리오네트 '연안이'는 그동안 자리를 옮겨서 앉아있는 것이 분명하다.
18시5분에 출발하는 서울행 ktx를 타고 짧지만 긴 여행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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