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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
지리산둘레길 3구간(인월~금계): ② 굽이굽이 산 자락 따라 마을 길을 간다.(장항마을~창원마을) 본문
지리산둘레길 3구간(인월~금계): ② 굽이굽이 산 자락 따라 마을 길을 간다.(장항마을~창원마을)
lotusgm 2024. 5. 8. 10:36
이 지점에서 점심을 먹을 수 있을거란 기대 하나로 왔는데 문닫힌 중국집이 야속해도 화풀이 할 데도 없고
화장실에나 들렀다가 다시 코스 위로 나선다.(식초공장 입간판 앞으로~)
점심을 못 먹었다는 상실감에 더 힘이 드는걸까? 쉴 자리도 없는 길 옆 그늘에 퍼질러 앉아서
서울에서 부터 사서 짊어지고 다니던 꿀호떡을 꾸역꾸역 밀어 넣어 당충전을 했다. 경사도 있는 포장길 제일 시러~
'서진암삼거리'는 '서진암'을 600m 앞 둔 곳인데 스님들께서 물건을 져 나르시는 지게가 놓여있다.
웬만만 하면 한번 올라가 보면 좋겠지만 아쉬운 마음으로 가던 길 간다.
벅수가 모호하게 가리키고 있는 두 갈레 길...이럴 때 굳이 계단 보다는, 지리산둘레길에서 처음으로 만난 인간 커플이 가는
방향으로 가는 게 상식 아닌가? 그런데 우리는 그래도~라며 계단을 택해서 올라갔더니 결국 끝에 가서 만나는 길이었다.
잘난 척이야 뭐야?
주변으로 아무 것도 없는 숲에 세워진 안내판이 눈에 들어온다.
'사람 손이 떠난 논밭, 묵답'
사업화의 물결 따라 농부는 논밭을 버리고 도시로 떠났다. 한때 고추가 익고, 벼가 고개 숙이던 논밭은 농부의 발걸음이
끊기자 나무가 들어서 이제 숲으로 거듭나고 있다.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땅의 본능을 볼 수 있다.
숲을 벗어나 와~ 마을이다~ 했더니 '중황마을' 쉼터는 인적조차 없다.
'중황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도 수많은 음식 이름이 우리를 유혹하지만 정작 그림의 떡.
거의 허물어진 '상황마을' 쉼터를 확인하는 순간에 우리 기대도 허물어졌다.
지금 옆지기는 마지막 하나 남은 희망인 '동구령쉼터'를 향해 남은 힘을 짜내고 있다.ㅋ~
멀리서도 두런두런 사람 소리가 들리는 '동구령쉼터'에 도착했다.(14시05분)
아무리 배가 고파도 미각은 살아 있는 사람을 상대로 다시 안 볼 사이긴 하지만 돈을 받고 파는 음식이라는 게
정말...내가 부끄러워서 음식 사진은 생략한다.(14시40분)
그걸 점심이라고 먹고 출발하는데 땡볕에 경사진 포장길에...삼박자가 딱 맞아 떨어지는 길을 20분 동안
꾸역꾸역 올랐다. 이래서 산행을 하는 사람들은 둘레길 걷기를 싫어하는 것 같더라. 산길로 고도를 높히는 것 보다 포장길로 이동하는 게 얼마나 더 힘들고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드는지 나도 안다. 그리고 사실 더 힘들다.
그렇게 올라 선 곳이 바로 '동구재' 이다.
'동구재'는 경남 함양군 마천면 창원리와 전북 남원시 산내면 중황리에 걸쳐있어 경상도와 전라도를 이어주는 길목이다.
이렇게 높은 숲 속에 있는 연못의 물빛은 신비롭기 그지없다.
숲을 벗어나 잠시 포장길로 고도를 높혀 다시 숲으로 들어 간다.
좀 처럼 보기 힘든 번듯한 쉼터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정자를 마주하고 앉아서 쉬다가 간다.
고개를 넘어 '창원마을'로 내려가는 중인데 늙고 힘든 무릎이 아우성치는 소리가 들린다.ㅋ~
갑자기 눈이 번쩍 뜨이게 아름다운 수형의 '창원당산' 나무가 눈 앞에 나타났다.
당산나무 앞의 지리산둘레길 3구간 스탬프박스.
오늘 우리는 지리산둘레길 3구간 종점인 '금계'까지 3.5km를 남겨두고 '창원마을'에서 숙박하기로 했다.
우리가 숙박할 민박집 골목 입구의 카페 '안녕' 앞에 지리산둘레길 벅수가 있다.(16시30분)
자연 친화적인 산촌민박에서 직접 가꾸고 뜯은 재료들로 먹음직스럽게 차린 뷔페식이라 먹고싶은 만큼
가져다 먹으면 된다. 그리고 사용한 그릇은 각자 설거지하는 발우공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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