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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
제주올레 17코스 : 광령 ~ 제주원도심 올레 본문
이번 일정의 마지막 날이네... '우도'를 다녀 온 어제 밤부터 새벽녘 까지 비가 오고
오늘 역시 보장받을 수는 없지만 비옷과 작은 우산 까지 챙겨들고 제주터미널 뒤 숙소를 나선다.
(동행은 배탈로 뒤쳐져서 출발하기로 하고 혼자 먼저)
버스로 17코스 광령~제주원도심 올레 출발점 간세가 있는 '광령1리 사무소' 정류장에 도착,
17코스 걷기 시작.
5월 26일(수) 09시 15분.
보이던 올레 리본이 눈 앞에서 사라져 방향을 잡지 못하고 사거리 위로
한참을 걸어올라가다가 다시 내려와 오던 방향에서 왼편 길 건너에서 리본 발견, 다행이다.휴~
'광령 1리 사무소' 앞에서 부터 무수천사거리에 도착하면 제일 가까운 횡단보도를 건너 진행한다.
도로에서 왼편으로 접어들어가니 바로 이런 풍경이 펼쳐진다.
기다렸다는 듯 빗방울이 떨어진다.
'무수천트멍길'의
무수천에 물이 흐르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지는, 정말 멋진 곳인 것 같다.
빗방울이 간혹 한방울 떨어지고, 마음이 괜시리 급해져 발걸음도 덩달아 빨라진다.
외도천교 아래로 건너간다.
'무수천사거리'에서 같이 헤매다가 마주친 제주 사는 분들인데,
시간이 나면 올레를 걷는단다. 부럽다...
잠시 도로(우평로) 옆길로 올라서면 기다리고 있던 간세가 이제 3㎞ 걸어왔다고 말해준다.
외도8경 중 그 첫번째가 월대에서의 피서(月臺避暑),
두번째가 월대 남쪽의 들이소에서의 봄구경(野沼賞春)이다.
마을에서는 신선이 하늘에서 내려와 동쪽에서 떠오르는 달 그림자가 물 위에
드리운 장관을 구경하며 즐기던 樓臺누대라는 뜻에서 '월대'라고 하였다.
조선시대에는 시인과 묵객들이 즐겨찾아 시문을 읊던 곳으로 유명하다.
500여년된 팽나무와 해송이 드리워진 '외도 월대' 경관.
외도교 아래 짐작컨대 무수천(월대천) 물길이 바다와 만나 합쳐지는 지점을 지나
이제부터는 제주시 도심으로 들어가는 구간이다.
제법 잦은 빗방울에 비옷을 꺼내입을 지 고민하면서 '내도 바당길'로 들어선다.
이렇게 종일 빗방울을 세며 걸어야 하나 보다.
'이호테우해수욕장' 방파제와 두 목마등대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번 올레길에서 꼭 만나고 싶었던 것 중 하나인 목마등대.
11시, 8㎞ 정도 걸어온 지점, 모래사장으로 내려가
아침에 숙소를 나오며 편의점에서 사온 빵 반쪽과 보온병에 채운 아이스캬라멜마끼야또를
홀짝이며 잠시 멍~~
뜨거운 커피였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이호테우해변'을 지나 걷다가 나타난, 뒷편에 '도두봉'이 보이는 이 곳은 어디일까?
거대한 벽화는 산뜻하면서도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거기에 비해 '도두 추억愛 거리'는 길 옆에 아이들이 모여서 추억의 놀이를 하고 노는
모습들을 재현해 두었는데 솔찍히 눈길이 가지않았다.
'도두항'은 여느 작은 어촌마을 같지않고 굉장히 번화한 느낌이 드는 곳이다.
재미있는 물고기 모양의 도두항교.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도두항' 물길도 참 예쁘다.
놀랍게도 한라산이 떡하니 지켜주고 있는 특별한 곳이네...
'도두봉 산책로' 입구 정자에 앉아서 먹다남은 빵조각을 먹고있는데
점심시간인지 넥타이 부대가 산책로 계단을 줄지어 오른다.
11시 50분.
높이 65m 남짓한 '도두봉'이지만 오르기 시작하면서 부터 눈에 들어오는
풍경들이 시원하다. 멀리 '이호테우'해변 목마등대까지 보인다.
'도두봉'에서 반대 방향을 바라보면 잠시 후 걷게 될 어영개 해안도로와
그 넘어 제주 공항 활주로의 모습도 훤하게 보인다.
이 곳은 조선시대 위급을 알리던 도원봉수대(도봉의 옛이름) 터 였다.
사방이 이렇게 트인 곳이니 아마도 좋은 봉수대 자리였을 것 같다.
도두봉 공원 앞 도로를 건너 붉은 양탄자가 깔려있는 듯한 길로 걸어 들어간다.ㅋ~
마을을 돌아나와 이제부터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인상 깊었던 해안도로를 걷게 된다.
그동안 봐온 대부분의 인어상, 혹은 해녀상의 신체비율은 굉장히 한국적이고 현실적인데 반해
이번에 만난 인어상은 제주에서 처음으로 보는 유니크한 외모를 하고있다.
너무 아름다운 해안도로를 걷다보니 자꾸 걸음이 느려진다.
바다를 끼고 걷는 해안도로의 풍경은 개인적으로 밑도끝도 없는 그리움이 일렁이는 길이다.
발걸음 뗄 때마다 마치 느린 화면 속 움직이는 곡선이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독특한 형태의 용천수 '몰래물'
제주도의 여러 마을들은 용천수를 중심으로 형성되었는데, 그 물의 양은 마을의 인구수를 결정하는 근간이 되었다.
1999년에 조사된 용천수는 911개 였으나 현재 중산간 개발과 도로 건설 등으로 수량이 급격히 줄고
용천수 자체가 파괴되고 있다.
용담 서해안로 방사탑.
난데없이 오징어를 널고있는 아짐이 내 눈과 마주치자 환하게 웃더라.
꼬닥하게 마른 오징어 꾸버서 씹으며 걷고 싶다는 내 생각을 알아채기라도 한 것 처럼.
드디어 '어영소공원'에 있는 17코스 중간스템프 간세를 만났다.
한 모자가 차를 도로가에 세우고 달려와 스템프를 찍고 간세와 인증샷도 찍고 다시 떠난다.ㅋ~
나는 잠시 바닷가 의자에 앉아 남아있는 커피를 마시고 다시 출발한다.
12시 50분.
17코스 중간 스템프 간세가 있는 '어영소공원' 끝의 '수근연대'
기기묘묘한 형태로 용트림하고 있는 이 해안길의 유난히 검은색 용암은
왜 이렇게 멋진건 지...이 길 그대로 용두암 까지 이어진다.
버스를 타면 차내 티비에 "제주국제공항에는 2분에 한 대씩 비행기가 이착륙한다"고 하더니
해안길을 걷는 동안 얼마나 많은 비행기의 배꼽을 봤는지...
사실 내가 바라보고 있었던 건 저 건너편 도심의 풍경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사람들이 계단을 오르내리는 모습이 보이고, 바로 '용두암' 이었다.
까마득한 옛날 딱 한번 와 본 '용두암'은 분명 이렇게 거의 길거리에 나앉아 있지 않았는데,
지금의 '용두암'이 있는 곳은 차들이 지나다니는 도로 바로 아래이다.
'용두암'은 그냥 용이 머리를 쳐들고 있는 모양의 바위라서 용머리바위 이다.
용왕의 심부름꾼이 한라산에 불로장생의 약초를 캐러왔다가 산신이 쏜 화살에 맞아
몸은 바다에 잠기고 머리만 물 위에서 바위로 굳어버렸다는 이야기도 있단다.
'용두암' 공원 끝자락 '용연 구름다리' 앞에 있는 코스모스 꽃밭.
'용연 구름다리'는 1967년에 처음 만들어진 현수교로, 2005년에 다시 세웠다.
영주 12경의 하나인 이곳의 야경이 관광객들 사이에 알려져 있다.
'용연 구름다리' 아래 신비의 물빛 '용연'
'용연'이 바다와 만난다.
'용연'을 중심으로 왼쪽편이 '서한두기',오른쪽에 보이는 길 쪽이 '동한두기' 이다.
왼편의 '서한두기'의 돌계단이 있는 곳은 용천수를 저장했던 물장고였다.
'동한두기'가 뭘까? 정보의 바다 속에서 아무리 헤엄을 치고 다녀도 동한두기에 있는 음식점 이름만
뻔질나게 등장할 뿐 어디에도 해답이 없었다.
그러다가 쓰윽 지나가는 짧은 단 하나의 문장...용두암에서 200m 거리에 있는 '용연'을 기준으로
동쪽을 '동한두기' 서쪽을 '서한두기'라고 불렀다.
횡단보도 건너 무근성 마을로 진입한다.
삼도 2동 '무근성'은 탐라시대에 성이 있었던 탐라 천년의 찬란한 역사로 표현되는 지역이며,
현재는 도시화의 진전에 따라 허물어진 상태이나 이 성은 탐라시대 이래 제주 역사의 중심지로
역활을 했던 유서깊은 곳이다.
삼도 2동 '무근성' 지역은 골목골목 마다 벽화가 그려져 있는 벽화마을이다.
골목 끝을 가로 막는 단정한 제주목 관아 담장.
제주목 관아 앞에 위치한 '관덕정'은 1448년 신숙청 목사가 창건한 것으로, '활을 쏘는 것은
높고 훌륭한 덕을 보는 것'이라는 예기의 문구에서 따와 '관덕'이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이 곳에서 활쏘기 시합이나 과거시험, 진상용 말 점검 등 다양한 행사가 이루어졌다.
제주도에 남아있는 전통건축물 중 가장 크며, 보물 제322호로 지정되어 있다.
조선시대 제주지방 통치의 중심지였던 제주목 관아는 이미 탐라국시대부터 주요 관아시설이
있었던 곳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제강점기 때 집중적으로 부수어서 걷어치운(훼철) 제주관아를
복구하기 위해 1991년부터 4차례 발굴조사를 마치고, 민관이 합심하여 제주목관아는
20세기를 마감하는 1999년 9월에 시작하여 새로운 세기인 2002년 12월에 복원을 완료하였다.
나도, 니네들도 참 유유자적 할 수 밖에 없는 풍경 속 이구나...
관아라기 보다는 여느 궁궐 못지않게 복원되어 있는 관아를 독차지하고 잠시 어슬렁거렸다.
'제주목관아' 앞의 횡단보도를 건너 17코스 도착점인 '관덕정분식'에 도착하기 까지는
좁은 동네 골목을 빙빙 돌고도는 길이라, 버스를 타러 나올 때는 '카카오앱'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2시 20분 이니 19㎞를 참 빨리도 걸어버렸네..뭐 바쁜 일도 없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저녁 비행기로 돌아올 걸 그랬다.
Epilogue
오후 늦게부터 비가, 그것도 많은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저녁을 먹어야 되는데 입맛이 영~ 없어 숙소 카운터에 붙어있는 주변 식당 중 한 곳을
골라 쓰레빠를 끌고 우산을 쓰고, 마음만은 여유롭게 쏟아지는 빗속으로 나섰다.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사먹는 밥의 맛깔스러움에 빠졌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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