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나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

존재의 의미를 다시금 일깨워 주는 영화 <앙: 단팥 인생이야기> 본문

About Others story..

존재의 의미를 다시금 일깨워 주는 영화 <앙: 단팥 인생이야기>

lotusgm 2023. 1. 6. 19:02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동네의 노오란 기차가 오가는 철길 아래 도라야키 가게 '도라하루'에는

3년 전 일하던 가게에서 폭행사건에 휘말려서 사회와 격리된 시간을 보내고 나온 센타로가 

폭력 사건의 피해자에게 평생 갚지 못할 장애를 입혔는데 거금의 위자료를 대신 물어준 사장의 가게에서

일을 하면서 빚을 갚고 있는 중이다.

단 거 안좋아해서 도라야키 하나를 다 먹어본 적도 없는 그가 운영하는 '맛있는 도라야키'라고 쓰인 붉은 깃발이 펄럭이고 있는 '도라하루'에 손님이라고는 (내가 보기에는)중학생 몇명 뿐이었다. 

벚꽃이 흐드러진 봄날..도쿠에할머니가 가게로 찾아왔다.

만으로 76세인 자신도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겠냐고, 시급은 반만 줘도 된다고...힘든 일이니 안될 것 같다고 센타로

도라야키를 한 개 주면서 거절하지만 잠시 후 다시 찾아 온 도쿠에할머니는 팥소가 든 봉지를 넘겨주고 간다.

쓰레기통에 던졌던 통에서 꺼낸 팥소를 먹어본 센타로는 팥소의 신세계를 맛본다.

벚꽃잎이 다 떨어진 어느 날 다시 가게로 찾아 온 도쿠에할머니를 반가이 맞이하고

다음 날부터 (도쿠에할머니의 표현)'해님이 고개를 내밀기 전'에 팥소 만들기가 시작되었다.오랜 시간이 걸려 완성된 도쿠에할머니의 50년 내공이 담긴 팥소로 구운 도라야키를 사기 위해 가게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그동안은 업소용 팥소로 만들던 '맛있는 도라야키'에서 '진짜 도리야키'를 파는 가게로 입소문이 났다.

어느 날 가게 주인의 부인이 와서 한센병 격리시설 요양소에 살고있는 환자를 직원으로 두면 안된다고,

자기들이 대납해준 위자료 갚을 것도 많이 남았다고..당장 도쿠에할머니를 그만두게 하라고 협박을 하고 간다.

고민에 빠진 센타로가 술을 먹고 가게 문을 열지 못한 다음 날, 팥소를 만들려고 가게에 나왔던 도쿠에할머니가

찾아오는 손님들을 상대로 혼자 영업한 사실을 알고나서 센타로는 결심한다.

'힘들지 않으시고, 하고 싶으시다면 판매 일도 도와주시겠어요? 원하는 대로 하세요.'

하지만 두 사람의 욕심없는 생각과는 다르게 세상 일은 흘러간다...한센병 환자가 있다는 소문은 '도라하루'를 마치 섬처럼 만들어 버렸다. 학생들과 같이 시를 읽는 국어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어릴 때 앓았던 병으로 굳어버린 손가락을 가진 도쿠에할머니는 '그럼 안녕히...'라는 마지막 인사를 남기고 세상에서 사라졌다.

 

얼마 후 센타로에게 전해진 한 통의 편지.

사장님, 도라하루는 요즘 어때?

혹시 기운이 빠져있는 건 아닌가?

 

단팥을 만들 때 나는 항상 팥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그것은 팥이 보아왔을 비오는 날과 맑은 날들을 상상하는 일이지.

어떠한 바람들 속에서 팥이 여기까지 왔는지 팥의 긴 여행 이야기들을 듣는 일이야.이 세상의 모든 것은 언어를 가졌다고 믿어...햇빛이나 바람의 이야기도 들을 수가 있다고 생각하지. 그래서일까?

지난밤엔 울타리를 넘어 불어오는 바람이 사장님에게 연락을 해 보라고 속삭이는 듯 느껴졌어.

사장님,아무 잘못도 하지않고 살아가는데도 타인을 이해하지 않는 세상에 짓밟힐 때가 있어...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도 있지...이런 인생 이야기도 들려줄 걸 그랬어.

언젠가는 사장님이 사장님만의 특별한 도라야키를 만들어 낼 거라 믿어.

스스로 개척한 길을 걸어가야 해... 사장님은 해낼 수 있어.

 

센타로가 사회와 격리된 생활, 복역 중에 몇번이나 면회를 오셨던 어머니, 어머니는 그의 출소 전에 돌아가셨다.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어드리지 못한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는 센타로 도쿠에할머니를 추방시킨 동네의 소문 보다

더 나빴던 건 소문으로부터 지켜드리지 못한 자기 자신임을 자책한다.그러던 어느 날 도쿠에할머니가 살고있는 젠쇼엔으로 찾아간다. 다시 만난 병색이 완연한 도쿠에할머니의 이야기...그리고 마지막 인사.

'사장님, 그동안 정말 고마웠고 즐거운 시간이었어...사장님, 난 괜찮아'

'정말로 즐거웠어...기쁜 시간이었지...벚꽃이 아름다웠어'

'벚꽃 흐드러진 봄날이 시작이었지...' 

 

가게로 돌아온 센타로는 자기만의 도라야키를 만들기 위해 매진하는데, 가게를 찾아온 여주인...가게를 리모델링 하고 자신의 조카를 사장 모시 듯 새로 시작하라는 통보 후 바로 가게 리모델링 공사가 시작되었다.

막다른 길인 듯 다시 찾은 젠쇼엔에 도쿠에할머니는 없었다...폐렴으로 삼일 전에 떠나버렸다고 요시코가 전했다.

 

병원으로 가기 전 친구 요시코에게 맡겨뒀다는 낡은 카세트에 담긴 도쿠에할머니의 남은 이야기...

'아이를 가졌지만 허락되지 않아서 태어나지 못한 아이...사장님을 처음 본 건 주중 행사인 산책 중 달콤한 냄새에 끌린 날이었지. 사장님을 처음 보았는데 너무나 슬픈 눈빛이었어. 그것은 예전의 내 눈이었어. 평생 담장 밖으로 못 나간다고 인정했을 때의 내 눈이었지. 그래서 난 이끌리듯 가게 앞까지 갔던 것 같아. 내 아이가 태어났더라면 사장님 정도의 나이가 됐겠지.우리 사장님, 그날 보름달은 나에게 이렇게 속삭였어. '네가 봐 주길 바랐단다...그래서 빛나고 있었던 거야'

 

무덤을 만들 수 없어서 누군가 죽으면 나무를 심는다는 그들...친구들이 심은 도쿠에가 사랑하는 왕벚꽃나무로 내려오는 햇살 아래에서 '도쿠에할머니'를 떠올리는 센타로에게 들려오는 목소리...

"우리 사장님 잊지마, 우리는 이 세상을 보기 위해서, 이 세상을 듣기 위해서 태어났어. 그러므로 특별한 무언가가 되지 못해도 우리는, 우리 각자는 살아갈 의미가 있는 존재야." 

 

다시 벚꽃이 피는 계절이 오고 벚꽃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공원에 '맛있는 도라야키' 붉은 깃발을 꽂은 센타로의 작은 수레가 나타났다.

 

'도라야키 사세요' '도라야키가 왔어요'

 

 

갈맷길을 걷고 서울로 올라오는 ktx 안에서

넷플릭스 화면을 열고, 어떤 영화를 볼 것인지 한참을 뒤적이다가 특별한 의미없이 택한 영화였다.

그저... 내가 보는 일본 영화나 드라마의 무성영화처럼 아무 소리도 없이 화면만 바라보는 '오디오가 빈'순간이 좋다.

과거 프랑스 영화에서 그들이 말하는 감성적인 부분만 부각시킨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야튼 조용한 기차에서 이어폰도 없는 내가 보기에는 딱 맞춤인 영화를 잘 고른 것 같다.

스포처럼 구구절절하게 대사를 곱씹어보고 싶었던 건 순전히 내게는 가슴이 멍멍할 정도의 감동이 전해진 때문이다.

도쿠에할머니역의 키키기린은 그 해 큰 상을 받기도 했고 우리나라에도 그런 할머니역을 대신할 배우는

무수히 많지만, 센타로역의 나가세마사토시 배우가 인상적이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