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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중에도 더 특별한... 가을이 무르익는 방곡사에서 본문

방곡사 가는 날

일년 중에도 더 특별한... 가을이 무르익는 방곡사에서

lotusgm 2021. 10. 27. 10:46

 

 

 

 

 

 

 

 

법당으로 가는 길 가운데 있는 용다리를 건너

가을이 짙은 산을 배경으로 유난히 정갈해 보이는 사면지장불 앞에 선다.

 

 

 

 

그리고 옥지장불.

 

 

 

 

 

 

 

 

 

 

 

 

 

특별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법당에 들어갈 생각도 않고 늑장을 부리고 있다.

바람에 보리수 이파리가 너풀너풀 떨어져 내리는 순간 마다 내 근본없는 상념이 덩달아 너풀댄다.

아마도 그리움이리라...

 

 

 

 

잔칫날이면 솥뚜껑이 수난을 당하다가 이제 신식으로 철판이 자리잡았다.

배추전과 늙은 호박전인데, 먹어보라 권하시는걸 나중에 다 같이 먹겠다고 사양했다가

공양 때도 맛을 못봤다.

 

 

 

 

 

 

 

너무나 오랫만에 북적대는 방곡사를 바라보는 느낌이 조금은 낯설기 까지 하다.

 

 

 

 

지장법회를 봉행하고 묘허큰스님 귀한 법문.

 

 

 

 

 

 

 

오늘은 방곡사 최고의 잔칫날이다.

23년 전 방곡사를 개원한 날이기도 하고 묘허큰스님 78번째 생신이기도 하다.

 

'생신 축하합니다~ 생신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큰스님~ 생신 축하합니다~'

노래 부르면 매번 어색해서 어쩔 줄 몰라하시면서도 입 가에 미소를 숨기지 못하신다.

보살들 그 재미에 매번 떡케잌을 들이대는 것 같다.

 

 

 

 

 

 

 

 

 

 

사실, 오늘 내 생일이라고 그러는데 간절한 축하를 받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거든...왜?

우리 속가의 어머니보살이 구십네살에 돌아가셨어요. 돌아가신 그 해 갔을 때에 다 찌그러진 시골 집에 들어서며 놀랄까봐 '저 왔습니다'하고 들어가니 그 소리 듣는 순간에 엉엉 울어...'왜 이리 우시냐'니까 '보고싶어 환장하겠다' '왔으면 보면 되지 뭐 그래 환장해 실컷 보소'하니 '아이고 뜬구름 지나가듯이 금방 왔다가 슬쩍 지나가는 거 어째 실컷 보노' 이카시더니 한 보름있다가 돌아가셨어... 그런데 그 전 해, 당신 93살 나던 해 내 생일이라고 오셨어요, 운전해 온 손녀딸한테 물어보니 집(의성)에서 출발해서 여기 까지 오는데, 국수를 삶아서 담은 오봉을 무르팍에도 안놓고 팔에 안고 왔대, 구십세살 먹은 노인이...도착해서는 차가 많아서 밑에서 걸어서 여기 까지 오는데 그걸 머리에 이고 왔어요. '그걸 왜 이래 해오노' 물으니 '생일날 국수 먹고 오래 살아라꼬' 그런 간절한 축하가 있겠어? 그런 간~~~절한 마음 속 뼈속 까지 우러나는 그런 축하를 받아봤지만 이제는 그 어른 가시고는 더 받을 수도 없어.... 큰스님 법문 중에서.

 

큰스님의 속가 어머님과의 일화를 들으면 언제나 나도 부모의 마음이 되곤한다.

간절한 생남불공 후에 얻은 귀한 자식과의 특별한 인연에 세상 떠나시는 날 까지 얼마나

애틋하셨을까? 가슴이 아프다.

 

 

 

 

공양하러 법당을 나서면서 바라보는 옥지장전 풍경은 그냥 숨이 턱 막힌다.

 

 

 

 

 

 

 

 

 

 

밥 타러 가면서 여기저기 한눈 팔다가 밥 줄에 서면 항상 파장 바로 직전이다.

그래도 최애하는 나물밥에 매콤 짭짤한 간장 넣어서 비벼 먹으면 두말이 필요없다.

다 같이 여기저기 삼삼오오 모여앉아 먹는 공양이 얼마 만인지...

 

 

 

 

오후 시식이 끝나고 법당에 모여 상단,영단,신중단에 올려져 있던 과일과 떡을

큰스님께서 한사람도 빠짐없이 골고루 나눠주셨다.

그리고 상황버섯 달인 물로 만든 3년된 된장 한통씩 받아 들고 절을 나섰다.

 

 

 

 

지난 달에 꽃 봉오리만 달려있던 화분의 국화가 그동안 부지런히 피고지고 했나보다.

니가 자식 보다 낫네...고맙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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