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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
치악산둘레길 제3코스 수레너미길-- 태종과 운곡선생의 이야기가 서린 옛길 본문
일찍 일어나도 괜히 늑장 부리다가 8시 넘어서 숙소를 나와서 도로 따라 걷다보니
어제와는 다른 모습의 '운곡저수지' 바로 건너편의 저녁을 먹은 음식점까지 내려왔다.
이게 뭐지? 정확하게 식별 안되는 이런저런 나물 반찬 일색이었지만 식당이 많지 않은 곳에서
아침을 먹을 수 있는 것에 감사하며...몇가지 반찬과 직접 구운 계란 프라이, 따끈한 순두부를 담아왔다.
솔찍히 조금은 까다로운 시선으로 보자면 일단 깔끔한 위생 상태도 의심되는 집에서 두 끼를 해결한 이유는,
이상하리만치 간이 딱 맞아 떨어지는 음식들이라는 거다. 먹고 있는데 주방에서 갓 튀긴 미나리 튀김을
옆에 놓고 가는 쥔장...깜짝 놀라도록 잘 튀긴 튀김.(한식부페 6천원)
배 부르게 먹고 '운곡삼거리'에서 '구룡사' 방향의 버스정류장에 서서 검색해 보지만
버스 정보가 전혀 안뜬다...이러고 있다가는 아무 것도 안될 것 같아서 편의점에서 얼음과 카라멜마끼아또 한 봉지,
주전부리를 주워 담아 제3코스 시점 가까운 곳까지 걸어서 접근하기 위해 출발한다.(8시55분)
멋진 느티나무 가로수길을 걸어서
민박촌 표시가 있는 곳으로 진행해도 되지만 치악산둘레길 이정표를 찾아서
'수레너미'다리를 건너기로...
이 곳은 옛날에 많은 선비와 객인이 강릉에서 서울로 다니던 한다리(백교) 골짜기 옛길과 조선시대 태종이 스승인 운곡
원천석을 찾아 강림으로 갈 때 수레를 타고 이 길을 지나 산을 넘은 수레너미재가 있어 이 유래를 생각하며 폐 교량을 이용,
어가를 형상화한 수레바퀴 모양의 조형물을 설치하였다.
치악산둘레길 제3코스 수레너미길의 시점은 어제 도착했던 '치악산국립공원사무소' 앞이지만
무의미한 도로길을 걸어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지 않고 이 곳에서 출발하기로 한다.
치악산국립공원사무소-- 잣나무숲(숲속놀이터)-- 수레너미재 정상-- 점터골 삼거리-- 태종대-- 14.9km
펜션과 민박들이 모여있는 마을길을 통과하고
정상부로 가는 길의 마지막 화장실을 지나면 드디어 산길로 접어든다.
산길의 초입의 발 아래는 아기자기한 풀섶이다.
치악산에는 유난히 층층나무가 많이 보인다.
그동안 내가 살면서 보아온 층층나무 보다 더 많이 본 것 같다.
아이들의 놀이터가 있는 '잣나무숲' 속에 들어가면 서늘한 공기가 느껴진다.
아침 커피는 이 곳에서 마신다.
벌써 해발 459m 지점을 지나며 길은 꾸준히 오르막이다.
휘어지고 틀어지고 꺾어지고...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나무들의 자태는 숲의 풍경을
신비스럽게 만드는 것 같다는 느낌까지 든다.
정상인 '수레너미재' 500m 남겨둔 지점의 나무 다리를 건너면
치악산둘레길을 걸으면서 내가 느낀 체감상 가장 높은 깔딱고개 구간이 시작된다.
이름없는 동굴도 지나고
길이 무너진 지점도 지나고
발이 쭉쭉 미끄러지는 너덜길도 오른다.
숨은 헐떡이는데 속절없이 숲은 왜 저리 아름답게 빛나는 거야?
그런데 여기서 아까아까부터 내 머리 속에 맴도는 의문 하나...태종은 이렇게 경사가 심하고
나무가 울창한 숲을 걸어서 옛스승을 만나야할 만큼...스승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진짜 속마음은 뭐였을까?
한편으로 그의 정성과 스승에 대한 마음에 경의심도 들지만 결국 스승을 만나지 못하고 다시 이 길로
되돌아 갈 때의 심정은 어땠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고개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정말 어마어마하다.(내게만 그런가?ㅋ~)
숨을 몰아쉬며 멈춰서서 내려다 본 풍경.
'수레너미재' 정상의 치악산둘레길 3코스 스탬프 인증함.
'수래너미재'는 조선 3대 왕 태종 이방원의 스승인 운곡선생은 고려의 멸망에 관직을 거부하고 개성을 떠나 강림리에
은거하였고, 이방원이 그의 스승인 운곡선생을 만나기 위해 수레를 타고 이 고개를 넘었다고 한다.
어마어마한 거목은 두릅나무과에 속하는 낙엽활엽교목으로 엄나무라고 한다. 지방에 따라서는 개두릅나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가지에는 굵은 가시가 돋아나 있어 잡귀나 병마가 이 나무를 보면 무서워 한다고 믿는다.
잠시 숨을 돌리며 간식을 먹고...이제는 거의 내리막 길이다.
700고지에 무의미한 계단과 빈틈없이 깔린 야자 매트는 놀라워 보이는데, 치악산을 사랑하는 원주의 블친은
둘레길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자연 환경을 파괴했는지 안타까워 했다.
산을 벗어나면 그늘 없는 강림마을을 지나가는 포장길.
도로 옆에도 꽃은 피고지고...벌깨덩굴 과 민들레 홀씨.
마을 끝에서 오른쪽으로 마을 언덕을 넘어 다시 산으로 들어가라 한다.
'점터골 삼거리'는 제 3코스 종점인 '태종대'까지는 4.6km 남은 지점이다.
인삼밭 옆길을 따라 내려서서 사라진 진행 방향의 이정표 날개 대신
오른쪽 길 아래 나무에서 펄럭이는 리본을 찾아서 걸어내려 간다.
어쩜 이리도 길을 요리조리 이어놨을까 싶게 오르락내리락 아직도 400고도 언저리를
부지런히 걷고 있는 중...
어마어마하게 규모가 큰 소 축사가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예의 그 악취가 나지않아서 신기하다 했더니
역시 대기업 백화점 횡성한우 지정농장이라 관리부터 남다른 것 같다.
아랫마을 풍경에 자꾸 눈이 간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더니 나중에 우리가 버스를 기다리며 앉아있게 될 마을 앞 풍경이다.
'횡지암橫指岩'은 가래골 북쪽 골짜기에 있는 바위를 가리키는 것으로, 운곡 원천석 선생이 이 바위에 앉아서 제자인
태종을 잘못 가르쳐 왕자의 난을 일으켰음을 한탄하였다 하여 빗길로 횡(橫)자와 가르칠 지(指)를 써서 '횡지암'이라고 한다
태종이 스승을 만나러 왔을 때, 노구소에서 만난 노파가 원천석이 간 방향을 "빗 가리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두가지 설이 있다. (정확히 '횡지암'이 어디있는지 알 수 없지만 흥미있는 내용이라서...)
'치악산국립공원' 표시 바로 맞은편 계단 위에 '태종대'가 있다.
치악산둘레길을 걷는 사람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지명이겠지만 도로 옆이기도 하고 계단 위에 있는
태종대를 위한 특별히 눈에 띄는 이정표가 없음이 조금 아쉬웠다.
조선조 3대 태종 이방원의 스승인 '운곡 원천석'은 고려의 멸망에 상심하여 관직을 거부하고 개성을 떠나 이 곳 강림리에
은거하였다. 이방원이 조선조 3대 태종으로 등극하여 왕위에 오르기 전에 스승으로 섬겼던 운곡을 찾기 위해 이 곳으로
왔으나, 운곡이 태종과 만나기를 꺼려 태종은 끝내 운곡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그 후 태종이 이 바위에서 스승을 기다리며 머물렀다 하여 이 곳을 '태종대'라 하였으며 '주필대(駐蹕臺)'라는 세워 누각안에
보호하고 있다.
'태종대太宗臺'
이 곳은 태종이 운곡을 찾아왔을 때 머물던 곳이라 하여 '주필대(駐蹕臺)'라고 불러오다가
후대에 태종대(太宗臺)라 고쳐 부르게 되었다. 절벽 위의 비각 안에 '주필대(駐蹕臺)'라고 새긴 비석이 있고
절벽 아래쪽 벽면에는 1723년(경종3)에 새긴 태종대(太宗臺) 등의 글자가 있다.
근처에 운곡 이야기와 관련된 노구소,횡지암이 있으며, 치악산에는 운곡이 은거하던 곳이라 전해지는
변암(弁岩)과 누졸재(陋拙齋) 터가 있다.
※다음 4코스를 걸으면서 와서 절벽 아래쪽을 다시 한번 살펴봐야겠다.
태종대에서 내려다 본 계곡.
'태종대' 계단 옆에 있는 치악산둘레길 제4코스 '노구소길' 시점.
누가 그렇다고 말한 건 아니지만 우리는 '태종대'가 주변에 시설이나 가게들이 많은 관광지 정도로 생각했는데,
정말 주변에는 아무 것도 없어서 길을 따라 내려와 버스정류장 의자에 넋놓고 앉아 있었다.
우리의 계획은 10여분 떨어진 부곡 종점에서 3시 35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안흥으로 갈 생각이었는데,
멍하게 앉아있는 우리 앞으로 77번 농어촌 버스가 지나가는 거다. 부곡 종점으로 올라갔던 버스는 3시 5분에
출발해서 15분에 우리가 기다리는 '콩깍지정류장'에 섰다. 야홋~~!!!
15분만에 안흥면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안흥면 시외버스 정류장 주변은 꽤 번화하고 소문대로 진빵가게 간판이 즐비했다.
면사무소 앞 원조 찐빵가게에서 찐빵 한 봉지를 사서 들고, 시간을 보낼 카페에 자리를 잡고 두시간여 시간을 보냈다.
(안흥에서 서울로 가는 차편은 하루에 다섯편, 우리는 17시21분에 동서울로 가는 시외버스를 탈 작정이다.)
안흥면 보건지소 바로 앞 비닐천막이 바로 동서울로 가는 시외버스 정류장이다.
원래는 한시간 30분이면 동서울터미널에 도착한다고 예정되어 있지만 30여분 더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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