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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년 첫 삼사순례: 암벽에 백제를 부드러이 새기다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 본문
을사년 첫 서산으로의 삼사순례 마지막은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이다.
개심사,문수사와 더불어 삼사순례 하기에는 딱 좋은 코스라는 생각이 드는 일정이었다.
주차장 주변에 어지러히 널려있는 이정표.
마애여래삼존상으로 가는 첫 계단을 오르고 고개를 들면 석축 위에 전각 머리가 보인다.
이 풍경은 뭐랄까...가슴 속에 쿵하고 뭐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한 풍경인데, 딱히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계절과는 상관없이 몇 번의 방문에도 항상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느낌이다.
길 옆으로는 당장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한 바위들이 포진해 있는데 이대로 괜찮을까 걱정이 된다.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 관광안내소.
오랫동안 마애불순례를 다녔지만 불이문을 지나 마애불로 가는 곳은 유일하다.
※마애불이란 절벽의 암벽이나 거대한 바위 면에 불교의 주제나 내용을 형상화한 것이다. 인도의 석굴사원에서부터 유래하였으며 특히 중국 산동지방의 마애불은 백제의 대 중국 통로인 서산,태안지역을 거쳐 우리나라 삼국시대 마애불 조성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국보 제84호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은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마애불 중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힌다. 얼굴 가득히 자애로운 미소를 띠고 있어 당시 백제인의 온화하면서도 낭만적인 기질을 엿볼 수 있으며 '백제의 미소'로 잘 알려져 있다. 빛이 비치는 방향에 따라 웃는 모습이 각기 다르게 보이는 특징이 있다.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 발견 일화: 오래 전부터 마을 사람들만 알고 있었던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이 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1959년이다. 발견 당시 재미있는 일화가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3편에 소개되어 있는데, 보원사 터로 조사 나온 국립부여박물관장 홍사준 선생은 발견 과정에서 지나가던 한 나무꾼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부처님이나 탑 같은 것은 못 봤지만유, 저 인바위에 가믄 환하게 웃는 산신령님이 한 분 있는디유, 양옆에 본마누라와 작은 마누라도 있지유. 근데 작은 마누라가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고 앉아서 손가락으로 볼따구를 찌르고 슬슬 웃으면서 용용 죽겠지 하고 놀리니까 본마누라가 장돌을 쥐고 박을라고 벼르고 있구만유. 근데 이 산신령 양반이 가운데 서 계심시러 본마누라가 돌을 던지지도 못하고 있지유"
왼쪽의 보살입상은 머리에 다양한 무늬와 꽃으로 장식된 관을 쓰고 있고 눈과 입을 통하여 만면에 미소를 띠고 있으며,
양손으로 보주를 들고 머리 뒤의 광배는 연꽃을 새긴 보주형 광배을 조각했다. 보주를 두 손으로 받쳐 든 보살상은 봉보주보살이라 하며 백제지역에서 많이 발견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마애여래삼존상의 이례적 구성은 당시 백제에 '법화경'의 유행과 관련하여 석가에게 성불하라는 수기를 준 연등불, 즉 제화갈라보살을 표현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운데 여래입상은 연꽃잎을 새긴 대좌 위에 서있으며, 둥글고 풍만한 얼굴 모양에 반원형의 눈썹,얕고 넓은 코,살구씨 모양의 눈을 크게 뜨고 미소를 짓고 있어 유쾌하면서도 자비로운 인상을 보여준다. 다섯 손가락을 가지런히 펴고 손바닥을 밖으로 하여 어깨 높이까지 올린 모양의 '시무외인'과 손바닥을 밖으로 하여 내린 모양의 '여원인'을 취하였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불상에는 이 두 손 모양을 함께 표현하고 있는데, 이를 '통인'이라고 하며 약지와 새끼손가락을 구부리는 특징을 보인다.
오른쪽의 반가사유상은 왼쪽 다리 위에 오른쪽 다리를 올리고 왼손으로 발목을 잡고 있으며 오른쪽 손가락으로 턱을 받치고 있는 전형적인 반가사유상의 모습이다. 천진난만한 미소를 짓고 있으며 머리에는 꽃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보관을 쓰고 뒤에는 연꽃이 새겨진 보주형 광배가 조각되어 있다. 보통 이 상은 석가가 태자였을 때 출가하기 전 고뇌하는 모습으로 '태자사유상'이라고도 하며, 번뇌하는 모습은 미래의 보처인 미륵으로 여기기도 한다.
멀리서 올려다 보면 산신각이 아슬하게 올라앉아 있다.
관광안내소 뒷편으로 산신각 가는 길이 있긴하지만
길이라고 하기에는 형편무인 지경이라 그냥 내려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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