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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
계묘년 동짓달 음력 20일 방곡사 지장재일(주지스님 법문: 목적 없는 삶과 비우는 삶) 본문
첫차를 보내고 두번째 마을 버스를 타고 내려와 큰길에서 터미널로 가는 버스로 환승한다.(06시21분)
그리고 터미널에 내렸는데 어둑어둑한 인도가 마치 금가루를 뿌린 듯 반짝거리는 모습에 차도에서 볼 수 있는
야광 물질인가 보다고 했는데 눈 앞에서 종종 걸음치며 가던 두 여자아이 중 하나가 질펀하게 넘어진다.
하이고~ 정말 아프겠다 는 생각과 넘어지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정신이 번쩍 들었는데, 반짝이는 건 얼음 결정체였다.
한달에 한번 정확히 06시50분에 터미널을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방곡사를 다닌 지 20년 쯤 되어 간다.
매달 음력20일 방곡사 가는 일은 앞으로도 20년은 더 이어질 내게는 가장 중요한 월례 행사이다.
오늘은 보리화보살님의 겉절이로 아침부터 과식했다.
보살님들의 새해맞이 선물 보따리 진심 감사합니다...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무탈하시길요~♥♡
공교롭게도 갑진년 2024년 1월1일이 방곡사 지장재일인데, 도로 상황이 원활해서
너무나 빨리 방곡사로 들어섰다.
누군가 올려다 보며 거대한 포대화상 치고 이렇게 온화한 미소에 편안한 포대화상은 없을 거라고 하는 바람에
새삼스럽게 배도 한번 만져보고 특별히 배꼽도 건드려 보고 웃었다.
두 보살님이 항상 탑전을 둘러 보곤 하시던데 오늘은 진광심 보살님 혼자 계신다.
도반 道伴이란, 나이가 많고 적음 지위가 높고 낮음을 떠나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를
함께 나누고 공유하는 진실된 친구를 말합니다.
두 분은 蓮智明이 뒤따라 가고 있다는 걸 눈치 채지 못하신 듯 하다.
요사채 위는 묘허큰스님께서 머무시는 처소이고 아래는 공양간이다.
방곡사 대웅전.
새해라서 일까? 신중단 앞에 유난히 공양 초가 많이 켜져있다.
주지 정봉스님의 지장예참.
큰스님의 법문을 듣고 공양하러 큰법당을 나서는 길...문을 열면 언제봐도 아름다운 그림이 펼쳐진다.
오늘 공양에는 특별히 순두부가 한그릇 씩...
묘허큰스님 그리고 증손 상좌 능각스님.
방곡사 대웅전 앞 보리수는 충북에 단 세 그루 보리수 중 한그루이다.
오후 시식과 제이시계념불사.
-- 방곡사 주지 정봉스님 -
우리가 비운다 비운다 하는 이야기를 하지만 비우는 게 어디 그리 쉽습니까?
비울려면 일단 내 마음을 채워야 할텐데 채워져요? 쉽게 안채워 집니다.
한 나라의 임금이 궁 밖으로 나와서 산책을 하다가 세상에 귀한 바다새 한 마리를 잡아서 궁궐 안 제일 좋은 곳에 모셔두고
매 끼니 때 마다 온갖 산해진미를 다 차려놓고 종일 좋은 음악이 끊기지 않게...그렇게 잘 모셨는데 이 새가 삼일만에 죽어버렸습니다....왜 죽었을까?
여러분들도 다 아는 얘기로 "내가 좋아하는 것은 남들도 다 좋아하고, 내가 싫어하는 것은 남들도 다 싫어한다."
정말 일까? 그건 순전히 내 생각이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상대방이 싫어할 수도 있어요. 임금이 좋아하는 거잖아 상대방은? 안맞는 거야...내가 싫어하는 것을 상대방은 좋아할 수도 있고...임금이 좋으면 그 새가 정말 내 마음 속에 들어와 있지만 이 새는 어때? 자기는 작은 물고기나 벌레 잡아 먹으면 충분한 거야. 절벽에서 둥지 짓고 찬바람 맞아가면서 사는 것이 더 행복했던 거지. 그런데 임금은 잡아다가 내가 좋아하는 거, 내가 즐기는 거를 남에게 하면 남도 좋을 거라는 것은 맞는 얘기가 아니지...틀린 얘기지.
비운다고 얘기하는 거는 여러분들도 사실 막막하잖아요 어떻게 비우는가...뭐를 비울 줄 알아야 비우지... 내가 비울려고 하면 상대가 내 안에 들어와 있어야 비워지는 겁니다. 상대가 내 안에 들어와 있어야 하는데...
남편이 내 마음 속에 들어와 있어야 되는거고, 아내가 내 마음 속에 들어 있어야 하는데, 남편이나 아내가 내 마음 속에
들어와 있지 않으면 내 마음 비울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자식이 내 마음 속에 들어와 있어 봐요...아시잖아요...내 마음 비워지는 거...그래야지만 내 마음을 비울 수 있어. 이것이 남편과 아내 부모 자식간 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는 모든, 그것이 인간이든 자연이든 무엇이든지 간에 마음 속에 들어와 있어야 내가 비울 수 있어, 들어와 있지 않는다는 것은 안비우는 거야,못비워...왜? 나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내가 좋아하는 것은 남들도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내가 싫어하는 것은 남들도 싫어한다고 생각하고...결코 다 맞는 얘기가 아닙니다...물론 맞는 경우도 있지.
그래서 우리 그 생각을 한번 해봐야 하는 게, 어젯밤에 여러분 2024년 갑진년을 위하여~ 행복을 위하여~취업을 위하여~승진을 위하여~ 많이 하셨잖아요. "위하여~"라는 것은 목적이 있는 삶이야. 불교에서의 (목적이 없는)무위無爲와 (목적이 있는)유위有爲를 이야기 해요. 목적없이 살아도 될까요? 그래도 돼요? 그래도 됩니다...'행복을 위하여~'는 행복이라는 목적이 달성되기 이전에, '승진을 위하여'는 승진이 되기 이전에는 불행한 건가? 우리가 이렇게 모여서 한 달에 한번 법회에 참석하는 목적은 뭐예요? 그게 달성이 안되면 나는 불행한거야? 그냥 이 행위 자체가 즐거워야지만 되는 겁니다. 한달에 한번씩 오는 길, 몇시간씩 버스 타고 와서 어른스님 법문 듣고,모여서 같이 염불하고 ...그냥 이 자체가 즐겁고 행복해야지만 되는 것이지 이 것을 통한 다른 목적이 있으면 그것은 행복하지가 않아요.목적은 여러분들이 일과 잘 하고 지금이 행복하고 잘 지낸다고 하면 언젠가는 다 나한테 돌아오게 되어있는 거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좋은 거고... 그래서 우리가 사랑한다는 것은 그 상대가 누가 되었든 내게 들어와 있어야 내가 비울 수 있어요. 들어와 있지 않은 이상 절대로 비울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래서 내가 비울려고 한다면 상대를 내 마음 속에 들여놔...그러면 내 자신이 기억을 하고, 그런데 안비워진다 그러면 내가 비운 게 아니야. 여러분이 뭔가 많이 비우고, 건강하고 화목하고 희망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나 아닌 남, 인간이든 동물이든 자연이든 다 내 마음 속에 한번 넣어보고 그러고 나면 내 자신이 비워진다는 것을 경험하면서 목적없는 삶도 사는 것이 어떤 삶의 한 모습 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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