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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

20년 된 욕실이 자랑하고 싶은 새 욕실로 환골탈태했다. 본문

Beauty ~~

20년 된 욕실이 자랑하고 싶은 새 욕실로 환골탈태했다.

lotusgm 2025. 5. 5. 09:51

 
 
 
 

늙는다는 건 한마디로 불편해지는 거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 요즘이다.
이사와서 20년 가까이 되어가는 집 역시 사는 사람 따라서 여기저기 삐걱거리며 내려앉고
생활의 흔적들로 곳곳에 얼룩이 지고...언제부턴가 욕실에 들어가면 한 곳에 눈이 머무는데 눈으로 보기에도
조금씩 뭔가 진행이 되고 있는 듯 하다는 거다. 그런데 다른 식구들은 전혀 의식을 못하는 것 같은 답답함.
그래...천정이 조금씩 내려앉고 있어 몰딩과 틈이 생기고 있다. 그리고 환풍기에는 분명히 먼지가 포화 상태라 내는 비명
소리가 더 심해지고 있는 것 같다. 저런 건 어디 누구에게 이야기해야 되지? 눈으로만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딸과 사위가 놀러온 날...한 참 동안 화장실에서 덜거덕 거리던 사위가 조심스럽게 화장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이야기하면서 자기가 간단하게 손볼 수 있을 것 같다는 거다.
뭐시라? 어떻게? 이과적 두뇌라고는 없는 두 문과 박사학위자들과 살고있는 나로서는 상상도 못한
제의가 들어온 거다. 대수롭지않게 그렇게 이야기 하고 넘어가는 줄 알았다.
 
 

 

토요일 아침에 사위가, 나는 들어올리기도 힘든 공구 가방과 함께 들이 닥쳤다. 
 
 

 

공구 가방 뿐만 아니라 어디다 쓰는 물건인고?
 
 

 

이렇게 땐땐하게 공사 준비를 해서 왔다.
 
 

 

도저히 내 눈으로 사위가 고생하는, 나로서는 상상이 안되는 어려운 작업을 하는 모습을 못 보겠더라.
잠시 후 슬쩍 문틈으로 보니 하이고 세상에나~ 천정을 다 뜯어냈다. 낯설다...
오래 전에 한 작업이라 지금은 쓰지 않는 원시적인 방법으로 공사를 한 것 같다고, 지금은
이렇게 무지하게 하지 않는다고 아무 일도 아니란 듯 저 지지대까지 다 뜯어 내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면서
걱정스러워 몸둘 바를 모르겠더라. 못 하나 박아 본 적 없는 아들도 두 손 놓고 지켜보며 많이 놀랐을 거다.ㅋㅋ~
(그 조차도 잠시 후 출근을 하고...이제 사위와 나 둘 뿐이다.)
 
 

 

 잠시후  이제 그만둘 수도 어쩔 수도 없는...이런 상태가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혼자 할 수 있는 공사가 아니라는 정도는 나도 알겠더라...어디에선가 활자와
씨름하고 있을 남편을 호출했더니 잠시 후 득달같이 와서 눈 앞에 벌어진 모습을 보고 당황하며 그 역시
이건 거의 대참사라는 생각을 하는 듯...뭘 알아야 도와주지.ㅋ~
그래도 도울 기술이라고는 없지만 보탤 힘이라도 조금 생겼으니 나는 안심이 되었다.
 
 
 

아침에 올 때 가지고 온 어마어마하게 큰 판때기가 욕실의 천정이었나 보다. 그런데 빈 욕실이 아니라 이미
샤워 부스가 설치된 상태니 전체 천정 크기의 판을 덮으려니 각이 안나와서 집 밖으로 들고 내려가서
잘라서 다시 올리는 여러 번의 반복 후 서서히 대참사의 흔적이 덮히기 시작했다. 언빌리버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두 일꾼의 점심을 준비하는 일이라 그 때 부터 엊저녁에 우연히 봐 온 장으로
점심 상을 차리기로 했다. 그리고 (증거는 없지만) 소고기 등심을 구워서 점심을 먹였다. 
밥 먹으라고 부르러 갔더니 내가 보기엔 거의 완성 단계까지 간 것 같았다.
다행히 사위가 밥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미안한 마음이 조금 덜어지더라.
 

 

 천정과 벽 사이를 실리콘으로 말끔히 마무리하고, 오랫동안 쌓인 먼지 때문에 비명을 지르던 환풍기도
새로 사와서 바꿔 달아주었다. 수압이 낮아서 찔찔거리는 샤워 부스 수도까지 해결하고 나니
그럭저럭 이른 저녁을 먹을 시간...부지런히 무콩나물밥을 해서 저녁 먹고 가라고 했더니 '영지(우리 딸)하고
저녁은 같이 먹어야 되는데...' 라면서 맛나게 두 그릇 먹고 갔다.
사위를 보내놓고 딸한테 '너 시집 참 잘간 거 같애' 톡을 했더니 망설임없이 '응~그런 거 같애'란 답이 왔다.
 
공대를 전공한 사위가 하던 일을 그만두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시작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두 자식에게서는
들은 적 없는 '하고싶은 일'이라는 엄청난 '통보'에 뭐라 말을 보태기는 힘들고 걱정스러웠지만, 볼 때 마다 하고있는
일이 만족스럽고 덕분에 몸이 건강해 지고 있다는 자랑에 안심이 되었었다.
(그 다음부터 나는, 절에 가는 날이면 사위와 딸 이름으로 '건강 소원성취발원'의 초를 켜는 습관이 생겼다.)
욕실 천정을 갈아치우는 것만 보고 사위가 하는 일을 전부 알게 되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번 일로
나도 사위가 대견하고 자랑스러워졌다.
'그래~ 니네들이 좋으면 나는 당연히 좋지~'
 
 내가 받은 어버이날 선물 중에 가장  인상적이고 유의미한 선물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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