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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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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story..

오지라퍼와 오지라퍼가 만나면 생기는 일

lotusgm 2023. 9. 17. 10:27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을 걷고 교통편이 없어 무의미한 길을 걸어 도착한 '정동진역' 시원한 역사 안으로 들어가

넋놓고 앉아 있었다. 7시 31분 기차라 느긋하게 저녁을 먹을 수 있는데 관광지 역 부근에 있는 음식점이라고 해봐야

간판만 요란하지 실속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검색을 하다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리고 역 앞 음식점 골목으로 들어 섰다가 모텔 앞에 앉아 계신 어르신을 만나 동네 맛집을 소개해 달라고...몸을 숙이고

작은 소리로 하시는 말씀인 즉슨, 명색이 관광지라고 음식점이 있기는 하지만 거기서 거기라...맞는 말씀이라고 공감한다.

각설하고... 그래도 그중에 추천해 주신,어르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이름만 엄마 손맛 인 집에서 콩나물 마저 푸악 곰삭은 황태해장국을 겨우 반 정도 먹고 나오다가 화분을 돌보고 계시는 어르신과 다시 마주쳤다. 이 오지라퍼가 작년에 떠나신 아부지 생각도 나고, 노인분들 애지중지 화초 가꾸는 즐거움을 이해하는지라 덕담을 던졌다.

 

'애궁~ 화초도 어쩜 이렇게 잘 가꾸셨어요? 애들이 아주 행복해 보여요. 어르신~' 

'허허허...'

'그런데 이 앙증맞은 애들은 머에요?'

'응~ 고춘데 먹지는 못해~'

'너~무 기엽고 예뻐요. 잘 가꾸셨당~'

'집에 빈 화분 있어? 한 넘 주까?'

'에~~?'

내 대답은 애초에 들을 마음도 없으신 듯 휘적휘적~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시더니 마당 뒤에서 봉다리를 들고 나오신다.

 

 

 

 

 

화초고추(꽃고추)

학명 :  Caspicum annum

과명 : 가지과

 

화초고추는 멕시코, 과테말라, 남미 지역에서 야생으로 자라는 다년초로, 처음에 이 고추의 씨앗을 새들이 먹고는 이동하여 사방으로 퍼트려 놓는것을 원주민들이 모아다가 정원이나 창가의 화분에 심어 키우게 된데서 기인해 재배 품종화 된것으로 전해진다.그래서 영어권에서 다른 이름으로는 '새고추(bird pepper)'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화초고추는 늦여름부터 꽃이 펴서 12주 동안 예쁜 열매를 볼 수 있는데 열매가 달리기까지는 눈에 띄지 않지만 일단 열매가 파란색으로 달려서는 노랗게 변했다가 최종적으로 빨강, 주황, 노랑, 하양, 자주검정색 등이 된다.

 

 

 

 

바로 저 모습이다. 작년에 떠나신 우리 아부지도 누군가 당신의 화초를 입에 올리기만 해도 주섬주섬

쌓여있는 빈 플라스틱 화분에 옮겨 담으시곤 했다. 본가에 갈 때 마다 따라다니면서 살펴봐도 애들에게 특별히 뭔가를 하시는 것 같진 않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들여다 보고 만져주신다는 거다. 앙상한 팔뚝과 휑한 정수리,그리고 거침없는 맨손...

꼭 우리 아부지 모습 같아 눈을 뗄 수가 없다. 이 쯤되면 감사히 받는 순간 오지라퍼들 끼리는 해피 앤딩이다.

 

 

 

 

어떻게 인사를 해야할 지...봉다리만 주물럭 거리다가, 다음번에 정동진에서 일박할 때 뵙자고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진짜 그렇게 할 작정이다.

 

 

 

 

 

 

 

그날 11시 넘어 집에 들어와서 바로 화분에 심었었다.

요즘 열심히 들여다 보면서 아이가 몸살을 앓지는 않는지...언감생심 열매가 달리지는 않는지...

감시 아닌 감시를 하는 중이다.(0908)

 

 

 

 

원래 화초는 꽃을 피우고 있을 때 분갈이를 하면 안된다고 우리 아부지께서 하신 말씀이 기억나서

노심초사했는데 다행히 새로운 꽃도 피우고 원래의 꽃이 떨어진 자리에 깨알 보다 조금 큰 보라색

아기 고추가 달리기 시작했다.(0914)

 

 

 

 

(0917)

※오지랖은 앞가슴을 감싸는 부분입니다. 오지랖이 넓으면 가슴을 넓게 감싸 줍니다. 그런데 남의 일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사람을 '오지랖이 넓다.'고 하지요. 또 그런 사람에게 "오지랖이 몇 폭이냐?"고 비아냥거리기도 합니다.

오지랖이 넓다는 것은, 남을 배려하고 감싸는 마음이 넓다는 뜻입니다. 다만 그 마음이 지나쳐서 남을 귀찮게 하였을 때 '오지랖이 넓다.'고 하는 것이지요. 오늘날에는 오지랖이 넓은 게 문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는 좀처럼 눈길도 주지 않는 좁은 가슴이 더 문제이지요. -- 예쁜 우리 말 사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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