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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달프다 본문
몇년 전에 떠나신 옴마가 계실 때 절에서 일주일 기도나 행사가 있으면 꼬부라진 허리를 장착하고
며칠 분의 약을 미리 준비하고 일주일 동안 소용되는 옷가지와 물품들을 택배로 미리 절로 부치고 따라 나서시곤 하던
한 살 두살 아래 위의 노보살님 중에 내가 '엄마보살님'이라고 마음이 쓰이는 분이 계시다.
보살님은 당신 선친께서 그 시절에도 워낙 장수하신 유전자를 받아서 죽고 싶어도 못죽는다고 말씀하시며 웃으시곤 했다.
그 분도 어언 90을 넘기시고 가끔 젊은 몇몇이서 보살님이 계시는 실버타운에서 모시고 나와서 점심을 같이 하곤 하고있다.남의 신세 지는 일을 큰 죄라도 짓는 것 처럼 여기시며 '고맙다''미안하다'를 입에 달고 사시는 분인데
지난 번에 뵈었을 때 얼굴에 살이 많이 내리고 걸음도 불안정한 상태라 내색은 안했지만 너무 마음이 아프고 걱정이 된다.
도통 입맛이 없어서 식사를 잘 못하시니 살이 내릴 수 밖에...그래서 그날 저녁에 옴마께 임시응변으로 식사 대신 드시게 했던 건강식이 생각나서 부랴부랴 주문한 건 좋은데 실버타운 주소를 검색하기도 전에 정말 로켓처럼 우리 집으로 배송이 되어 버렸다. 현관에 들여놓고 난감해 하기를 몇일...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짊어지고 집을 나섰다.
어떻게든 직접 전해 드리면 되지 뭐 라며...마악 출발하려는 사당역에서 수원으로 가는 7770번 버스를 세워서 타고 자리에 앉아 씩씩 거리면서 '이 게 왜 이렇게 무겁지?' 멍 하니 바라보는 순간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한 생각...이거 내가 왜 이렇게 무거운 걸 직접 들고 가고 있는 거지? 지금이라도 검색해서 실버타운으로 택배를 보내면 되는 걸~ 왕복 버스비면 택배비 나오겠다...택배비 아까워서 절약하기 위해 들고가는 것도 아니고 보낼 곳을 모르고 있는 것도 아니고...이거 뭐지?
버스에 내리는 순간까지 오만 생각으로 널을 뛰다시피 하다가 버스 정류장에 내려서서는 다시 택시를 타고 실버타운 까지 가야 한다.버스비 왕복에 왕복 택시비면 자그마치 택배비 두배는 되고도 남으니 절대로 택배비 아까워서 직접 들고 가는 거라는 말도 안되고 뭔 짓을 하고 있는지 자신 조차도 이해가 안된다면서...
하지만 잠시 후 보살님을 실버타운 로비에서 만나는 순간, 머리 나빠서 짊어지고 온 나를 얼마나 반가워 하시는지...정말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지 뭐야. 아쉬운 시간 이런저런 안부를 주고 받고 헤어지는 순간까지 노보살님은 부족한 당신을 위해 이런 수고를 마다않는 나에게 얼마나 인사를 거듭하시는지...다시 만날 때 까지 건강 잘 챙기시라고 인사하고, 내 돌아가는 길을 걱정하시는 노보살님을 두고 부지런히 언덕길을 내려왔다. 택시를 불러서 지하철역까지 가려던 계획을 그냥 걷기로 하고 티맵 길찾기를 검색해서 들고 출발, 아파트를 통과하다가 동네 과일가게에서 싸고 좋아보이길래 사과도 사들고...우리 동네에는 전통시장도 있는데 왜 남의 동네까지 와서 과일을 사야했는지 이해가 안되는 행동은 시종일관 머리 나쁜 탓을 할 수 밖에...그래도 실수 아닌 실수로 직접 나선 덕분에 따뜻한 만남도 있었으니 머리 나쁜 나를 미워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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