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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
제주올레트립<걸어서 오름 속으로> 왕이메오름 그리고 왕이메 굼부리 본문
(11월21일 목요일) 아침을 먹으러 여행자센터 간세펍으로 건너가면서 본 아침 하늘빛이 곱다.
어제 우중 트레킹을 보상받는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으려나 보다.(07시30분)
간세펍에서는 오늘 우리가 선물받을 점심 도시락이 분주하게 준비 중인데 보기에도 기대가 되는 '아름다운 도시락'이다.
조식은 깔끔하고 맛깔스러운 전복죽 한상에 삶은 계란과 감귤쥬스.
오늘 걸을 왕이메오름이 있는 산간도로 한켠에 버스를 내려서 간단하게 준비 운동을 하고 잠시 도로 따라 이동해서
건너편의 왕이메오름(王伊山 臥牛岳) 숲으로 들어간다.(10시07분)
남제주군 안덕면 광평리 산79번지 왕이메오름.
잠시 키 작은 잡목 구간을 지나자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삑한 삼나무 숲이 계속된다.
당연히 서늘하고 청정한 공기가 폐부 깊숙히 스며드는 것이 확연하게 느껴진다.
소리없이 누구도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나무는 스스로 지난 흔적을 없애고 새로운 생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가 자연에 배워야 할, 절대로 녹녹치 않은 삶의 자세임에 틀림없다.
기우뚱 기울어진 이정표에 '굼부리'라고 가르키는 길로 들어선다.
그리고 후미를 기다리는 이 지점이 바로 왕이메오름 굼부리로 들어가는 통로가 있는 곳이다.
일단 굼부리 능선길을 크게 한 바퀴 돌고 원점 회귀해서 굼부리로 들어갈 계획이란다.(50분 정도 후)
따스한 아침 햇살이 번지는 숲을 지키고 있는 구불구불한 나무들의 행렬을 내 알량한 지식으로 보자면
서어나무가 아닌가 생각을 해본다. 우리나라 야산의 소나무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계획없이 서어나무 수종을
무자비하게 베어버리는 참사에 분개하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무엇이 되었든 근사한 모습이다.(누군가 저 나무의 이름을 말해 준다고 해도 나는 염두에 두지 않을 생각이다.)
그래서 드러난 뿌리를 밟고 지나가야하는 순간이 미안하다.
군데군데 바닥을 짐작할 수 없는 검은 수직동굴들이 보인다.
저 아래 즈음에 굼부리가 팔을 벌리고 있다.
굼부리 능선길을 한바퀴 돌고 다시 돌아와 이제 굼부리로 들어가기 직전이다.
굼부리로 내려가는 길은 좁고 미끄럽고 그리고 아름다웠다.
후와~ 우리가 다른 행성에 착륙한 건 아닐까? 어떻게 표현하고 보여주고 자랑해야 할 지 모르겠다.
누군가 그랬다...안가본 사람한테 이 장면을 어떻게 설명해?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수종들이 어우러진 굼부리 정원은 한마디로 내 취향이었다.ㅋ~
한참을 그렇게들 서성이다가 이른 점심을 먹기 위한 각자 좋은 장소를 찾아 자리 잡는다.(11시20분)
이 보다 좋을 수는 없으므로...
작은 도시락 꾸러미가 이렇게나 다양한 색상과 식감과 맛을 품을 수가 있을까?
14가지나 되는 예쁜 음식을 다 먹을 때 까지 여기저기서 행복한 감탄이 이어졌다.
왕이메오름 굼부리에서 점심을 먹고 한 시간 가까이 더할나위 없는 휴식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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