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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

방곡사 '방곡아란냐 傍谷阿蘭若 '에서 마지막 법회가 있던 날 본문

방곡사 가는 날

방곡사 '방곡아란냐 傍谷阿蘭若 '에서 마지막 법회가 있던 날

lotusgm 2018. 6. 5. 00:14






2018년 6월 3일(음력 4월 스무날) 방곡사 지장법회날.

단양 북 I.C로 빠져나가 장림사거리에서 죄회전...20년 가까이 한달에 한번 이상 들락 거리던 길이

왜 오늘 따라 생소해 보이는 지...멀리 보이는 '대강면 다자구 할매 장터'라는 멋진 간판은 언제 생겼는 지...





45인승 버스 안도 밖도 더 이상 어쩌지 못할 정도로 꽉 찬 느낌 역시 생소하긴 마찬가지 였던 것 같다.

뜨문뜨문 금계국의 노란빛깔을 제외하고 어느새 초여름은 사방천지가 짙녹의 세상으로 꽉 들어차

자그마하게 보이는 버스 앞 유리로 밀고 들오는 빛만 아니라면 세상이 멈춘 듯한 착각이 들었다.





휴일임에도 평소보다 일찍 도착한 방곡사 주차장을 벗어나자

벌써부터 익지도 않은 보리똥 익는 향기가 나는 것 같다고 혼자 우겼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아름드리 벚나무의 허리가 꺾인 채 이다.








연명지장경 사경봉납탑.





사면지장불 주변 작약밭은 잔치 끝물이었다.








무심히 보고 지나쳤던 곳에 모감주 나무가 몇 그루 있었다.

의정거사님이 안타까워하시는 모습에 나도 덩달아 걱정이 들었다.

오래 모감주가 많이 수확해야 내년에 염주를 만들 수 있다고...





나는 요즘 의정거사님께서 작년에 만들어 주신 모감주 27주를 손에서 놓치않고 있다.

















옥지장전으로 올라가기 전에 있는 소대燒臺.





옥지장전 계단으로 올라가는 길에 발걸음과 시선을 부여잡던 금낭화가 지고 씨방이 달리자

그 자리에 아름다운 빛깔로 향기를 뿜는 인동초가 흐드러졌다.





법당에서는 정봉스님의 연명지장경 독경소리로 예불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아직 난 아는 척 할 것이 많이 남았다.





몇해 전 처음으로 겨우 한송이 꽃을 달고 자꾸만 목이 꼬부라져 내려, 오가는 사람들이 일으켜 세워주던 으아리가

대견하게도 살아남아 셀 수 없이 많은 꽃을 피웠다.





방곡사 '방곡아란냐 傍谷阿蘭若'








아예 한눈 팔 작정을 한 거라고.. 누군가는 다 안다는 듯 웃지만 꼭 그런 것 만은 아니었다.


굳이 피할 마음도 없는 볕이 좋고

살랑거리는 바람의 유혹이 있고...

야튼 마당에 자리 잡고 앉았다.





아무도 앉지 못하게 일찌감치 불두화가 찜콩해 둔 의자.





이제는 어른이 다 된 보리수.

이파리 보다 더 많은 수의 열매를 달고 있다.






생본무생  生本無生

멸본무멸  滅本無滅

생멸본허  生滅本虛

실상상주  實相常住


-나무아미타불-



사월초파일 부처님 오신날 그 다음 날 부터 법당을 헐기로 했었는데,지장법회 까지

열이틀 동안 부처님 살림을 이사할 수 없어서 열흘 더 물려서 ...오늘 스무날 지내고 허물기 시작해

내일부터 이제 법당은 없어지는 겁니다. 이 법당이 언제 지어졌느냐..물론 목조가 아니기 때문에 전통사찰 공법에는 맞지 않아...

그래도 신도 시주 십원도 안받고 내가 법문 다니면서 보시 받아서 지은 것이 바로 방곡사 법당입니다.

이제 정부의 보조를 받아 전통사찰 형식으로 법당을 짓기로 되어있는데,대웅전을 짓는 것으로 보조를 받았기 때문에

법당이 완공되면 주불은 석가모니 부처님,좌보처 문수보살,우보처 보현보살을 모시는 겁니다.

내가 처음 이 절을 지었을 때는 지장기도를 하기 위해 지장보살님을 주불로 모셨는데 대웅전 보조를 받고 나니까 지장보살님이

쫒겨나가게 생겼어..딴사람들은 주불로 모셨던 부처님을 영단에 모셔서야 되겠나...따로 지장전을 지어서 주불로 모셔야 되는데

미처 생각을 안했어...내하고 20년을 살았는데...이 도량을 이만큼 키워주셨는데...해답이 안나와요...

그런데 어제 한바퀴 돌다가 여기서 5분 거리에 모실 자리를 찾았어요..


지장경을 내가 40대에 우리 스님 권유로..사실 나는 스님이 되고 강원에 8년 동안 있으면서 제일 좋아하는 경전이

<실상묘법연화경>이야..지금까지 살면서 법문한 횟수를 생각해 보면 <법화경>에 대한 말씀을 제일 많이 했습니다. 

<보문품>을 제일 많이 읽었는데,40대 후반 무렵에 우리 스님께서 부르셔서 당신이 출가해서 동산스님께 물려받아서

가지고 있던 <지장경>을 탁 던져 주면서 '이거 한번 읽어봐라..한번 읽어보고 안되거들랑 두번 읽어 보고,두번 읽어 보고 안되거들랑,

열번쯤 읽어보고도 안닿거들랑 당신 하던대로 하고,와닿거들랑 내 뒤를 이어 보고...내 상좌가 스물여덟 삼십명 가까이 되는데

내가 평생하던 이 지장신앙을 맘 놓고 물려줄 데가 없다...'

그런데 그 책이 내 생각과는 상관없이 지금 현재는 경기도 유형문화재로 지정이 되어있어요.

그렇게 지장도량으로 만들어진 절인데 내가 주불로 지장보살님을 20년을 모시고 살았어...그런데 얼마나 못난 사람이면

20년을 신앙의 대상으로 모시고 살던 부처님이 어디로 물러앉아야 된다는 것을 생각을 않했어...이렇게 못난 사람이라

내가 눈물이 나..내가 어제...어디로도 안보내고 내가 모셔..조그만 집을 지어서라도 내가 주불로 모셔...그래서

엄청 좋은 기회라..내가 눈물이 나는 건 슬픈 건 하나도 없어...지장보살님을 모실 계획을 세웠어...우리 같이 갑시다.


공수래공수거 空手來空手去

세상사여부운 世上事如浮雲

성분토객산후 成墳土喀散後

산적적월황혼 山寂寂月黃昏


세상 공수래 공수거거든?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요...세상사 여부운 如浮雲 이야..여러분들은 있다 없다 잘산다 못산다 명예가 있다 없다...

아무리 떠들고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봐도 인생 회향 할 때는 뜬구름과 같은 거야...장백골 인산 후에.. 사람이 죽으면

시신은 산에 가 묻습니다..산적적 월황혼 이라..산은 적적하고 달빛만 은은히 비춘다...는 시를 처음 접한 진시황제가

대성통곡을 했다는 거야..황제로 살면서 세상가는 줄 몰랐다가 어느 순간 보니까 인생은 늙어 가고 있어요..그럴 때

접한 시가 바로 조금 전 여러분 한테 읊었던 거 시 입니다.

나는 그 시를 접할 적에 '진시황제가 바보구나'

만약에 우리의 참모습이 참으로 머무르는 곳을 알고자 할 적에는' 청천백운이 만리통'하는 것과 같더라...푸른하늘의 흰구름이

만리에 통하는 것과 같더라...이런 이치를 진시황제는 몰랐구나...여러분들이 평생 절에 댕겨도 이 이치만 알면 태어나도 기쁠 것이

없고,돌아가도 슬플 것이 하나도 없어요..왜 그러냐하면 생본무생이요 멸본무멸이거든? 태어나도 물질적인 육체,이 몸뚱아리가

아버지 어머니를 인연하여서 이 세상에 태어났지..우리의 본래 모습,참나의 주인공,이 마음 자리는 육체와 함께 태어나지 아니하였기
때문에 멸본무멸이야...죽어도 생이 있었던 육체가 죽는 것이지 육체와 함께 태어나지 아니한 우리의 본래 모습,자성,참나의 마음

자리는 육체와 함께 죽어 없어지는 것이 아니더라...그래야 무간섭하고..나고 죽고 오고 감에 조금도 구애 받거나 간섭받는 것이

없어야 정체당당, 분명 떳떳 당당하게 재목전 在目前,존재 한다는 거야...이 세상에 올 때는,내 영혼이 깃들어 가는 집은 강한 놈이 주인 노릇한다.

질투심이 강하면 질투심이 주인이 되고,분노가 강하면 분노가 육체의 주인공이 되고,탐욕이 많으면 탐욕이 주인공이 되고,악이 많으면

악이 육체의 주인공이여...그것을 모르기 때문에 그 속에서 일어나는 천상만분별을 내 생각으로 알고 살고 있거든?

한 생각 일어나면 번뇌고,한 생각 일어나면 망상인데,그 것은 전부가 뭐냐..객진이야.. 객진客塵..티끌이야..그래서 번뇌는 객客이야.

번뇌는 망상이야..生本無生 滅本無滅

<생본무생 멸본무멸> 생본이 본래하면 실상 상주하는 거야...여러분이 나고 죽음에 본래 실다움이 아닌 줄 알면 그 가운데 참다운 우리의

모습이 상주한다는 진리만 알면...육체 이것은 껍데기야...이것은 얻은거여..빌리는 거고..내가 가지고 있는 거여..누구한테 얻었노?

부모에게 얻고 부모에게 빌려가지고 내가 가지고 있으면서 사용하는 내 집이야...그 집 주인을 좀 올바른 사람이 쓰도록 하란 말이야.

그러기 위해서는 나는 일생 동안 뭐가 불교냐? 깨어있는 것이 불교다...요즘에는 깨어있어야 돼...

무엇이 수행이냐...깨어있는 것이 수행이다,무엇이 공부냐...깨어있는 것이 공부다.


여러분들은 절집에서 불교를 믿고 불자로써 이 이치만 알면 돼.

생본무생 멸본무멸 이라..

우리 육체는 생과 사도 있고 옴도 있고 감도 있고 남도 있고 죽음도 있지만, 우리의 본래 모습은 불생불멸하면서 육체만 한번씩

바뀔 뿐이야..불교는 생사윤회로부터 벗어나 자유자재 할 수 있는 대자유,생사윤회를 완전히 밧어날 수 있는 대해탈에 이르기 위해서

불교를 믿고 수행을 하고 출가해서 공부를 해야하는 것인데 ...우리가 나고 죽는 것에, 깨달은 분의 나고 죽음과 깨닫지 못한 사람의

나고 죽음이 뭐가 다른가? 깨닫지 못한 사람은 업에 의해 육도를 윤회전생(업무생사 윤회전생)을 하는데,깨달은 도인들은 뜻에 의해

(의무생사)수렴왕생을 해요...당신의 뜻에 따라 가고싶은 세상에 할일이 있어 할일을 하러 당신의 생각과 뜻에 따라 가서 납니다.

수렴왕생은 의무생사,윤회전생은 업무생사. 그럼 둘은 무엇이 다른가...

어머니 자궁 속 캄캄한 암흑 속에서 열달 동안 어머님의 생각과 염력에 의해서 육체의 습을 익히는 그동안에도

깨어있어 전생을 망각하지 아니하고 승승백백하게 전생사를 환하게 알고 태어나는 것이 의무생사 수렴왕생이야...

전생을 망각했다면 그것은 업무생사 윤회전생이야...

여러분들도 업무생사 윤회전생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부하는 불자가 되어야 되요.

만물의 영장인 인간으로 태어나 내가 누구인가 알고 가야지...내가 나를 바로 알았을 적에 비로소 생사를 자유자재 할 수 있는

대자유인,대해탈인이 될 수 있다...알았어요?






풍성한 점심공양.





점심 공양 후 마당을 어슬렁 거렸다.











이렇게 아름다운 붓꽃이 눈길 닿지 않는 곳에 혼자서 피고 지는 것이

안타까워서 나라도...














저 보리수 아래 앉으면 누구든 수행자의 모습이 된다.





오후 관음기도...삼시개념불사...시식.

일본 오사카 송광사 주지 정우스님,방곡사 유영 기도스님.











영단에 정성다해 잔茶 올리는 시식.











'연지명 뭐 찍고 있어?'

'녜..이제 이 처마 아래 하늘은 볼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래...나도 찍어야 겠다'

'.....'

















모두들 부지런히 빠져나가 버리고 무심한 가운데

다기 뒷 정리를 하시는 보살님들 손길은 아직 엄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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